“빵·우유 건넨 이웃의 관심이 한 생명을 품었다”…대구 남구, 위기 노인 ‘일상 회복’ 이끌어

“빵·우유 건넨 이웃의 관심이 한 생명을 품었다”…대구 남구, 위기 노인 ‘일상 회복’ 이끌어

시장 상인들의 작은 관심에서 시작된 구조…인지기능 저하·자기방임 고령 주민 발견
사례관리사 일주일간 매일 죽 전달하며 설득…정신건강센터·경찰·복지기관 ‘원팀’ 가동

[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시장 한쪽에서 홀로 노점을 지키던 고령의 주민에게 누군가는 빵을 건넸고, 누군가는 우유를 챙겼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대로 두면 안 될 것 같다”며 행정복지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대구 남구에서 이웃들의 작은 관심이 위기에 놓인 한 주민을 발견하고 행정과 복지기관의 손길로 이어져 치료와 일상 회복의 길을 열어준 사례가 나왔다.

시장상인 제보로 시작된 민·관 합심, 원스톱‘통합사례관리’자료 사진 [사진=남구청]

대구 남구청은 최근 시장에서 노점을 운영하면서 인지기능 저하와 자기방임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던 고령 주민을 발견해 민·관 협력 통합사례관리를 통해 의료·생계·주거·돌봄 서비스를 긴급 연계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사례에서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행정기관이 아니라 시장 이웃들이었다.

요구르트 판매원과 구두가게·과일가게 사장 등 시장 상인들은 어려운 형편에 놓인 주민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빵과 우유를 챙겨주며 살피던 이들은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동 행정복지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한 사람의 위기를 알아본 이웃들의 눈이 공공복지의 문을 연 순간이었다.

신고를 받은 통합사례관리사는 곧바로 현장을 찾았다. 그러나 도움의 손길을 받아들이게 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사례관리사는 일주일 동안 매일 죽을 전달하며 병원 진료를 받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신청하도록 설득했다.

하지만 오랜 정신건강 문제에 가족관계마저 단절된 상황에서 단순한 설득만으로 문제를 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남구는 결국 해당 주민을 고난도 사례관리 대상자로 선정하고 관계기관이 각각의 전문성을 투입하는 협력체계를 가동했다.

남구정신건강복지센터와 경찰은 정신건강 상태를 평가한 뒤 대상자가 안전하게 의료기관으로 이동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구청과 동 행정복지센터는 기초생활보장 수급 신청과 긴급생계비 지원에 나섰다.

치료만으로 끝내지도 않았다.

남구지역자활센터는 대상자의 거주지와 노점 주변에 쌓여 있던 쓰레기를 치우며 생활환경을 정비했고, 대명사회복지관은 퇴원 이후 끼니를 거르지 않도록 식사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한 기관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과 행정복지센터, 경찰, 자활센터, 복지관이 각각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맡았다.

남구청 전경 [사진=남구청]

남구는 퇴원 이후가 오히려 중요하다고 보고 후속 지원도 이어갈 방침이다.

대상자가 병원이나 시설에 장기간 머무는 대신 자신이 살아왔던 지역에서 다시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장기요양등급 판정 신청을 돕고 필요한 지역사회 서비스를 추가로 연결한다.

이번 사례가 주목되는 이유는 거창한 복지사업에서 출발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시장에서 매일 얼굴을 마주치던 이웃이 이상 징후를 알아차렸고, 이를 행정에 알렸으며, 행정은 그 신호를 놓치지 않고 전문기관들과 연결했다.

고립과 자기방임에 놓인 위기가구를 행정력만으로 모두 찾아내기 어려운 현실에서 지역 공동체의 관심과 공공 복지시스템이 어떻게 맞물려야 하는지를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다.

조재구 남구청장은 “이번 사례는 이웃을 향한 시장 상인들의 따뜻한 신고와 통합사례관리를 통한 민·관 협력의 값진 성과”라며 “앞으로도 전문적인 통합사례관리를 바탕으로 위기가구를 조기에 발견하고 신속한 복지서비스를 연계해 주민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