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李 정부, '부동산 민심' 우습게 봤다가 큰코다친다

[기자수첩] 李 정부, '부동산 민심' 우습게 봤다가 큰코다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권을 요청하는 참석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문장원 기자]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연일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며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실제 체감하는 민심의 온도는 여론조사 수치보다 더 싸늘하다. 기자 개인적으로도 주변에서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의 표정이 상당히 어두워진 것을 피부로 느낀다. 이제는 실망을 넘어 분노로 번지는 것 같은 인상마저 받는다.

평범한 직장을 다니는 한 친구는 내년 전세 만기를 앞두고 벌써 잠을 못 이루고 있다고 토로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생각이지만, 이전에 살던 전셋집에서도 집주인이 직계비속의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했던 경험이 있어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내년에 이사를 간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전세난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없다는 점도 막막하다. 곧 태어날 아이까지 생각하면 더욱 절망적이다.

지방에 계신 부모님은 대통령이 이번에는 서울 집값을 '잡아주길' 바라며, 자식이 전셋집을 전전하지 않고 집을 '갖길' 바라는 마음을 자주 내비친다.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대통령을 뽑아놨으니 그만큼 기대가 크다. 하지만 대화는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다 항상 ‘결국 답은 로또’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로또가 주거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 주는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다. 지난해 로또 1등 평균 당첨금은 20억 원 수준이지만, 세금을 떼고 나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약 14억 원에 그친다.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인 약 15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물론 서울의 모든 아파트가 평균 가격은 아니다. 그러나 핵심은 따로 있다. 평범하게 일하고 저축해서는 내 집 마련의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는 데다, 이제는 로또 같은 우연한 행운마저 주거 불안을 해결해 줄 확실한 답이 되지 못한다는 현실이 사람들의 허탈감과 분노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민심이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집값이 오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주거 문제는 국민의 삶과 자산, 결혼과 출산, 교육과 노후까지 거의 모든 일상과 맞닿아 있는 '생활의 영역'이다. 생활이 무너질 때 느끼는 절망감은 다른 정책에 대한 불만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난 20년간 진보 정부의 정권 교체 과정에서 부동산 문제는 핵심적인 민심 이반 요인으로 작용했다. 노무현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종합부동산세 도입과 각종 규제를 동원했지만, 임기 내내 치솟은 집값을 잡지 못했고, 문재인 정부 역시 20여 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 집값과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결국 부동산 민심의 역풍을 맞았다.

이재명 정부 역시 같은 길을 걷지 않으려면 지금의 민심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결국 답은 로또"라고 말하는 것은 단순한 푸념이 아니다. 정부가 집값을 잡아주길 바라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뜻인 동시에, 그 기대가 무너질 경우 실망과 분노가 어디로 향할지를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

/문장원 기자(moon334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