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500세대 이하 정비구역 지정권' 자치구 이양 반대

서울시, '500세대 이하 정비구역 지정권' 자치구 이양 반대

“사업 쪼개기·난개발 우려⋯정부 규제부터 먼저 개선해야”

24일 서울시청에서 김동구 건축기획관 직무대리가 500세대 이하 자치구 권한이양 관련 서울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홍성효 기자]

[아이뉴스24 홍성효 기자] 서울시가 500세대 이하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자치구로 이양하는 방안에 대해 "주택공급 확대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사업지 쪼개기와 난개발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24일 서울시는 브리핑을 통해 "500세대 이하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자치구에 넘긴다고 해서 주택공급이 획기적으로 늘거나 사업 기간이 단축되기는 어렵다"며 "서울 전체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보고 도시계획과 기반시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만큼 구역지정 권한을 일괄 이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서울이 하나의 생활권인 만큼 정비사업도 용적률·높이 등 도시계획과 도로·상하수도·공원 등 기반시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역 지정 권한이 자치구로 넘어가면 자치구별로 기준이 달라져 도시관리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자치구 경계에 걸친 사업에서는 형평성 논란과 주민 갈등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을 500세대 기준에 맞추기 위해 인위적으로 쪼개거나 일부를 제척할 가능성도 우려했다. 사업지가 나뉘면 어린이집·경로당 등 공동 편의시설과 주민운동시설·작은도서관 등 기반시설 확보가 어려워져 정비사업의 주거환경 개선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서울시는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적한 '서울시 행정 병목'에도 반박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 주거난 대책-청년주택 공급정책에 청년의 목소리를 듣는다' 세미나에서 "서울시 행정에서 병목 현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소규모의 다양한 주택들을 공급하는 사업들에 대해서는 변화를 지자체에서 넘기는 게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정비사업 관련 9개 인허가 권한 가운데 조합설립·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 등 7개는 이미 자치구가 행사하고 있고, 서울시 권한은 구역지정 심의와 사업시행 통합심의 2개뿐이라는 설명이다. 두 절차의 평균 처리기간은 각각 84일과 32일로 정비사업 전체 기간을 12년으로 봤을 때 서울시 처리기간은 2.7% 수준에 그친다고 밝혔다.

500세대 이하 사업 193개소 가운데 구역지정 단계에 있는 곳도 31개소로 16%에 불과하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나머지는 대부분 이미 자치구 인허가 단계에서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서울시 권한이양이 전체 사업 속도를 크게 높일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오히려 현장에서 사업을 막는 요인은 이주비 대출 규제와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등 정부 규제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공정촉진회의 등을 통해 정비사업 전체 기간을 18.5년에서 12년으로 줄인 만큼 권한 분산보다 실질적인 규제 개선이 주택공급 확대에 더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또 일부 자치구에서 법적 요건을 충족한 사업시행자 지정 승인이 2개월째 보류되거나, 통합심의 이후에도 갈등 예방을 이유로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되는 등 자치구 단계에서 행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정부·여당에 정책 재검토를 촉구하면서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려면 권한의 위치를 바꾸기보다 현장에서 실제 사업을 막는 규제와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성효 기자(shhong0820@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