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중국법인, 833억 금융사고 7개월간 몰랐다

기업은행 중국법인, 833억 금융사고 7개월간 몰랐다

현지 금융사 5곳은 사고 업체 협력기관 명단서 이미 제외
신동욱 "사고 후 직접상환 시스템 구축…금감원도 뒷북 감독"

[아이뉴스24 임우섭 기자] IBK기업은행 중국법인이 원리금 상환 내역과 실제 입금액을 매일 대조하고도 800억원대 금융사고를 7개월 가까이 알아채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금융기관들이 사고 관련 업체와 잇달아 거래를 끊는 동안에도 이상 징후를 포착하지 못해 해외법인의 내부통제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기업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 중국법인은 현지 비은행 금융기관 A사와 협약을 맺고 비대면 대출을 실행했다.

기업은행 전경 [사진=기업은행]

A사는 온라인 대출 플랫폼 B사를 통해 차주 모집과 원리금 상환 업무를 처리했다. 기업은행이 대출금을 직접 지급하고 차주가 갚은 원리금은 B사 지정 계좌를 거쳐 정산받는 구조였다.

B사는 상환 계좌를 임의로 변경해 차주들이 납입한 원리금을 기업은행에 보내지 않고 유용했다. 실제 정산금이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전산상으로는 정상 상환된 것처럼 처리했다.

이 때문에 차주들은 돈을 갚고도 미상환이나 연체 상태로 처리돼 추심과 신용도 하락 등의 피해를 입었다. 기업은행도 원리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15일 이번 금융사고 규모를 833억7600만원으로 공시했다. 금감원에 보고된 사고 기간은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6월 29일까지다.

기업은행은 의원실에 원리금 상환 내역과 실제 입금액을 매일 대조·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사고는 지난 6월 24일 정산금이 들어오지 않고 차주 민원이 늘어난 뒤에야 처음 인지했다.

중국 금융기관 5곳이 앞서 지난 3~4월 B사를 협력기관 명단에서 제외했지만 기업은행은 이 같은 움직임도 제때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은 사고 이후 차주들이 B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상환금액을 확인하거나 조기상환할 수 있는 별도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지 수사기관의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실제 사고금액과 회수액, 최종 손실 예상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금감원은 사고 보고 이후 내부 보고와 사례 전파, 사고금액 변동 여부 확인 등에 나섰다. 그러나 기업은행 관계자 대면 확인이나 추가자료 요구, 서면조사·현장검사에는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피해금액 보전 등 사고 수습이 끝난 뒤 기업은행이 종결보고를 제출하면 처리 적정성을 점검할 방침이다.

신 의원은 "기업은행은 대출금은 직접 내주면서 원리금 회수는 외부 플랫폼에 맡겼고, 800억원대 사고가 터지고서야 직접 상환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해외법인의 허술한 내부통제와 종결 보고만 기다리는 금감원의 뒷북 감독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우섭 기자(coldplay@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