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경주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화장품을 직접 써보고 산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제품을 선택했는지, 무엇에 반응했는지를 분석해 경산 화장품 기업의 제품 개선과 상품 고도화에 활용하고 다시 해외시장으로 내보낸다.
경북도가 관광객이 몰리는 경주와 화장품산업 기반을 갖춘 경산을 하나의 K-뷰티 수출 생태계로 묶는 새로운 실험에 나선다.
외국인 관광객을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경북 화장품의 시장성을 확인하는 '글로벌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경북도는 중소벤처기업부의 '2026년 K-뷰티 수출거점 육성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돼 경주의 관광산업과 경산의 화장품산업을 연결한 경북형 K-뷰티 수출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고 24일 밝혔다.
사업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3년간 진행되며 국비 45억원을 포함해 총 66억5000만원이 투입된다.
이번 사업에서 주목되는 것은 '관광'과 '제조'를 각각 보유한 두 도시의 역할 분담이다.
경주는 외국인 관광객과 제품이 만나는 거대한 쇼룸 역할을 하고, 경산은 관광객의 선택을 실제 제품 개발과 생산, 수출로 연결하는 제조·산업 거점 역할을 맡는다.
핵심 소비 현장은 경주 황리단길과 금리단길이다.
이곳에 K-뷰티 상시 거점 스토어와 체험형 팝업스토어, 바이어 상담 공간, 상생체험관 등이 들어선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AI 피부진단과 퍼스널케어를 경험하고 다양한 경북지역 화장품을 직접 사용한 뒤 구매할 수 있다.
국내외 바이어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 홍보와 상담도 상시 진행된다. 민간 유통채널과 연계한 상생체험관에서는 경북 유망 중소기업과 인디 브랜드 제품을 전시·체험·판매한다.
하지만 경북도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관광객에게 화장품 몇 개를 더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진짜 승부는 관광객이 남기는 '데이터'에서 시작된다.
제품 체험과 구매 과정에서 축적되는 소비자 반응과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기업에 전달하고, 기업은 이를 제품 개선과 상품 고도화에 활용한다.
이 역할을 경산의 글로벌코스메틱비즈니스센터(GCBC)가 맡는다.
GCBC를 중심으로 지역 관계기관과 대학, 기업을 연결해 제품 생산과 품질관리, 수출 대응, 기업 네트워크 관리까지 지원한다.
해외시장을 찾아 기업이 밖으로 나가는 기존 수출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한국을 찾아온 외국인 소비자를 통해 시장성을 먼저 확인하고 이를 국내 유통과 해외시장 진출로 연결하는 '인바운드형 수출' 모델인 셈이다.
경북만의 문화도 화장품에 입힌다.
신라 금관과 곡옥, 연꽃 등 경주를 상징하는 역사문화 요소를 공간 디자인과 제품 패키지, 홍보 콘텐츠에 활용해 신라문화를 기반으로 한 독자적인 디자인 시스템과 브랜드를 구축한다.

지역 대표 축제에도 K-뷰티 제품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접목해 관광객과 제품의 접점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결국 이번 사업의 성패는 66억5000만원 규모의 시설을 얼마나 잘 만드는가보다 '경주에서 확인한 소비자의 선택이 실제 경산 기업의 매출과 수출로 얼마나 이어지는가'에 달려 있다.
관광객이 화장품을 한번 써보고 떠나는 것으로 끝난다면 관광 콘텐츠에 불과하지만, 그들의 선택이 데이터가 되고 제품을 바꾸고 다시 해외 수출로 이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이번 공모 선정은 경북의 우수 화장품 기업과 제품을 관광객, 해외 바이어와 직접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주의 관광자원과 경산의 산업 역량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체험과 구매, 수출이 선순환하는 대한민국 대표 K-뷰티 글로벌 수출 전진기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