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윤 기자]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의 이름을 내건 천안 이봉주마라톤대회의 참가 접수 논란이 지난해 대회로 번지고 있다. 올해 공식 홈페이지가 아닌 이메일로 신청한 1140명이 등록됐다가 무효 처리된 데 이어, 지난해에도 모집 정원보다 1000명 이상 많은 인원이 실제 대회에 참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참가자 관리가 2년 연속 허술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천안지역의 한 마라톤 동호회 회장 김정식씨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1140명의 별도 접수를 누가 주도했고, 어떤 경로를 거쳐 등록까지 이뤄졌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정원을 초과해 등록한 참가자와 올해 이메일 접수자 명단을 대조해 같은 문제가 반복됐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논란은 지난달 31일 올해 대회 참가 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선착순 접수와 별개로 1140명의 신청이 이메일로 접수됐고, 운영대행사가 이를 등록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올해 대회 홈페이지에는 단체 신청을 별도로 받지 않는다는 취지의 안내가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8개 이상의 마라톤 동호회·직장 단체 등이 각각 이메일로 명단을 보냈고, 운영대행사는 이들을 참가자로 등록했다.

천안시체육회 관계자는 “접수 당일 홈페이지가 상당히 느려 사실상 마비 상태에 가까웠다”며 “지난해까지 단체 신청을 이메일로 받은 사례가 있어 일부 동호회와 직장 단체가 이메일로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행사도 홈페이지 안내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민원 전화가 폭주하는 과정에서 일부 직원이 단체접수 문의자에게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안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공식 접수 원칙과 다른 안내가 현장에서 이뤄졌고, 대행사가 이메일로 받은 명단을 실제 시스템에 등록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는 게 체육회 측 설명이다. 당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한 인원은 6170명이었다. 여기에 이메일 신청자 1140명이 더해지면서 전체 등록 인원은 7310명으로 늘었다. 당초 모집 정원 7000명보다 310명 많았다.
논란이 커지자 천안시체육회와 천안시육상연맹은 이메일로 신청한 1140명의 등록을 모두 무효 처리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책임 소재와 관리·감독 부실 여부는 여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홈페이지에 공지한 원칙과 다른 방식으로 대행사가 신청을 받아 등록한 경위, 체육회와 대회 주최 측이 이를 사전에 알았거나 승인했는지 등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정식씨는 “사과문의 일부 표현은 마치 1140명의 전산 입력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이들의 명단이 언제, 누구의 판단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 등록됐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일부 동호회의 단체대화방·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도 공개했다. 공식 접수가 시작되기 전부터 특정 동호회를 중심으로 참가 희망자 명단을 취합한 정황이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논란은 지난해 열린 제4회 대회로도 확산하고 있다. 천안시체육회는 당시 참가자를 선착순 5000명 모집한다고 안내했다. 접수는 시작한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마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회가 끝난 뒤 천안시가 배포한 자료에는 전국에서 6000여 명의 마라토너가 참가한 것으로 기재됐다. 모집 정원보다 1000명 이상 많은 인원이 실제 대회에 참가한 것이다.
체육회 측은 당시 접수 마감 시점에 홈페이지에 접속해 있던 신청자들까지 등록하는 과정에서 정원을 초과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접수가 매우 짧은 시간에 끝났는데도 1000명 이상이 추가로 등록된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며 “지난해 초과 등록자와 올해 이메일 접수자 명단을 비교해 유사한 방식이 반복됐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안시체육회는 접수 방식 전반을 손보겠다는 입장이다. 체육회 관계자는 “선착순 모집에 따른 과열과 서버 지연을 줄이기 위해 접수 기간 연장, 코스별 분리 접수, 추첨제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같은 혼선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단체 참가를 허용할지 여부가 아니다. ‘선착순 7000명’이라는 공식 원칙과 달리 1140명의 신청이 이메일로 접수돼 등록된 과정과 그 책임을 밝히는 데 있다. 지난해에도 모집 정원을 1000명 이상 넘긴 사실이 확인된 만큼 일회성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민 세금이 투입되는 대규모 체육행사인 만큼 천안시와 체육회가 사과와 제도 개선을 넘어, 별도 접수가 가능했던 의사결정과 관리 체계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천안시체육회는 이날 기자회견 내용에 대한 공식 입장문을 정리해 언론에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천안=정종윤 기자(jy0070@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