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한계 드러낸 업비트·빗썸…기관시장 선점도 '빨간불'

리테일 한계 드러낸 업비트·빗썸…기관시장 선점도 '빨간불'

비트고 VASP 신고 수리…기관·법인 커스터디 시장 진출
업비트·빗썸 실적 부진…커스터디 확대엔 제도적 제약

[아이뉴스24 윤희성 기자] 가상자산 거래 둔화로 상반기 매출이 반토막 난 업비트(두나무)와 빗썸의 새 먹거리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개인 투자자의 거래 수수료에 의존해온 사업 구조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기관·법인 시장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제도적 장벽에 막혀 사업 확장이 쉽지 않다. 글로벌 디지털자산 수탁업체 비트고까지 국내 기관 시장에 진출하면서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21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비트고코리아는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수리를 통보 받았다. 글로벌 디지털자산 기업이 국내 신규 법인을 세워 VASP 신고 수리를 받은 첫 사례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이 각각 25%·10%의 지분으로 참여했다.

[사진=제미나이 제작]

비트고코리아 관계자는 "한국 규제 테두리 내에서 기술과 시스템을 검증받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해 법인 신고를 통한 정식 진출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며 규제·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향후 리테일 고객으로 사업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트고코리아가 당장은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국내 거래소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는 아니다. 하지만 기관·법인 시장 확대를 노리는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들에는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인 셈이다.

문제는 국내 거래소의 실적이 개인 투자자의 거래량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업비트와 빗썸의 거래대금은 전년 대비 40%대 감소했다. 업비트의 매출은 4081억원으로 전년 대비 49.1% 줄었고, 빗썸은 1687억원으로 48.7% 감소했다. 회원예치금도 업비트는 36.2% 감소한 3조6912억원, 빗썸은 35.2% 줄어든 2조351억원에 그쳤다.

리테일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기관·법인 시장이 거론되지만 가상자산을 대신 보관·관리하는 커스터디(수탁) 사업을 전면에 내세워 확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가상자산 수탁 시장은 한국디지털에셋(KODA),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 등 전통 금융회사가 주주로 참여한 전문 수탁업체들이 입지를 구축해왔다. 업비트는 자체 인프라를 활용해 '업비트 커스터디'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빗썸과 고팍스 등은 과거 추진했던 자체 커스터디 사업을 현재는 정리한 상태다.

거래소들이 커스터디 사업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배경에는 이해상충 우려와 규제 불확실성이 있다. 거래 중개와 고객 자산 보관을 한 사업자가 동시에 맡을 경우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 관련 2단계 입법에서도 사업자의 업무를 구분하고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거래를 중개하는 거래소가 고객 자산의 최종 보관까지 직접 맡는 '자기 수탁'이 제한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법인 명의로 가상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실명계좌 발급이 제도화되지 않은 점도 걸림돌이다. 법인의 본격적인 가상자산 매매가 제한되면서 기관·법인 시장 자체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법인 실명계좌 발급 기준 마련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관련 법·제도 정비에 앞서 별도 기준을 마련하는 데는 신중한 입장이다.

결국 기관·법인 시장의 성장과 경쟁 구도는 향후 디지털자산 관련 입법과 법인 실명계좌 제도화 여부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윤희성 기자(heehs@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