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자형 성장, 한국경제·인천경제의 새로운 숙제

[기고] K자형 성장, 한국경제·인천경제의 새로운 숙제

윤대기 변호사 / 전 인천시 공정경제위원장. 인천국제공항공사 상임감사위원

[아이뉴스24 김도은 기자] 요즘 경제를 바라보고 이야기하다 보면 서로 다른 두 장면이 겹쳐 보인다. 한쪽에서는 반도체가 호황이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 수출과 관련 투자가 성장을 이끌고 있다. 일부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도 회복의 움직임이 나타난다.

[사진=윤대기 변호사 제공]

그러나 현장의 체감경기는 사뭇 다르다. 특히 건설경기는 오랜 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사비 상승과 자금조달의 어려움, 지방 부동산경기 부진 등이 겹치면서 건설투자의 회복도 더디다. 반도체를 제외한 산업의 투자 역시 전반적으로 강하다고 보기 어렵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느끼는 경기도 거시경제 지표만큼 밝지 않다.

‘경기가 좋다’거나 ‘나쁘다’는 한마디만으로 지금의 경제를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를 이해하는 하나의 개념이 ‘K자형 성장’이다. 경기회복 과정에서 일부 산업과 기업은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다른 산업과 기업은 정체하거나 뒤처지는 현상을 말한다.

물론 현재 한국경제 전체를 K자형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성장률 자체만큼이나 성장의 편차가 커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일이다.

반도체 호황은 매우 긍정적이다. 한국경제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소중한 경쟁력이다.

AI 시대가 본격화할수록 첨단 반도체 산업에는 더 큰 기회가 열릴 것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산업은 더욱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그 성장의 힘이 경제의 다른 영역으로 얼마나 전달되느냐이다.

반도체 수출과 대기업의 이익이 늘어도 건설·내수·중소기업과 지역경제가 계속 어려움을 겪는다면 경제성장률과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생긴다.

한국경제는 산업화 과정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장해 왔다. 부족한 자본과 기술을 수출 제조업과 경쟁력 있는 기업에 집중했고, 자동차·조선·철강·전자에서 반도체와 배터리에 이르는 세계적인 산업을 만들어냈다. 이 성장모델의 성과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성공한 성장모델도 경제환경이 달라지면 진화해야 한다. 이제는 특정 산업과 기업의 성공을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첨단산업과 전통산업 사이의 생산성 격차가 커지면 기업 간 격차는 결국 임금과 일자리, 나아가 지역 간 격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AI는 이러한 격차를 줄일 기회인 동시에 새로운 격차를 만들 수도 있다. 자본과 데이터, 전문인력을 갖춘 기업은 AI를 활용해 빠르게 생산성을 높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더욱 뒤처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AI 시대의 경쟁력은 누가 가장 앞선 기술을 개발하느냐뿐 아니라 그 기술을 얼마나 넓게 산업과 기업으로 확산시키느냐에도 달려 있다.

인천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송도의 바이오산업과 반도체 관련 첨단산업이 있는 한편, 남동·주안·부평의 산업단지에는 수많은 중소 제조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

인천공항과 인천항이라는 세계적인 인프라 주변에도 물류·제조·서비스업의 다양한 기업과 노동자가 존재한다.

인천의 미래 성장전략은 이 두 세계를 연결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첨단산업에서 만들어지는 기술과 투자가 기존 산업단지의 디지털 전환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야 한다. 인천공항과 인천항의 글로벌 경쟁력 역시 지역기업의 성장과 좋은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어야 한다.

건설경기의 장기 부진도 단순히 한 업종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건설은 자재·장비·운송·금융은 물론 지역 자영업까지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산업이다. 건설 침체가 길어지면 지역의 실물경제와 고용에도 부담이 된다. 그렇다고 다시 부동산 경기부양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정상적인 주택과 도시개발 수요가 작동하도록 불확실성을 줄이는 동시에 노후도시 재생, 산업단지 고도화, 교통·물류 인프라 개선처럼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투자로 건설 수요의 질을 바꿀 필요가 있다.

결국 K자의 위쪽을 끌어내리는 것이 해법은 아니다.

반도체와 바이오처럼 경쟁력 있는 산업은 더 높이 올라가야 한다. 동시에 중소기업과 전통산업, 건설과 지역경제에도 혁신과 생산성 향상의 사다리를 놓아야 한다. 얼마나 성장했는가만큼 중요한 것은 어디에서 성장했고, 그 성장의 성과가 경제 전반으로 얼마나 확산됐는가이다.

산업화 시대의 ‘선택과 집중’에 AI 시대의 ‘연결과 확산’을 더해야 한다.

성장의 선두를 늦추는 것이 아니라 뒤처진 부문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 그래서 K자의 두 갈래가 다시 함께 위를 향하도록 만드는 것. 지표의 호황과 현장의 어려움이 공존하는 지금, 그것이 한국경제와 인천경제가 풀어야 할 새로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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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김도은 기자(dovely9192@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