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불공정거래행위와 불공정하도급 행위 피해자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을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 제출 의무를 명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하도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도급법 처분 시효 기산점 산정 시 분쟁조정 절차에 소요된 기간을 제외하는 하도급법 개정안도 국회 본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개정안이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강준현·유영하·신장식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에 대한 정무위원회 대안이다. 하도급법 개정안은 강준현·유영하 의원 대표발의안에 대한 정무위 대안으로 처리됐다.

개정 공정거래법의 핵심은 공정위의 자료제출 의무 도입이다.
현행법은 불공정거래행위 피해자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낼 경우 법원이 공정위에 사건 기록 송부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가 이 요구에 응해야 할 명시적 의무는 없었다. 자료를 냈다가는 오히려 공정거래법상 비밀엄수의무(제119조) 위반 소지가 있어, 공정위가 보유 자료를 제공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개정안은 소송 당사자가 합리적 노력을 기울여도 증거자료 확보가 곤란한 경우 법원이 공정위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공정위는 사건처리 완료 후 이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자진신고 관련 자료, 공정위 작성 자료(의결서 명시 자료 제외), 타법상 비공개 자료, 영업비밀 자료 등은 예외로 뒀다. 법원 요구에 따라 자료를 낼 경우 비밀엄수의무 조항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영업비밀 자료라도 손해 입증에 꼭 필요하다고 법원이 판단하면 공정위는 이를 제출해야 한다. 대신 열람 대상 자료의 범위나 열람자를 제한할 수 있게 했고, 소송 중 영업비밀을 알게 된 자에게 소송 목적 외 사용·공개를 금지하는 비밀유지명령 제도도 함께 뒀다.
법원의 당사자 자료제출명령 제도도 손질했다. 명령 대상을 기존 '손해의 증명 또는 손해액 산정에 필요한 자료'에서 '위반행위의 증명에 필요한 자료'까지 넓혔다. 적용 범위도 기존 부당한 공동행위·불공정거래행위(부당지원 제외)·사업자단체 금지행위 관련 소송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손해배상청구소송 전반으로 확대됐다.
이번 개정으로 신고인이 공정위 처분 없이 종결된 사건(무혐의 등)에 대해 재조사를 요청할 수 있는 절차도 법제화됐다. 그간 재신고 사건의 재조사 여부는 공정위 고시인 사건절차규칙상 재신고사건심사위원회가 판단해왔는데, 설치 근거가 행정규칙에 그쳐 국민이 이를 알기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돼왔다. 개정법은 공정위가 무혐의 등으로 처분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그 사유를 신고인에게 문서로 통지하도록 하고, 신고인은 통지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재조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재조사요청 심사위원회가 타당성을 심의하며, 세부 절차는 대통령령에 위임했다.
하도급법 개정안은 공정거래법의 자료제출의무 도입 취지를 그대로 준용한다. 하도급법 위반 손해배상소송에서도 공정위의 법원 자료제출이 의무화되고, 당사자 자료제출명령 대상도 '위반행위의 증명에 필요한 자료'까지 확대된다. 이에 따라 하도급법 제35조의2부터 제35조의5까지 있던 별도 규정은 삭제되고, 공정거래법 제111조부터 제114조까지 조문을 준용하는 방식으로 정리됐다.
두 번째 축은 처분시효 합리화다. 현행 하도급법은 신고를 받아 조사를 개시한 사건의 시정조치·과징금 처분시효를 '신고일'부터 기산하도록 정하고 있다. 문제는 사건이 분쟁조정절차로 넘어가는 경우였다. 조정이 장기화되면 그 기간만큼 처분시효가 실질적으로 줄어드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분쟁조정에 소요된 기간을 처분시효 계산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조정이 길어져도 공정위 처분권이 시효로 소멸되지 않도록 막은 것이다. 다만 조정이 취하·각하되거나 소제기로 중지된 경우에는 그 기간을 원칙대로 처분시효 계산에 다시 넣기로 했다. 적법·유효하게 진행된 조정에 한해서만 처분시효 연장 효과를 인정하겠다는 취지다.
처분시효 기산점인 '신고일'은 '신고접수일'로 문구도 명확화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제72조 제1항)이 이미 '신고접수일'을 기산점으로 쓰고 있는 것과 맞춘 조치로, 법 적용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개정 법률은 시행일 이후 발생하는 사안부터 순차 적용된다. 공정거래법의 경우 자료제출명령 관련 규정은 시행 이후 손해배상청구 소가 제기되는 사건부터, 신고인 재조사요청 관련 규정은 시행 이후 공정위가 불처분을 결정하는 사건부터 각각 적용된다. 하도급법도 자료제출명령 규정은 시행 이후 제기되는 손해배상청구소송부터, 처분시효 관련 규정은 시행 이후 공정위가 조사를 개시하는 사건부터 적용된다.
두 법안 모두 정부 이송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되며, 공포일로부터 1년 후 시행된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