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의동 의원, ‘1㎞ 규제’ 손본다…고덕신도시 대형 유통시설 길 열리나

유의동 의원, ‘1㎞ 규제’ 손본다…고덕신도시 대형 유통시설 길 열리나

전통시장 직선거리 중심 규제에 ‘실제 생활권·접근성’ 반영…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대표발의
서정리시장-고덕 철도·하천으로 생활권 분리…전통시장 보호와 신도시 생활 인프라 확충 ‘균형’

[아이뉴스24 이윤 기자] 전통시장 보호를 위해 도입된 ‘반경 1㎞ 규제’가 실제 주민 생활권과 상권 구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관련 제도를 현실화하는 입법이 추진된다.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평택 고덕국제신도시의 대형마트와 복합쇼핑시설 등 유통 인프라 확충에도 새로운 여건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유의동 국회의원(경기도 평택시을)은 지난 15일 지방자치단체가 전통상업보존구역을 지정할 때 단순한 직선거리뿐 아니라 철도와 하천, 도로망 등으로 구분되는 주민의 실제 생활권과 접근성을 함께 고려하도록 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거리 중심 규제’에서 ‘생활권 중심 규제’로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기준을 보완하는 것​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전통시장이나 전통상점가의 경계로부터 1㎞ 이내 범위에서 전통상업보존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대규모 유통시설 진출로부터 보호하고 지역 유통산업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되면 대규모점포 등의 등록 과정에서 전통상업 보호 필요성을 고려한 제한이나 조건이 부과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나 복합쇼핑시설 등 대규모 유통시설의 신규 진입 여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제는 현행 기준이 지역의 지형이나 교통망, 주민 이동 경로, 실제 소비권역보다 물리적인 거리를 중심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평택 고덕국제신도시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평택시는 지난 2011년 서정리시장을 비롯한 관내 5개 전통시장 주변을 대상으로 시장 경계에서 직선거리 1㎞ 이내 지역을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과정에서 서정리시장과 직선거리상 1㎞ 이내에 포함되는 고덕국제신도시 일부 지역도 전통상업보존구역의 영향을 받게 됐다.

그러나 서정리시장과 고덕국제신도시는 단순한 지도상의 거리와 달리 실제 생활권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게 개정안을 추진한 배경이다.

두 지역 사이에는 경부선 철도와 서정리천 등이 자리하고 있고 행정구역과 교통 동선, 주민들의 소비·생활 패턴도 구분돼 있어 하나의 상권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역사회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대규모 택지개발을 통해 조성된 고덕국제신도시는 인구 유입과 도시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교육·교통·문화·쇼핑 등 생활 인프라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나 복합쇼핑시설과 같은 유통시설 확충에는 전통상업보존구역 규제가 변수로 작용해 왔다. 주민 입장에서는 도시 규모와 인구가 확대되는 것에 비해 생활편의시설 확충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불편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개정안은 전통시장 보호제도 자체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경쟁관계에 놓인 상권을 보호한다는 제도의 취지를 보다 정교하게 적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방자치단체가 전통상업보존구역을 지정할 때 시장과 대상 지역 사이의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철도·하천 등 지리적 단절 요소와 주민 이동 경로, 실제 접근성 및 생활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법률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지자체가 전통상업보존구역을 지정하거나 조정하는 과정에서도 보다 세분화된 판단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평택의 경우 향후 서정리시장 주변 전통상업보존구역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반경 1㎞ 여부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경부선 철도와 하천, 도로망, 주민들의 실제 이동 경로와 소비권역 등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고덕국제신도시 가운데 서정리시장과 실질적인 생활·상권이 분리됐다고 판단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전통상업보존구역의 범위를 조정할 가능성도 생긴다.

다만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고덕국제신도시에 대형마트나 복합쇼핑시설 입점이 곧바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전통상업보존구역 조정 여부와 대규모점포 등록 등은 관련 법령과 지자체의 행정절차, 개별 사업계획 등에 따른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

국민의힘 유의동 국회의원 [사진=유의동 의원실]

그럼에도 지역에서는 그동안 대규모 유통시설 유치 과정에서 제약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돼 온 전통상업보존구역의 적용 기준을 현실에 맞게 재검토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입법의 또 다른 쟁점은 전통시장 보호와 신도시 주민의 생활편의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점을 찾느냐다.

전통상업보존구역 제도의 근간인 지역 상권 보호 필요성을 유지하면서도 철도나 하천 등으로 사실상 상권이 분리된 지역까지 일률적으로 하나의 상권으로 판단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전국의 다른 신도시와 도시개발지역에서도 제기될 수 있는 문제다.

따라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평택 고덕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통시장 인근에서 대규모 택지개발이나 도시 확장이 이뤄진 다른 지역의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조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유의동 의원은 “전통시장을 보호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실제 생활권이 분리된 신도시까지 단순히 1㎞라는 직선거리만으로 같은 상권으로 묶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전통시장 보호라는 본래 목적은 지키면서 고덕국제신도시 주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편리하게 쇼핑하고 생활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부분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고덕국제신도시의 생활 인프라 확충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고덕국제신도시는 평택의 새로운 성장 중심지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인구 규모에 비해 생활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주민의 실제 생활권을 중심으로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고덕이 살기 좋은 완성형 신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끝까지 챙기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개정안의 관건은 전통시장 보호라는 기존 제도의 목적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변화한 도시 구조와 주민 생활권을 규제 기준에 얼마나 정교하게 반영할 수 있느냐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는 생활권과 접근성을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 지자체의 재량 범위, 기존 전통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둘러싼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 처리 결과에 따라 고덕국제신도시의 유통·생활 인프라 확충은 물론 전국 전통상업보존구역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평택=이윤 기자(uno2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