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과 협의 없이 美 리셉션 연 MBK·영풍, 이번엔 '석포 시스템·인력' 서한

고려아연과 협의 없이 美 리셉션 연 MBK·영풍, 이번엔 '석포 시스템·인력' 서한

프로젝트 크루서블 사전 협의 없는 행사 이어 후속 이메일·서한까지
“석포제련소 시스템·인력 활용 가능”…사업 주체 고려아연과 협의 없어
환경 논란 이어진 석포제련소, 미국 사업 연계 시 부담 우려

[아이뉴스24 양길모 기자] 고려아연의 미국 통합제련소 사업인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둘러싼 MBK파트너스·영풍 측의 미국 현지 행보가 잇따라 논란이 되고 있다.

고려아연과 사전 협의 없이 프로젝트 관련 미국 리셉션을 개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참석자들에게 후속 이메일과 서한을 보내 영풍 석포제련소의 운영 시스템과 인력 등을 프로젝트에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프로젝트 크루서블의 사업 주체가 고려아연인 만큼 실제 미국 제련소에 적용할 기술과 운영 시스템, 투입 인력 등을 결정하는 것은 고려아연의 경영·운영상 판단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고려아연 핵심 광물 미국 제련소 [사진=고려아연]

19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MBK 측은 지난 7월 9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프로젝트 크루서블 관련 리셉션을 개최했다. 당시 자신들을 고려아연의 '최대주주 그룹'으로 소개하며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과 협력 의사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직접 추진하는 고려아연과 사전 협의 없이 프로젝트 명칭을 내건 행사를 개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후 영풍·MBK 측은 당시 리셉션 참석자들에게 이메일과 서한을 보내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관리 시스템과 운영관리 체계, 인력 등을 프로젝트에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관계자들의 석포제련소 견학을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최대주주로서 프로젝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는 것과 실제 사업에 특정 제련소의 시스템과 인력을 활용하겠다고 외부에 설명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제련업계 관계자는 "실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라면 어떤 협의와 근거를 바탕으로 미국 관계자들에게 설명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석포제련소와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모두 아연을 생산하지만 사업 구조와 제련 공정에는 차이가 있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아연 제련을 중심으로 아연과 황산 등을 생산하는 반면,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아연·연·동 공정을 연계해 금·은 등 귀금속과 인듐·안티모니·비스무트 등 다양한 희소·전략금속을 회수하는 통합제련 체계를 갖추고 있다.

프로젝트 크루서블 쳇GPT 이미지화 [사진=챗GPT]

프로젝트 크루서블 역시 이 같은 온산제련소의 통합제련 역량을 미국에 구현하는 사업이다. 아연·연·동을 비롯해 금·은과 안티모니·인듐·비스무트·텔루륨·팔라듐·갈륨·게르마늄 등 총 12종의 금속과 반도체용 황산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단순한 아연 제련소가 아니라 여러 비철금속 공정을 연계해 다양한 금속을 회수하는 통합제련 플랫폼에 가깝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사업 주체인 고려아연과 구체적인 협의 없이 석포제련소의 시스템과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미국 측에 전달한 것을 두고 실현 가능성과 적정성을 둘러싼 의문도 제기된다.

석포제련소의 환경 논란이 미국 사업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석포제련소는 물환경보전법 위반 사건으로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아 올해 2월 26일부터 4월 24일까지 조업을 중단했으며, 토양·지하수 정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금융위원회로부터 충당부채 과소계상 등 회계처리기준 위반을 이유로 204억741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정치권에서도 석포제련소 이전이나 폐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고려아연 핵심 광물 미국 제련소 [사진=고려아연]

이런 상황에서 석포제련소의 시스템과 인력을 미국 프로젝트와 적극적으로 연결할 경우, 미국 현지에서 프로젝트의 환경성과 운영 역량에 대한 불필요한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고려아연은 지난 5일 영풍·MBK 측 주요 관계자들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영풍·MBK 측은 최대주주로서 미국 현지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한 정당한 활동이라는 입장이다.

/양길모 기자(dios102@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