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권영진 국민의힘 국회의원(대구 달서구병)이 이재명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대법관 인선 논란부터 대구·경북 행정통합특별법, 반도체 신규 팹, 군공항 이전까지 잇따라 거론하며 “특정 지역에 대한 편중과 대구·경북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 대한 역차별이 도를 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권 의원은 1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기회와 대우가 달라지는 나라에서는 국민통합도 진정한 균형발전도 불가능하다”며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국정운영 기조의 전면적인 전환을 촉구했다.

권 의원이 첫 번째로 꺼낸 것은 최근 대법관 임명 제청을 둘러싼 논란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신임 대법관으로 임명 제청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손 후보자의 이른바 ‘지역 향판’ 경력을 문제 삼은 데 대해 권 의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서울에서 근무하면 경력이 되고 지방에서 오랫동안 국민을 위해 재판하면 대법관이 될 수 없는 결격사유가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대구·경북에서 쌓은 법관 경력을 마치 흠결인 것처럼 폄훼하는 것은 해당 법관 개인을 넘어 지역 법조인들과 대구·경북 시·도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손 후보자가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사법연수원 교수, 대구지방법원장 등을 거쳤다는 점을 들며 “후보자의 자질과 판결을 검증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근무 지역을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논란의 범위를 사법부 인사에서 정부의 지역정책 전반으로 넓혔다.
대표적인 사례로 대구·경북 행정통합특별법을 지목했다.
권 의원에 따르면 대구·경북과 광주·전남, 대전·충남의 행정통합특별법은 지난 2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나란히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광주·전남 특별법만 통과하고 대구·경북 특별법은 보류됐다. 이후 광주·전남 통합특별법은 본회의 문턱까지 넘었지만 TK 통합법은 여전히 국회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권 의원은 “같은 행정통합인데 어떤 지역에는 길을 열어주고 어떤 지역에는 문을 닫아놓는 것이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균형발전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대구·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광역 행정통합 논의를 시작했음에도 결과적으로 뒤에 출발한 지역보다 늦어지는 상황을 맞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속도를 내고 있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도 도마 위에 올랐다.
권 의원은 정부가 광주 군공항 부지 약 250만 평을 호남권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정하고 군공항 시설 조기 이전과 전력·용수 공급 등 기반시설 조성에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추진하는 점을 거론했다.
반면 경북 구미는 오랜 기간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신규 팹 유치를 요구해왔음에도 제대로 된 경쟁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게 권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경북 구미 역시 오랜 기간 반도체 산업을 육성해 왔고 팹 유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지만 공정한 경쟁의 장조차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입지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수인전(水人電)’, 즉 용수·인력·전력을 제시했다.
권 의원은 “반도체 공장은 정치적 논리나 특정 지역에 대한 시혜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며 “국가의 미래가 걸린 첨단산업 입지는 안정적인 용수와 숙련 인력, 충분한 전력을 얼마나 경쟁력 있게 확보할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따져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공항 이전 정책을 둘러싼 지역 간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권 의원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광주 군공항 기능을 2028년까지 다른 군공항으로 임시 분산배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고 경북 예천과 충남 서산, 충북 충주 등이 대상 지역으로 거론되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광주 군공항 부지를 하루라도 빨리 비우기 위해 경북 예천을 비롯한 다른 지역으로 군 전력을 옮기는 계획에는 범정부적으로 속도를 내면서 정작 대구 군공항을 이전하기 위한 TK신공항은 재원조달 문제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광주 군공항 전력의 타 지역 분산배치는 단순한 지역개발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권 의원은 “수용 지역의 군사작전 여건과 소음·안전 문제, 대비태세 변화까지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며 “특정 지역의 산업정책을 앞당기기 위해 다른 지역에 부담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권 의원은 자신의 주장이 호남 발전을 반대하는 지역 간 대결 논리로 해석되는 데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광주·전남의 발전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호남도 발전해야 하고 충청도, 영남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특정 지역에 대해서는 대통령과 정부가 앞장서 법과 예산, 산업과 인프라를 총동원하면서 다른 지역에는 공정한 기회조차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균형발전은 어느 한 지역에 더 많이 주고 다른 지역의 몫을 빼앗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며 정부가 내세운 ‘5극3특’ 국가균형발전 전략 역시 지역과 정치적 지지 여부를 떠나 동일한 원칙과 기준 아래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향해 네 가지 조치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첫째 특정 지역 편중 논란에서 벗어나 모든 지역을 아우르는 실질적인 국토균형발전과 국민통합으로 국정운영 기조를 전환할 것, 둘째 국회에 계류 중인 대구·경북 행정통합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정부·여당이 적극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셋째 반도체 신규 팹 등 국가 첨단산업 입지를 정치적 고려가 아닌 용수·인력·전력 등 객관적 산업 경쟁력을 기준으로 결정하고 모든 지역에 공정한 유치 경쟁 기회를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넷째 광주 군공항 전력의 경북 예천 등 타 지역 임시 분산배치 계획을 군사적·지역적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검토하고, 대구 군공항 이전과 TK통합신공항 건설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인 정부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권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당시 약속한 ‘모두의 대통령’을 다시 끄집어냈다.
그는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기회와 대우가 달라져서는 대한민국의 통합도, 진정한 균형발전도 불가능하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약속했던 ‘모두의 대통령’은 말이 아니라 공정한 정책과 행동으로 증명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