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양길모 기자] 같은 비철금속 제련업을 주력으로 하는 고려아연과 영풍의 실적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고려아연은 올해 상반기 1조3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반면, 영풍은 400억원대에 그쳤다.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약 30배 차이다.
다만 영풍 역시 지난해 부진에서 벗어나 올해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양사의 실적 차이는 단순히 업황이나 아연 가격 때문이라기보다 제련소 가동률과 생산 품목, 핵심광물 회수 능력 등 사업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약 6조3730억 원, 영업이익은 약 587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 매출액 약 3조8250억 원, 영업이익 약 2590억 원보다 각각 66.6%, 126.8% 증가했다.
상반기 누적 연결기준 매출액은 12조4450억원, 영업이익 1조333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62.5%, 영업이익은 151.5% 늘어난 것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영업이익률도 6.9%에서 10.7%로 개선됐다.

고려아연의 강점은 단순히 아연을 많이 생산하는 데 있지 않다. 아연과 연뿐 아니라 은·금·동·인듐·안티모니·비스무트 등 다양한 금속과 핵심광물을 함께 회수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은 판매액이 약 4조108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0.4% 증가하면서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하나의 원료에서 여러 금속을 회수해 판매하는 만큼 특정 금속 가격이나 업황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원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제련소 가동률에서도 차이가 난다.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는 올해 상반기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며 생산을 이어갔다. 제련 과정에서 다양한 금속을 회수하는 데다 설비를 안정적으로 가동하면서 실적을 뒷받침했다는 평가다.

반면, 영풍은 지난해 부진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2분기 들어 실적 개선세가 크게 둔화됐다.
영풍의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7043억원, 영업이익 448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상반기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분기별 실적은 엇갈렸다.
지난해 2분기 941억원의 영업손실에서 올해 1분기 43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2분기에도 영업이익이 15억원으로 흑자 기조는 이어갔지만 급감했다.
지난해 2분기 94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흑자 전환이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올해 1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영풍의 2분기 실적 둔화 배경으로는 제련사업 수익성 둔화와 함께 주력 생산기지인 석포제련소의 가동률 하락 등이 거론된다.
영풍은 석포제련소를 중심으로 아연 제련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이에 따라 제련소 가동률과 아연 가격, 제련수수료(TC) 등 제련업황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반면 고려아연은 아연뿐 아니라 귀금속과 핵심광물 등으로 생산 품목을 확대, 제련 과정에서 다양한 금속을 회수할 수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히면서 수익원을 다변화한 것이다.
또한 주력 생산기지인 석포제련소 가동률이 지난해 연간 45.95%에서 올해 1분기 57.23%까지 높아졌지만 2분기에는 51.7%로 다시 낮아졌다. 지난해 조업정지 기간 대규모 보수·정비를 진행하면서 올해 생산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2분기 들어 가동률이 다시 떨어지면서 실적 개선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석포제련소를 둘러싼 환경 리스크도 변수다. 앞서 금융당국은 토양·지하수 정화비용 관련 회계처리를 문제 삼아 영풍에 약 20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정치권에서는 석포제련소 이전·폐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석포제련소가 낙동강 식수원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될 경우 영업 중단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여기에 서울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장형진 영풍 고문과 관련해 제기된 환경범죄단속법 및 토양환경보전법 위반 혐의 고발 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결정한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양길모 기자(dios102@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