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K바이오 기업들이 해외로 영토를 넓히는 가운데 현지 약국 채널 확대로 영업 기반을 넓히고 있다. 나라별로 전략은 다르지만 약국 채널을 직접 판매 활로이자 현지 의약업계와의 접점을 넓히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이 지난 5월 인수한 프랑스 기업 '지프레(Gifrer)'의 영업권 규모는 지분 취득일 기준으로 284억원 규모다.
영업권은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할 때 인수한 순자산의 공정가치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한 경우 그 차액을 나타내는 무형자산을 말한다. 점포로 치면 일종의 권리금과 같은 개념이다.
셀트리온이 지프레를 인수할 때 회사의 실제 자산 가격보다 더 얹어준 웃돈이 284억원이란 얘기다. 그만큼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5월 지분 100%를 인수한 지프레의 통합·정비 작업을 마무리했다. 지프레는 프랑스의 의약품 및 헬스케어 제품 판매 유통업체로 전역에서 9000여개의 약국 영업망과 800여개의 병원 공급망, 140여종의 일반의약품(OTC)·약국의약품(DM)·건강기능식품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지프레라는 약국 채널을 확보하면서 셀트리온은 프랑스 현지의 직접 판매 활로를 넓히게 됐다. 특히 프랑스를 비롯한 서유럽은 대체조제 적용이 확대되는 흐름이어서 셀트리온의 이번 인수가 더 주목된다.
대체조제는 동등성이 입증된 범위 안에서 환자가 처방받은 약을 다른 동등 의약품으로 바꿔 조제하는 방식을 말한다. 오리지널 대신 제네릭 또는 바이오시밀러로 조제하면 비용 절감 등과 같은 이점이 있는데, 약사의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의약품이라면 약사와의 접점이 중요하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영업망을 갖춘 지역 기업인 지프레의 인수로 프랑스의 대체조제 대응이 가능한 채널을 확보했다"며 "이번 인수로 유통 채널 확보와 함께 약사 네트워크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체조제가 먼저 시작된 프랑스에서 선제적으로 채널을 확보한 것"이라며 "유럽 각국의 처방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지프레를 키워가는 과정에서 유럽의 대체조제 확장 흐름이 가속화된다면 셀트리온의 프랑스 사업 모델을 다른 지역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약국 채널을 활용해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수 있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스킨큐어의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지피덤'(zipiderm)을 내년 초 프랑스 약국 유통망을 활용해 선보일 예정이다. 그동안 셀트리온 프랑스 법인이 구축한 의료진 네트워크와 지프레 약국 영업망을 결합해 바이오의약품과 헬스케어 제품 간 시너지를 발휘한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만이 아니다"…해외 약국 채널 인수 왜?
이처럼 해외로 뻗어나가는 K바이오 기업들 사이에서는 현지 시장 상황을 고려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각국의 현지 약국 채널을 인수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일반의약품 판매에 주력하는 동화약품은 해외에 대규모 '드럭스토어', 즉 약국과 편의점이 혼합된 형태의 영업망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동화약품은 2023년 베트남의 '중선파마(TRUNG SON Pharma)'를 보유한 'TS Care(TS Care Joint Stock Company)'를 인수했다. 2023년 말 동화약품의 지분은 51%였지만, 재무적 투자자가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지난 6월 말 기준 65%까지 늘어났다.
중선파마는 현재 베트남 전역에서 183개 매장을 운영하는 약품 유통 채널이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빠르게 성장하는 현지 의약품·건강·뷰티 시장에 발맞춰 해외 유통망을 확보하고 당사 대표 제품들의 확대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 목표"라며 "현재 중선파마를 통해 판매 중인 동화약품 제품은 까스활, 홍삼골드 드링크, 설하멜팅정 등이며, 제품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다수 제품의 현지 허가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전략적으로 회사의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채널로 약국을 활용하는 셈이다.
다만 동화약품은 아직 베트남에서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지배기업 소유주지분 기준으로 당기순손실이 34억7000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 기준 당기순손실 40억7000만원에 비해서는 줄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지금은 상품 포트폴리오 조정, 매장 운영 시스템 개선, 비용 구조 정비 등을 통해 중장기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단계로, 기존 약국 체인 사업의 안정화와 함께 드럭스토어·H&B 성격을 결합한 새로운 리테일 모델도 검토 중"이라며 "상품 포트폴리오 조정, 판매 역량 강화 및 운영 효율화가 더욱 확실하게 자리를 잡으면 빠르게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