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동선을 그늘로 연결"…서울시, '그늘보행권' 도입

"생활 동선을 그늘로 연결"…서울시, '그늘보행권' 도입

가로수·캐노피·차양막으로 연속적인 그늘 축 조성
내년까지 시범사업…2028년부터 서울 전역으로 확대
오세훈 "폭염은 일상적인 재난…도시가 '그늘' 챙겨야"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 그늘보행권 선언 기자설명회'에서 발언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김한빈 기자] 매년 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시가 시민들의 생활 동선을 그늘로 연결하는 '그늘보행권'을 선언하고 도시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도입한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시민과 관광객의 이용이 많거나, 그늘이 특히 부족한 생활가로 10곳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한 뒤 2028년부터 서울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9일 서울시청에서 '서울 그늘보행권 선언 기자설명회'를 열고 "그늘을 일부 장소에서만 누리는 편의시설이 아니라 누구나 당연히 그늘을 항상 누릴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며 이같은 내용의 그늘보행권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오 시장은 "우리가 매일 오가는 길 위가 폭염에 가장 취약한 공간"이라며 "그나마 있는 그들도 시민이 걷는 길을 따라 이어지지 않고 중간중간 끊겨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폭염이 일상적인 재난이 된 지금 시민이 걷는 그늘도 이제는 도시가 챙겨야 한다"며 "출근길과 통학길은 물론 시민과 병원을 오가는 길까지 누구나 그늘을 따라서 안심하고 걸을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사가 있는 생활가로(상단)와 청계천 여가가로(하단)의 보행 그늘 조성 전(왼쪽)과 후(오른쪽)를 나타낸 이미지. [사진=서울시]

그늘보행권은 시민이 일상적인 보행 동선에서 일정 수준의 그늘을 끊김 없이 누릴 수 있게 도시 공간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정책 개념이다. 나무나 그늘막의 개수가 아니라 시민이 걷고 기다리고 쉬는 동안 실제 그늘의 면적과 지속시간, 연결성을 기준으로 삼는다.

시는 온열질환 발생 양상을 들며 이동 중 그늘 확보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2023~2025년 서울 온열질환자 815명 가운데 길가에서 발생한 환자의 비율은 31.4%로 가장 높았다.

시는 지난해 7월 2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서울 보도 6만7029곳, 총 4031㎞를 1m 단위로 나눠 시간대별 햇빛 노출 여부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서울 보도의 평균 햇빛 노출시간은 4시간21분이었다. 전체 구간의 27.6%는 6시간 이상 햇빛에 노출됐다.

평균 그늘 비율은 44.4%로 건물 그늘이 29.2%, 가로수 그늘이 15.2%를 차지했다. 시는 정오 무렵 건물 그늘이 짧아질 때 가로수가 부족한 그늘을 보완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시는 도시기본계획과 생활권계획에 그늘보행권을 반영하고, 지구단위계획·정비사업·공공건축사업 등 실제 공간을 바꾸는 사업에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등 제도화에 나선다.

아울러 그늘 길 조성을 위한 3단계 전략도 추진한다. 그늘이 필요한 곳을 정확히 '찾고', 장소의 여건에 맞게 '만들고', 시민의 일상 동선을 따라 끊김 없이 '잇는'다는 방침이다.

우선 햇빛 노출시간과 시민의 실제 보행 동선을 함께 분석해 그늘 확충이 시급한 곳을 찾는다. 단순히 햇빛이 강한 곳만 고르는 것이 아니라 보행자 수와 고령자 등 폭염 취약계층의 이용 정도, 야외 대기시간, 시설 설치 가능성과 개선 효과를 종합해 우선순위를 정한다.

그늘 조성은 장소의 넓이와 이용 방식에 맞게 조성한다.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곳에는 자연 그늘을 우선 확보하고, 지하 시설물이나 좁은 보도 등으로 나무를 심기 어려운 곳에는 계절형 차양과 캐노피, 어닝, 소규모 쉼터를 설치한다.

개별 시설은 주요 생활공간과 연결해 생활권 그늘 길로 이을 계획이다. 주거지와 지하철역, 학교, 시장, 병원, 공원 등을 잇는 연속적인 그늘 축을 조성해 집 밖을 나선 순간부터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뜨거운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인다는 목표다.

또 그늘의 면적과 지속 시간 연결 정도를 미리 분석하는 서울형 보행 그늘 시뮬레이션도 시행한다. 그늘막이나 나무를 몇 개 설치했는지가 아니라, 시민이 실제로 얼마나 넓은 그늘을 얼마나 오래 끊김 없이 누릴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겠는 취지다.

G밸리(구로·가산디지털단지) 활력가로의 보행 그늘 조성 전(왼쪽)과 후(오른쪽)를 나타낸 이미지. [사진=서울시]

시는 내년까지 시민과 관광객 이용이 많거나, 그늘이 부족한 생활가로 10곳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대상지는 햇빛 노출시간과 보행자 수, 고령인구, 그늘 단절 정도, 시설 설치 가능성을 종합해 선정한다. 시범사업 대상지는 내달 중 공모를 통해 선정할 예정이다.

시는 시범사업을 통해 넓은 보도와 좁은 보도, 경사로 등 서로 다른 여건에 맞는 그늘 조성 방식을 적용한 뒤 사업 전후의 그늘 면적과 체감온도, 시민 이용률과 만족도를 측정한다. 효과가 확인된 방식은 표준모델로 만들고, 미흡한 시설은 보완해 2028년부터 서울 전역으로 확대한다.

오 시장은 "그동안 서울시는 정원도시 서울을 통해서 도시 곳곳에 총 1315군데 82만㎡ 규모의 녹색 공간을 새롭게 만들어 왔다"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개별 공원과 정원 그늘막이라는 점을 시민이 매일 걷는 생활 동선이라는 선으로 연결해 서울의 보행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꿔 나가겠다"고 피력했다.

/김한빈 기자(gwnu20180801@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