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조영훈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이 대구 달성군 현풍에 들어서는 국가로봇테스트필드를 단순한 로봇 실증시설이 아닌 수도권 로봇기업과 부품기업을 대구로 끌어들이는 ‘글로벌 로봇 수출허브’로 키우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과거 현대로보틱스 유치가 지역의 완결된 로봇산업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지지 못했던 한계를 되풀이하지 않고, 이번에는 부품 공급망부터 실증·인증, 물류와 수출까지 하나로 연결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구상이다.

조 원장은 18일 오전 대구아트파크에서 열린 대구·경북 중견언론인 모임 사단법인 아시아포럼21 릴레이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대구·경북 로봇산업의 미래 비전과 국가로봇테스트필드 활용 전략을 밝혔다.
조 원장은 이날 대구 로봇산업의 과거를 냉정하게 짚었다.
그는 “현대로보틱스 유치에서 아쉬운 부분은 부품망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부품 산업 생태계를 끌고 왔어야 하는데 현대중공업에서 현대로보틱스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현대로보틱스만 유치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기업 하나를 유치하는 데 그쳐서는 지역 산업의 체질을 바꾸기 어렵다는 의미다.
조 원장은 이어 “산업 생태계를 끌고 와야 한다. 그래서 국가로봇테스트필드를 그런 식으로 모아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국가로봇테스트필드는 첫 단추”라고 강조했다.
핵심은 수도권에 몰려 있는 로봇기업을 대구로 움직이게 할 만한 확실한 유인을 만드는 것이다.
조 원장은 “국내 로봇기업의 70~8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며 “수도권에 있는 기업을 대구로 어떻게 유치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풍의 국가로봇테스트필드가 로봇기업을 다시 하나로 모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2028년 12월 완공을 예상하는 국가로봇테스트필드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조 원장이 내놓은 해법은 국가로봇테스트필드의 기능 자체를 확장하는 것이다.
로봇을 가져와 시험하고 인증받은 뒤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가는 구조라면 기업을 대구에 붙잡아 둘 수 없다는 판단이다.
그는 “실증 공간만 가지고는 수도권 로봇기업이 안 온다. 사람의 정주 조건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정주 조건도 필요하다”며 “그래서 실증이 아닌 수출허브로 바꿔야겠다는 콘셉트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상은 구체적이다.
국가로봇테스트필드에서 제품을 실증하고 인증받은 뒤 인근 보세창고에 보관하고, 항공화물 노선과 연결해 해외로 곧바로 수출하는 ‘실증→인증→보관→물류→수출’ 원스톱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지금은 실증과 인증을 한 제품을 다시 수도권으로 가져가야 한다”며 “그러지 말고 보세창고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공항에 화물노선을 만들고 인증된 제품을 보세창고에서 곧바로 실어 나를 수 있다면 기업이 모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세계적 규모의 테스트필드 경쟁력을 기업 유치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전략이 현실화할 경우 국가로봇테스트필드는 단순한 국가 연구·실증 인프라를 넘어 대구 로봇산업 생태계를 재편하는 산업 플랫폼으로 역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조 원장은 로봇산업의 범위를 대구에만 가둬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대구의 기계산업과 완제품 실증 역량에 구미의 전자·IT 제조기반을 연결하면 대구·경북이 상호 보완적인 로봇산업 벨트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그룹의 구미지역 로봇사업 집중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구미의 탄탄한 전자·IT 인프라와 로봇산업이 결합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대기업이나 수도권 앵커기업 유치에 앞서 지역 스스로 명확한 산업육성 로드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 원장은 단순히 산업용지를 제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실증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하고, 양산과 파운드리 체계를 어떻게 구축하며, 부품 공급망을 어떤 방식으로 연결할 것인지까지 담긴 구체적인 산업 청사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기업 하나 데려오기’가 아니라 대구와 구미를 하나의 로봇산업 가치사슬로 묶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조 원장은 산업의 디지털 전환(DX)과 인공지능 전환(AX)에 이어 이제는 ‘로봇 전환(RX·Robot Transformation)’을 준비해야 한다는 화두도 던졌다.
AI가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영역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로봇이라는 물리적 플랫폼과 결합해 제조·물류·서비스 현장에서 직접 움직이고 생산성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역시 국가 정책과 기업, 지역 산업을 연결하면서 이 같은 전환을 실제 산업 현장에서 구현하는 실행 거점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글로벌 수출허브 구상에는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공항 접근성이다.
조 원장은 대구경북신공항이 군위·의성으로 이전할 경우 현풍 국가로봇테스트필드에서의 접근성이 현재 김해공항보다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국가로봇테스트필드의 지리적 위치가 조금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며 “신공항이 군위로 넘어가면 김해공항보다 멀다”고 지적했다.
이어 “로봇기업들이 김해공항을 이용하게 된다면 문제가 될 수 있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국가로봇테스트필드를 글로벌 수출허브로 완성하려면 실증·인증 인프라 구축만으로는 부족하고 보세물류와 항공화물망, 교통 접근성까지 하나의 산업 인프라로 설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조 원장의 이날 발언은 대구 로봇산업 전략의 방향을 ‘시설 건립’에서 ‘기업이 실제로 모이는 생태계 구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압축된다.
특히 과거 앵커기업 유치 이후 후속 산업 생태계를 충분히 만들지 못했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국가로봇테스트필드를 수도권 기업 유치와 부품 국산화, 대구·구미 산업 연계, 글로벌 수출까지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2028년 현풍에 문을 열 국가로봇테스트필드가 또 하나의 대형 국책시설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수도권에 집중된 대한민국 로봇산업의 지도를 대구·경북으로 끌어내리는 ‘첫 단추’가 될 것인지가 향후 TK 로봇산업의 최대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