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영 기자] 전북 남원시가 구 남원역사 철거에 착수하면서 오랜 기간 추진해 온 만인공원 조성사업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갔다.
철거를 두고 일부에서는 시민들의 추억이 담긴 공간을 보존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나오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현재 건물이 최초 남원역사가 아닌 만큼 역사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따져보고 도심 연결과 공원 조성을 위해 새로운 공간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원시는 구 남원역 일원 8만 2635㎡에 총사업비 약 304억 원을 투입해 역사·문화·생태 기능을 갖춘 도심 중심공원인 '만인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만인의총과 남원읍성, 광한루원 등 주변 역사문화 자원을 하나의 축으로 연결해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구 남원역사 철거 문제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사안은 아니다. 남원시는 지난 10여 년간 주민공청회와 설명회, 공모전 등을 거치며 사업계획을 추진해 왔다는 입장이다.
특히 올해 3월에는 춘향문화예술회관에서 구 역사와 플랫폼 철거 여부 및 활용방안을 놓고 별도의 시민공청회를 열어 찬반 의견을 수렴했다. 당시에도 역사적 교육 공간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과 남원읍성 복원 및 공원 조성을 위해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 맞섰다.
철거 대상 건물의 역사적 가치도 쟁점 가운데 하나다. 남원시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인 1931년 세워진 최초 남원역사는 한국전쟁 당시 소실됐으며, 최근까지 남아 있던 건물은 1986년 새로 지어진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시는 국가유산 관련 전문가 자문 등을 토대로 현재 건물의 건축적 보존 가치가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철거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은 하나로 모이지 않는다.
일부 시민들은 주말 사이 철거가 진행된 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며, 구 남원역이 문화재 지정 여부와 별개로 시민들의 삶과 추억이 쌓인 공간이라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보존과 활용 방안을 찾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현이 남원시의원 역시 SNS를 통해 "이번 사안은 단순히 보존이냐 철거냐의 이분법적인 문제가 아니다"며 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시민과의 소통이 충분했는지를 되짚어봐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반면 철거 필요성에 공감하는 시민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재 건물이 최초 남원역사가 아닌 만큼 보존 가치를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구 역사와 철도 부지가 도심 공간 활용과 보행 동선, 경관 개선에 제약이 된다면 철거 후 시민광장과 공원, 보행공간 등을 연계하는 것이 장기적인 도시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남원시는 만인공원을 단순한 공원 하나를 만드는 사업이 아니라 남원읍성 북문 복원과 원도심 역사문화 공간을 연결하는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과거 시민공청회에서도 시는 구 역사 건물이 공원의 중심부에 위치해 남원읍성 북문 경관과 공원 공간 구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철거 필요성의 하나로 제시했다.

다만 건물이 철거된다고 해서 옛 남원역의 흔적까지 모두 없애겠다는 것은 아니라는 게 남원시의 설명이다.
시는 공원 안에 플랫폼 일부를 2~3경간 규모로 재설치하고 급수탑과 구 역사 미니어처를 제작하는 한편, 기존 철도 레일을 연계해 옛 남원역의 장소성을 재현할 계획이다. 시민들의 삶과 철도생활사 역시 디지털 아카이브 등을 통해 기록·보존한다는 방침이다.
사업 일정과 확보된 예산도 시가 철거를 더 늦추기 어렵다고 판단한 배경이다.
현재 구 남원역 일원에서는 304억 원 규모의 만인공원과 100억 원 규모 생태공원, 330억 원 규모 남원읍성 및 북문 복원 등 총 734억 원 규모의 연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남원시는 올해 착공하지 못할 경우 이미 확보한 국비 38억 원과 도비 50억 원 등 총 88억 원을 반납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오는 9월 말까지 철거를 마치고 11월 말까지 매장유산 발굴조사를 완료한 뒤 내년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2028년 만인공원을 시민들에게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구 남원역을 둘러싼 논쟁은 '철거냐 보존이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공간에 과거의 기억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질 전망이다. 건물 자체는 사라지더라도 철도와 플랫폼, 시민들의 생활사를 새롭게 조성되는 공원에 얼마나 충실하게 담아내느냐가 만인공원의 역사성을 평가하는 또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충모 남원시장은 "옛 남원역에 새겨진 시민들의 삶과 철도생활사는 디지털 아카이브 등으로 더욱 충실히 기록·보존하겠다"며 "국·도비 반납 없이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만인공원을 온전히 시민 품으로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전북=최영 기자(press1400@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