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화려한 전당대회 뒤 골목의 한숨…민주당은 ‘민생 정당’의 본질을 잊었나

[기자수첩] 화려한 전당대회 뒤 골목의 한숨…민주당은 ‘민생 정당’의 본질을 잊었나

[아이뉴스24 이윤 기자] 정치의 무대에서는 음악이 흘렀지만 골목에서는 한숨이 흘렀다. 거제와 통영 등 집중호우 피해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걱정해야 했다.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이 화려한 전당대회의 조명을 끄고 다시 바라봐야 할 곳은 무대가 아니라 국민의 삶이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누구를 위해 존재한다고 말해왔는지, 그 정당의 색채와 본질부터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 전당대회를 지켜보면서 한 가지 질문이 남았다.

경기 침체를 호소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하루 매출을 걱정하고 있고 거제와 통영 등에서는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로 주민들의 시름이 깊어진 상황에서 집권여당의 화려한 축제는 국민에게 어떻게 비쳤을까

전당대회는 정당의 축제다.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고 당원들의 결속을 다지며 앞으로 당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정치 행사다. 공연과 응원, 축제 분위기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당원들이 정치 과정에 참여하고 함께 즐기는 것 역시 민주주의 정당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러나 여당의 전당대회는 당원들만의 축제로 끝날 수 없다.

특히 경제와 민생이 어렵고 자연재해까지 겹친 시기라면 국민이 바라보는 것은 무대의 화려함이 아니라 그 무대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어떤 해답이 나왔느냐다.

지금 골목의 분위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6월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BSI)는 63.6으로 전월보다 4.4포인트 하락했고 7월 전망 BSI 역시 77.3으로 떨어졌다. 전통시장 7월 체감 BSI도 70.7에 그쳤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소상공인의 59.8%가 하반기 사업 여건이 상반기보다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 호전을 예상한 응답은 8.3%에 불과했다.

통계는 숫자로 끝나지만 골목의 현실은 숫자로 끝나지 않는다.

매출 감소는 임대료와 대출이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직원 월급과 카드대금, 세금 납부일은 장사가 되지 않는다고 기다려주지 않는다. 소상공인에게 경기지수 몇 포인트의 하락은 단순한 경제지표가 아니라 이번 달을 버틸 수 있느냐의 문제다.

여기에 최근 거제와 통영 등에서는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까지 발생했다. 피해 규모와 구체적인 상황은 관계기관의 집계와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주민들에게는 침수된 집과 상가, 망가진 시설 하나하나가 곧 생계와 일상의 문제다.

비가 그쳤다고 재난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물이 빠진 자리에는 복구가 남는다. 젖은 가재도구를 꺼내야 하고 망가진 시설을 다시 세워야 한다. 영업을 하지 못한 상인은 생계까지 걱정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의 화려한 무대와 춤, 축제 장면이 국민에게 다소 낯설거나 불편하게 받아들여졌다면 민주당은 그 이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치의 무대에서는 음악이 흐르는데 골목에서는 한숨이 흐르고, 다른 한편에서는 수해를 입은 주민들이 젖은 삶의 터전을 정리하고 있다.

이 온도 차를 정치가 읽지 못한다면 문제는 전당대회의 공연 몇 장면에 그치지 않는다.

정치의 감각이 국민의 현실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경고일 수 있다.

물론 전당대회의 일부 장면만을 근거로 민주당이 민생과 재난을 외면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과 당권 주자들이 전통시장과 민생 현장을 찾아 목소리를 듣는 행보를 이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집권여당이라면 그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을 스스로에게 적용해야 한다.

야당의 전당대회가 당의 지도부를 구성하는 내부 정치행사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둘 수 있다면 여당의 전당대회는 앞으로 국정을 어떻게 이끌겠다는 것인지 국민에게 보여주는 메시지의 장이어야 한다.

누가 대표가 됐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새 지도부가 국민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다.

화려한 군무보다 자영업자의 연체 부담을 어떻게 낮출 것인지가 궁금하다. 축하 공연보다 폐업 직전에 놓인 소상공인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가 절실하다.

임대료와 인건비, 원재료비와 대출이자에 짓눌린 영세사업자에게 어떤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인지, 소비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에 어떻게 활력을 불어넣을 것인지가 여당 정치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집중호우 피해지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거제와 통영을 비롯한 피해 현장에서 주민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살피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피해 조사와 복구 지원이 지체되지 않는지 점검해야 한다.

현장 방문도 사진 한 장을 남기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피해 주민에게 실제 지원이 도달하는 마지막 단계까지 챙기는 것이 집권여당의 역할이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민주당은 한 가지를 더 돌아봐야 한다.

민주당의 색채는 무엇이며 민주당이라는 정당의 본질은 어디에 있는가.

민주당은 오랫동안 민주주의와 인권, 사회적 약자의 보호, 서민과 중산층의 삶, 노동자와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자신의 중요한 정치적 가치로 내세워왔다.

그 역사와 노선을 어떻게 평가하든 적어도 민주당 스스로 국민에게 강조해 온 정당의 정체성은 분명했다.

그렇다면 집권여당이 된 지금 그 색채가 권력과 화려한 정치 이벤트 속에서 희미해져서는 안 된다.

정당의 색깔은 현수막의 색으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어려운 순간 누구의 곁에 서느냐로 증명된다.

전통시장 상인이 힘들 때 그 옆에 있는가

폐업을 고민하는 자영업자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가

폭우로 집과 가게가 침수된 주민에게 가장 먼저 달려가고 있는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하루하루 버티는 서민에게 실질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는가

이 질문에 국민이 ‘그렇다’고 답할 수 있어야 민주당이 강조해온 민생 정당의 정체성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권력을 잡기 전 민생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정치의 진짜 시험은 권력을 가진 뒤 시작된다.

야당일 때는 정부를 향해 “서민을 살펴라”고 요구할 수 있다. 여당이 된 뒤에는 요구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투입하며 행정부를 움직여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야당의 민생은 요구일 수 있지만, 여당의 민생은 결과여야 한다.

바로 이것이 지금 민주당에 요구되는 가장 무거운 책임이다.

‘원팀 민주당’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당내 갈등을 줄이고 지도부를 중심으로 결속하는 것 역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과 원팀’이 되는 것이다.

당원들끼리 맞잡은 손이 전통시장 상인의 거칠어진 손과 이어져 있는지, 수해 현장에서 젖은 가재도구를 꺼내고 있는 주민의 손까지 잡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정치인이 무대에서 웃고 춤추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문제는 국민이 웃기 어려운 순간에 정치가 그 무게를 얼마나 함께 짊어지고 있느냐다.

전당대회가 끝나면 조명은 꺼진다. 음악도 멈추고 화려했던 무대 역시 철거된다.

하지만 국민의 삶은 다음 날에도 계속된다.

손님이 없어도 월세는 나간다. 매출이 줄어도 대출이자는 빠져나간다. 장사가 안돼도 직원의 월급날은 돌아온다.

수해 현장 역시 비가 멈춘 뒤부터 더 긴 복구가 시작된다.

그래서 집권여당의 축제는 국민의 현실과 너무 멀리 떨어져서는 안 된다.

정치가 국민보다 먼저 웃기보다 국민이 다시 웃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먼저다.

새롭게 출범한 민주당 지도부가 가장 먼저 새겨야 할 대목도 여기에 있다.

새 지도부의 성공 여부는 전당대회의 흥행이나 당내 지지율, 계파 간 세력 구도로만 평가받지 않을 것이다.

국민에게는 당권보다 먹고사는 문제가 먼저이고, 정치적 승패보다 내 가족의 안전이 먼저다.

소상공인의 금융 부담을 얼마나 줄였는지, 골목상권의 소비를 얼마나 되살렸는지, 폐업한 자영업자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다리를 얼마나 만들었는지, 집중호우 피해 주민들을 얼마나 신속하게 일상으로 돌려보냈는지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것이다.

민초(民草)는 선거가 다가올 때 찾는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권력을 얻기 전 가장 많이 불렀던 이름이 ‘민생’이었다면 권력을 가진 뒤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이름 역시 민생이어야 한다.

민주당이 자신의 색채와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화려했던 전당대회는 끝났다.

이제 민주당이 보여줘야 할 것은 더 큰 무대도, 더 화려한 퍼포먼스도 아니다.

불 꺼진 상가에 다시 불이 켜지고, 빈 테이블에 손님이 돌아오며, 수해를 입은 주민이 하루라도 빨리 집과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정치다.

새로운 민주당 지도부가 당원만 바라보는 지도부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더 세심하게 살피는 지도부가 되길 바란다. 말보다 정책을, 구호보다 집행을 앞세우고 무엇보다 서민과 소상공인, 재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먼저 바라보는 ‘민생을 더 돌보는 집행부’​가 돼야 한다.

그것이 민주당이 스스로 강조해 온 정치적 색채를 지키는 길이고 집권여당으로서 자신의 본질을 증명하는 길이다.

전당대회의 진짜 성적표는 행사장의 박수 소리가 아니다.

전당대회가 끝난 뒤 골목의 한숨을 얼마나 줄였는가. 수해를 입은 국민을 얼마나 빨리 일상으로 돌려보냈는가 그리고 권력을 가진 뒤에도 민주당이 자신들이 말해온 ‘민생 정당’의 본질을 얼마나 지켜냈는가

국민이 민주당의 새 지도부에 매길 진짜 점수는 바로 거기에서 시작될 것이다.

/수원=이윤 기자(uno2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