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e스포츠가 '보는 콘텐츠'에서 '사는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채택과 글로벌 팬덤 확대를 계기로 패션·뷰티·유통업계가 e스포츠 구단과의 협업에 잇따라 나서며 새로운 소비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는 SPA 브랜드 스파오는 최근 한화생명e스포츠(HLE)와 협업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유니폼 반팔 티셔츠를 비롯해 후드 집업, 베이직 반팔 티셔츠, 파자마, 장패드 등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을 함께 구성했다.
이번 협업에서 눈에 띄는 것은 여성 소비자의 구매력이다. 한화생명e스포츠 협업 상품 매출의 약 60%가 여성 고객에게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e스포츠와 게임 콘텐츠의 주 시청층은 남성이라는 통념과 달리 실제 상품 구매에서는 여성 팬덤의 영향력이 상당했던 셈이다.
실제 스파오의 이 같은 지식재산권(IP) 협업 사업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IP 콜라보 상품 매출은 2024년 전년 대비 30% 증가한 데 이어 2025년에도 28%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하며 성장폭을 더욱 키웠다.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에 집중했던 IP 협업 범위를 스포츠와 게임 등으로 넓힌 전략이 매출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른 유통업체들도 e스포츠 팬덤의 구매력을 확인하고 협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는 글로벌 e스포츠 구단 T1과 협업한 굿즈 컬렉션 '모먼츠 오브 T1'을 단독 출시했다. 해당 상품 출시 기념 프로모션에서 판매 시작 30분 만에 억대 거래액을 달성했다.
에이블리는 e스포츠 팬덤을 뷰티 영역으로도 확장했다. 최근 T1과 협업해 클리오, 에뛰드, 바닐라코 등 입점 뷰티 브랜드 13곳의 상품 14종을 선보였다. T1 로고와 선수단 친필 사인, 선수별 애니멀 캐릭터 등을 패키지에 적용해 기존 팬덤을 화장품 구매로 연결했다.
백화점 업계에서도 e스포츠 IP를 활용한 오프라인 소비가 등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6월 26일부터 7월 12일까지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에서 글로벌 e스포츠 구단 젠지(Gen.G) 단독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e스포츠 팬덤이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도 유통업계가 시장성을 높게 보는 배경이다. 오는 9월 일본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는 리그오브레전드(LoL)가 2회 연속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한화생명e스포츠가 지난 6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한 팬 행사에서는 3600석이 전석 매진됐다.
시장 자체도 성장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5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2022년 2383억원에서 2023년 2569억5000만원, 2024년 2872억1000만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e스포츠 팬덤은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와 구단을 적극적으로 소비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스포츠 팬덤과 유사하면서도 젊은 소비층과 글로벌 확장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