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양길모 기자] 영풍 석포제련소의 낙동강 카드뮴 오염 의혹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에 대한 경찰 수사가 다시 시작된다.
지난해 서울 강남경찰서가 장 고문을 직접 조사하지 않은 채 불송치 결정을 내렸지만, 수사심의위원회가 재수사를 결정하면서 사건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으로 넘어갔다.
이번 재수사의 핵심은 장 고문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영풍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했는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14일 경찰과 업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11일 장 고문의 환경범죄단속법 및 토양환경보전법 위반 혐의 고발 사건에 대해 각각 재수사를 결정했다. 특히 집중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사건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으로 이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해 12월 장 고문에 대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경찰은 장 고문이 2015년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이후 영풍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직 당시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났고, 관련 혐의로 기소된 영풍 전·현직 임직원들이 무죄를 확정받은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하지만 영풍 석포제련소 봉화군주민대책위원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은 반발했다. 장 고문을 직접 소환해 조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배력이나 관여 정도를 판단한 것은 수사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이들이 수사심의를 신청했고, 수심위가 재수사를 결정하면서 경찰은 장 고문의 역할과 책임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장 고문이 대표이사였느냐가 아니라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에도 영풍의 주요 의사결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는지가 관건이다.
장 고문은 2015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지만 현재도 영풍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기업집단 영풍의 동일인으로도 지정돼 있다.
이에 따라 광수단은 장 고문이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이나 정화 문제를 보고받았는지, 오염 방지와 정화에 필요한 투자 및 대응 방침을 결정하는 과정에 관여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석포제련소의 환경 문제를 단순히 과거 특정 시점에 발생한 사건으로 볼 것인지, 오염과 정화 의무가 계속 이어진 사건으로 볼 것인지도 수사 과정에서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석포제련소의 낙동강 카드뮴 오염 의혹이 이번에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환경부 조사에서는 석포제련소 인근 하천과 지하수에서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카드뮴이 검출됐고, 제련소 주변 토양에서도 카드뮴 오염이 확인됐다. 환경부는 이를 근거로 영풍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영풍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2월 영풍의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석포제련소의 이중옹벽 누수 흔적과 바닥 균열, 카드뮴이 포함된 물이 낙동강으로 유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영풍 내부 문건 등을 근거로 카드뮴이 낙동강으로 유출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환경오염 사실이 인정됐다고 해서 장 고문의 형사책임까지 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관련 혐의로 기소된 영풍 전·현직 임직원 7명은 지난해 7월 무죄가 확정됐다. 재판부는 오염 가능성과 별개로 구체적인 카드뮴 유출 경로와 피고인들의 고의 등을 형사책임으로 인정하기에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번 재수사에서도 ‘석포제련소에서 오염이 발생했는가’보다는 ‘장 고문이 해당 문제를 알고 있었고, 이를 관리·결정할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했는가’가 보다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영풍의 환경 관련 회계처리 문제까지 불거진 만큼 경찰 수사 과정에서 관련 자료가 들여다보일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6월 영풍이 2021~2024년 토양정화 관련 충당부채를 일부 인식하지 않거나 과소계상했고, 석포제련소 조업정지에 따른 손상차손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금융위원회는 이후 영풍 법인에 약 204억원의 과징금과 전 대표이사 해임권고 등의 제재를 의결했다. 영풍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양길모 기자(dios102@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