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엔 과징금·국토부엔 권고만…청도역 사고 "직접원인 현장 안전조치 미이행"

코레일엔 과징금·국토부엔 권고만…청도역 사고 "직접원인 현장 안전조치 미이행"

항철위, 사상사고 직접원인 현장 작업자 안정조치 미이행 지목
국토부는 재발방지 권고 대상으로만 등장
국토부 2018년 안전대책 실효성엔 심사 없어…"설계 책임 논의 빠졌다"

[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경부선 남성현~청도역 작업자 사상사고를 둘러싼 두 건의 정부 조사·처분에서, 정작 안전대책을 설계한 국토교통부에 대한 책임 논의는 구조적으로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9일 철도안전 행정처분심의위원회를 열고 코레일에 과징금 5억4000만원을 부과했다. 작업자가 선로를 이동할 때 열차를 마주 보며 선로 바깥쪽으로 이동하도록 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사망자가 2명 발생한 점을 고려해 기본 과징금(3억6000만원)에서 50%를 가중했다.

이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도 13일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직접적인 사고원인을 현장 작업 관계자의 부적정한 이동 경로 설정과 안전조치 미이행으로 특정했다. 두 조사 모두 사고의 직접 책임을 현장과 코레일 쪽에 두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항철위는 재발방지를 위한 안전권고 9건 중 3건을 국토부에 냈다. △2018년 수립된 '열차 운행선로 인접 작업 안전대책'의 이행 실태를 전면 재점검해 재수립할 것 △철도운행안전관리자가 용역·공사 수행사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인 안전 통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 △작업책임자의 지정 및 자격 요건, 교육 기준을 마련할 것 등이다.

이 권고들을 뒤집어 보면, 8년 전 국토부가 만든 안전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철도운행안전관리자에게 실질적 통제 권한을 주는 제도도, 작업책임자 자격기준도 갖춰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런 제도의 설계와 정비는 국토부 소관이다.

청도역 철도 사고 사고 열차 접촉 개요도 [사진=총리실]

그런데 국토부가 코레일과 SR을 상대로 과징금을 매기는 행정처분심의위원회는 있어도, 국토부 자신이 만든 안전대책의 실효성을 외부에서 심사하는 절차는 이번 처분과 조사 어디에도 없었다. 국토부는 처분권자이자 권고 수신기관으로만 등장할 뿐, 스스로의 감독·설계 책임을 놓고 심의를 받는 자리에는 서지 않은 셈이다.

항철위 조사에서 직접적 사고원인은 어디까지나 현장 작업 관계자 3명(용역 감독자·작업책임자·철도운행안전관리자)의 이동경로 설정 오류와 안전조치 미이행으로 명시돼 있다. 기여요인으로 지목된 것도 열차감시원 무자격 투입, 열차 운행 정보 미전파, 코레일 대구본부 시설처의 관리·감독 미흡 등 현장·운영기관 단위의 문제들이다.

다만 그 기여요인들을 관통하는 공통분모는 있다. 철도운행안전관리자가 용역사에 종속돼 독립적 통제권을 행사하지 못한 구조, 작업책임자 자격기준의 부재, 8년째 현장에 안착하지 못한 안전대책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는 모두 국토부가 설계하거나 관리해야 할 상위 제도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현장의 위반을 유발한 구조적 조건을 국토부가 방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