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건설경기 심폐소생’ 승부수…대구 건설업계 “오랜 숙원 풀었다” 화답

추경호, ‘건설경기 심폐소생’ 승부수…대구 건설업계 “오랜 숙원 풀었다” 화답

취임 후 세 번째 비상경제대책회의 ‘건설현장’서 직접 주재…현역 시장 첫 건설협회 방문 의미
전국 최초 1000억 이상 ‘공구분할 검토위원회’ 가동…500억 이상 사전검토 의무화
건설 3개 협회 공동 환영성명…“수주·하도급·자금난 동시에 푸는 실질 대책”

[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추경호 대구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진 지역 건설산업을 살리기 위해 ‘공구분할·지역 하도급·금융지원’이라는 세 갈래 승부수를 던졌다.

특히 지역 건설업계가 수년간 요구해 온 대형 공공공사 공구분할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고, 외지 건설사의 지역 하도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리는 장치를 마련하면서 단순한 경기 부양책을 넘어 ‘지역에서 발주된 돈이 지역기업과 일자리로 흐르게 하겠다’는 추경호식 건설산업 처방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구시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대구시]

지역 건설업계도 이례적으로 3개 협회가 공동 환영성명을 내며 즉각 화답했다.

추경호 대구시장은 13일 오전 대한건설협회 대구시회에서 ‘제3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고 대형 공공공사 공구분할 제도화와 지역업체 하도급률 상향, 총 13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확대 등을 핵심으로 하는 지역 건설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회의 장소 자체가 던지는 메시지다.

대구시에 따르면 현역 대구시장이 건설협회를 직접 찾아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연 것은 처음이다. 시장이 업계를 시청으로 부른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호소하는 건설업계 현장으로 직접 들어갔다는 점에서 민선 9기 경제정책의 ‘현장 중심’ 기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이날 회의에는 HS화성, 유진종합건설 등 6개 건설사 대표와 대한건설협회·대한전문건설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 등 4개 협회, 경영자총협회와 상공회의소 등 경제계가 참석했다.

iM뱅크와 신용보증기금, 대구신용보증재단, 한국은행 등 금융기관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2년 연속 역성장…추경호, 건설업을 ‘지역경제 회복 출발점’으로

이번 대책에는 그만한 배경이 있다.

대구 건설업은 2017년 이후 성장세를 이어가며 2020년 수주액 9조원을 넘어서는 등 2022년까지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주택시장 침체와 미분양 여파가 겹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대구 건설업은 2024년 -21.4%, 2025년 -19.2%로 2년 연속 가파른 역성장을 기록했다.

최근 미분양 감소와 주택 매매거래량 증가 등 일부 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지만 금리 등 대외 변수가 여전해 본격적인 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추 시장이 건설경기 회복을 단순한 특정 업종 지원이 아니라 대구 경제 회복의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로 꺼내 든 이유다.

대구시 비상경제대책회의 참석자들이 단체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구시]

◆‘공구분할’ 제도화…지역업체에 대형공사 문 연다

가장 파격적인 카드는 대형 공공공사의 ‘공구분할 제도화’다.

현재 지역의무 공동도급 제도를 통해 지역업체가 최대 49%까지 참여할 수 있지만 대형공사의 경우 지역업체 시공능력 등을 이유로 실제 최대 지분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공구분할 역시 명확한 기준 없이 발주기관 판단에 맡겨져 감사 부담 등을 우려한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대구시는 이 구조를 바꾸기로 했다.

오는 10월부터 총공사비 500억원 이상 사업은 발주부서가 공구분할 가능성을 의무적으로 사전 검토하도록 한다.

여기에 1000억원 이상 대형공사는 전국 최초로 ‘공구분할 검토위원회’를 가동한다.

위원회는 독립 시공 가능성과 공구·공종 간 책임소재, 공기 단축 가능성, 사업관리 효율성 및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공구분할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공구별 공사비를 500억원 이내 범위로 나눠 발주할 수 있는 여건을 확대함으로써 지역업체가 외지 대형건설사와 공동도급에 참여할 때 법적 최대치인 49%의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업계의 ‘건의사항’ 수준에 머물던 공구분할을 행정의 공식 검토 절차로 끌어올렸다는 점이 이번 대책의 핵심 변화다.

◆“대구 공사는 대구업체와”…지역 하도급 70% 정조준

두 번째 축은 지역 전문건설업체의 일감 확보다.

대구시는 오는 11월 외지 대형건설사와 지역 하도급업체가 직접 만나는 매칭 교류회를 개최한다.

1대1 비즈니스 미팅과 협력업체 등록 상담 등을 통해 지역 업체들이 대형건설사의 협력업체로 진입할 통로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보다 강력한 장치는 오는 10월부터 시행한다.

외지 건설사가 50억원 이상 공사를 계약할 경우 시·구·군 발주 또는 인허가 부서와 상생협력협약(MOU)을 체결하도록 한다.

협약에는 지역 하도급률 목표 70%와 지역 인력·자재·장비 최대 사용 등의 내용을 담는다.

협약만 체결하고 끝나는 것을 막기 위해 이행 실적을 구·군 평가와 외지 건설사 인센티브에 연계해 실행력을 높이기로 했다.

지역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건설사업의 경제적 효과가 외지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 전문건설업체와 근로자, 자재·장비업체까지 연결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돈줄도 푼다…건설업계에 1300억원 금융지원

일감만큼 절박한 ‘돈맥경화’ 해소책도 내놨다.

대구시는 건설업 등 경기취약업종을 대상으로 총 1300억원 규모의 보증 및 이차보전 금융지원을 추진한다.

우선 대구시와 iM뱅크, 신용보증기금이 9월 협약을 체결해 건설업·도소매업 등 경기취약업종에 약 1000억원 규모의 보증을 공급한다.

기업당 한도는 10억원이다. 최대 0.5%포인트의 보증료 감면에 대구시의 1.5%포인트 이차보전까지 더한다.

5억원을 대출받는 기업이라면 최대 2%, 연간 1000만원 상당의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대구시의 설명이다.

별도로 대구신용보증재단을 통한 건설업 전용 300억원 특별보증도 신설한다.

기업당 1억원 한도로 1.0~2.2%포인트의 이차보전과 보증료율 우대 혜택을 제공한다. 대출한도도 연간 매출액의 25%에서 33.3%로 확대하고 기존 보증 만기연장과 상환구조 개선도 병행한다.

◆건설업계 3개 협회 “적극 환영”…추경호에 공개 화답

지역 건설업계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대한건설협회 대구시회 이승현 회장, 대한전문건설협회 대구시회 최상대 회장,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대구시회 이민균 회장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대구시 대책에 “크게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건설협회는 특히 자신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공구분할과 관련해 전국 최초로 사전검토제와 검토위원회를 도입한 데 대해 기대감을 나타내며 실제 대형공사 발주 과정에 적용될 경우 지역업체의 수주물량이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건설업계도 외지 대형건설사와 지역업체 간 매칭 교류회, 50억원 이상 공사의 상생협력 MOU 등을 통해 지역업체 하도급률이 실질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기계설비건설업계 역시 대구신용보증재단을 통한 이차보전 등 금융지원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업체들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이들 협회는 “대구 건설업계도 어려움 속에서 견실시공과 품질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지역사회 발전에 큰 역할과 기여를 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시가 정책으로 손을 내밀자 업계가 품질과 책임시공으로 답하겠다고 화답한 모양새다.

◆추경호 “건설업계 건의, 약속대로 제도화”

추경호 시장은 이번 대책을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현장 요구를 제도화한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추 시장은 “최근 건설업 침체가 이어지며 지역 경제도 같이 어려워졌던 것이 사실”이라며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그간 지역 건설업계에서 지속적으로 건의한 사항들을 약속대로 이번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통해 제도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건설업계 및 협회, 관련기관 등과 자주 소통해 현장 중심의 체감도 높은 정책들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의 성패는 이제 ‘발표’보다 ‘집행’에 달렸다.

500억원 이상 공사의 공구분할 사전검토가 실제 지역업체 수주 증가로 연결되는지, 70%라는 지역 하도급 목표가 건설현장에서 얼마나 구현되는지, 1300억원의 금융지원이 자금난에 빠진 업체까지 얼마나 신속하게 도달하는지가 관건이다.

그럼에도 지역 건설업계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일감·하도급·금융’이라는 세 가지 난제를 한 테이블에 올리고 동시에 처방을 내놨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특히 현역 시장으로서는 처음으로 건설협회를 직접 찾아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업계의 숙원을 제도화한 것은 건설산업 회복을 대구 경제 반등의 한 축으로 삼겠다는 추 시장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