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예진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기업이 자체적으로 축적한 콘텐츠와 데이터가 AI 학습 과정에서 활용되는 데 따른 법적 분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웹사이트와 보도자료, 매뉴얼 등 기업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만든 자료가 별도 동의 없이 수집·활용될 경우 저작권뿐 아니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여부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유정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는 13일 생성형 AI 시대 기업의 데이터 보호와 관련해 AI의 무단 데이터 수집에 대비한 기술적·법적 방어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최근 생성형 AI 서비스가 기업 홈페이지와 대외 콘텐츠 등을 수집해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기업이 구축한 데이터의 관리와 보호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결과물을 저작물로 보호한다. 이에 따라 AI가 기업의 콘텐츠를 수집해 학습하는 행위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데이터의 성격과 이용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특히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 수집이 저작권법 제35조의5에서 정한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AI 개발사 측에서는 원본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그대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을 위한 과정에서 활용한다는 점을 근거로 공정이용을 주장할 수 있는 반면 데이터 권리자는 상업적 목적의 무단 활용으로 경제적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김 변호사는 아직 AI 학습을 목적으로 한 대규모 웹 크롤링에 대해 일관된 법적 기준이 확립됐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기업이 개별 데이터의 법적 성격과 활용 방식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작권법으로 충분히 보호받기 어려운 데이터의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한 대응 가능성도 제시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은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단 사용해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개별 정보 자체의 창작성이 높지 않더라도 기업이 상당한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 정보를 수집·분류·가공했다면 이를 하나의 성과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법원에서도 기업이 오랜 기간 투자와 노력을 통해 구축한 산업정보를 경쟁사가 자동화된 프로그램으로 수집해 자사 서비스에 활용한 사건에서 데이터의 수집·가공 과정에 투입된 상당한 노력과 투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
김 변호사는 이러한 법리가 생성형 AI의 데이터 활용 과정에서도 검토될 수 있다고 봤다. 기업이 장기간 구축한 데이터나 콘텐츠를 AI가 수집해 상업적으로 활용하면서 기업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한다면 저작권 침해 여부와 별개로 부정경쟁방지법상 책임이 문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 차원의 사전 대응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웹사이트에 ‘robots.txt’ 파일을 설정해 AI 크롤링 봇의 접근을 제한하는 기술적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 홈페이지 이용약관에도 AI 학습을 목적으로 한 크롤링·스크래핑·파싱 등을 제한하는 내용을 명시하고, 데이터 이용에 대한 기업의 의사를 외부에 분명하게 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조치만으로 모든 AI 데이터 수집을 법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보다는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의 종류와 공개 범위, 이용약관, 실제 수집 및 이용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김유정 변호사는 “AI 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해 관련 법과 제도의 정비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기업이 데이터를 방치할 경우 새로운 법적·경영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웹사이트 운영정책과 이용약관을 점검하고 기술적 차단 수단과 법률 검토를 병행하는 데이터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정예진 기자(yejin0311@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