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서 농사도 못 짓겠네"⋯유럽 폭염에 곡물 생산 900만톤↓·피해액 3.4조원 추산

"더워서 농사도 못 짓겠네"⋯유럽 폭염에 곡물 생산 900만톤↓·피해액 3.4조원 추산

[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올여름 유럽을 덮친 잇단 폭염으로 농작물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농업 부문에 비상이 걸렸다.

올여름 유럽을 덮친 잇단 폭염으로 농작물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농업 부문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lookphotos]

1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초여름부터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면서 유럽 각지에서 곡물과 채소 등의 생산량이 줄고 품질도 떨어지는 등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유럽 농산물 무역협회 코세랄(COCERAL)에 따르면 지난 6월 폭염 이후 4주 동안 유럽연합(EU)과 영국의 곡물 생산량 전망치는 약 900만톤 하향 조정됐다.

이에 따른 생산 감소 규모는 약 21억유로(약 3조4000억원)로 추산된다. 지난해 생산액의 약 5%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6월 폭염이 밀알이 여무는 시기와 겹치면서 프랑스 중남부와 독일 남부, 오스트리아, 폴란드, 헝가리 등의 밀 작황이 큰 타격을 입었다. 프랑스와 헝가리에서는 사료용 옥수수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가뭄 속에 밭에 물을 뿌리는 프랑스 농가. [사진=AFP/연합뉴스]

7~8월에도 폭염이 이어지면서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 농무부는 올해 옥수수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35% 감소해 1980년 이후 가장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탈리아에서도 일부 농가의 생산량이 최대 2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폭염은 농민들의 작업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영국에서는 한낮의 더위를 피해 새벽 2시부터 유채씨를 수확하는 농가가 등장했으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뜨거워진 흙에 감자가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해가 진 뒤 수확에 나서고 있다.

이탈리아 남부 아풀리아에서도 낮에는 농작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밤이나 새벽에 수확하는 농민들이 늘고 있다.

아풀리아의 농부 피에트로 치파렐리 씨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는 일을 전혀 할 수 없다"며 밤사이 열기가 식은 뒤에야 콩과 채소 등을 수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북서부의 한 농장. [사진=AFP/연합뉴스]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 피해는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보험 중개업체 하우던이 유럽투자은행(EIB)을 위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기후 관련 EU 농업 부문의 손실액은 연간 약 280억유로(약 45조7000억원)로 추산된다.

하우던은 농작물 생산량과 품질 저하에 따른 연평균 손실 규모가 오는 2050년에는 400억유로(약 65조3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