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윤 기자] 일제의 감시를 피해 중국 여권으로 미국에 입국하고 광복 이후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발급한 여행권으로 고국행을 준비했던 독립운동가 호시한 지사의 희귀 자료가 처음 공개된다.
미국에서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하고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국방성금까지 보냈던 그의 활동을 보여주는 기록도 함께 일반에 선보인다.
독립기념관은 제81주년 광복절을 맞아 12일 오전 10시 밝은누리관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미국에서도 힘을 보태다’를 주제로 자료공개행사를 연다.

이번에 공개하는 자료는 미주지역 독립운동가 호시한 지사(2021년 애족장)의 활동을 보여주는 유물이다. 유가족이 오랫동안 보관해 오다 지난해 독립기념관에 기증했다.
유가족은 국가보훈부의 ‘독립유공자 후손찾기’를 통해 호 지사의 후손임을 확인받았으며 지난해 12월 훈장을 전달받았다.
호 지사는 가족과 떨어져 미국에서 생활하면서도 미주 한인사회의 독립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부인 이정순(이계영) 여사가 미국으로 건너가기도 하고 호 지사가 한국을 찾기도 했지만 당시 시대 상황 탓에 가족이 함께 지낸 기간은 길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한인소년병학교에 참여했고 1930년에는 국내 학생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재미한인들에게 ‘동맹단연회(同盟斷煙會)’ 참여를 촉구했다. 담배를 끊어 아낀 돈으로 학생운동을 지원하자는 취지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뒤에는 미국 국방성금 100달러를 동봉해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1927년부터 1945년까지 중국항일전쟁 동정금과 광복군 후원금, 군사운동금 등을 여러 차례 내며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이번에 공개되는 한인소년병학교 시절 사진에는 미주 한인들의 항일운동에 참여한 호 지사의 모습이 담겼다.
특히 이번 공개 자료 가운데는 독립운동사와 대한민국 여권사 연구에 의미가 큰 희귀 유물이 포함돼 있다.

1922년 발급된 ‘중화민국 호조’와 ‘중국 이름 사용에 대한 진술서’는 일제강점기 한국인들이 일제의 감시를 피해 중국 호조를 이용해 미국으로 입국했던 과정을 보여준다.
독립기념관에 따르면 해당 진술서는 중국 호조를 사용한 당사자가 일제의 압박을 직접 언급한 기록의 실물이라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크다.
1946년 발급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임시여행권’도 처음 공개된다.
이 여행권은 1946년 1월 2일 미주지역에서 임시정부 주미외교위원장 임병직 명의로 호 지사에게 발급된 105번째 여행권이다. 광복 이후에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여행권을 발급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유일한 실물 자료라고 독립기념관은 설명했다.
호 지사가 1940년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와 미국 국방성금 기부 사실을 다룬 당시 보도자료도 공개된다. 호 지사가 미주사회에서 벌인 독립운동과 이를 바라본 미국사회의 반응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자료다.
LA화교거일후원회(羅城華僑拒日後援會)가 발행한 의료구호기금 확인서와 감사편지는 일본 제국주의에 맞선 한인과 중국계 사회의 국제적 연대 흔적을 보여준다. 부인 이정순 여사와 함께 촬영한 사진 등 가족 관련 자료도 전시된다.
이날 행사에는 호 지사의 딸 호재숙 선생과 장손 호윤진 씨 부부 등 유가족도 참석한다.
독립기념관 관계자는 “평생 해외에서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한 선열의 뜻을 기리고, 소중한 유물을 조건 없이 기증한 유가족에게 감사와 존경을 전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정종윤 기자(jy0070@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