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배우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의 친일 행적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역사학자 심용환이 "특정 단체에 들어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그를 '친일파'라고 규정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심용환은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갑자기 어떤 여배우의 증조부 문제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며 "더불어 역사학계가 그의 증조부가 '친일 맞음'이라고 규정했다는 기사까지 떴다. 이 논쟁은 그 어떤 합리적인 중재를 통해 해결되지는 않을 듯하고, 결국 시간이 해결할 문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안상호의 이른바 '고종독살설'에 대해서는 실체가 없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종독살설이 3.1운동의 기폭제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역사적 사실은 아니라고 간주 된다"며 "냉정히 말해 10년간 일본에 아무런 저항을 않던 고종을 갑자기 일본이 독살할 이유 자체가 없고, 따라서 당시 주치의를 친일파로 모는 것은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안상호가 친일단체 '대정친목회'에 가입한 것에 대해서는 "친일 부역 행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단체에 있었다는 사실로 그를 친일파로 규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다만 일본이 시정 홍보를 할 때 그의 집안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만년의 그가 존경받을 인물이 아니라는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심용환은 "(하영이) 그냥 방송에 나왔다가 의사 집안 자랑해서 괘씸죄로 걸린 것이 진실에 가장 가까울 것"이라며 "문제는 일단 논란이 시작되면 갈등은 너무나 빨리 극단으로 치닫고, 그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모두가 나 몰라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쉽게 누군가를 '친일파'라고 단정해버리면 너무나 많은 이들이 친일파가 될 것이다. 결국 친일 부역의 기준이 무엇인지, 우리가 무엇을 비판하고 기억해야 하는지 그 기준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며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역사학계 자체에 있다. 오랫동안 뉴라이트의 역사 왜곡에 시달려 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역사라는 학문을 바쳐 스스로 선과 악의 판별자가 돼 버리면 그 결과는 역사학 자체의 위기를 몰고올 것"이라고 했다.
앞서 배우 하영(본명 안하영)은 최근 한 방송에서 증조부에 대해 "일본에서 의학을 공부하신 후 한양에서 최초로 양의원을 개원하셨고, 고종 황제를 진료하셨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이후 하영의 증조부가 고종을 진료했던 의사 안상호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는 안상호가 친일 단체로 분류되는 대정친목회에 가입한 기록이 남아 있으며, 당시 기록에 '고종 독살설' 관계자로도 지목됐다는 점이다.
하영의 소속사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는 전날(10일) "하영의 증조부가 안상호는 맞지만 친일 논란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냈으나, 이후 안상호와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와의 인터뷰 내용 등이 공개되면서 이날 "충분한 검증 없이 '사실무근'이라 성급히 답변했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또한 "이번 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깊이 새기고, 앞으로 더욱 신중하고 겸허한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1993년생 배우 하영은 지난 2019년 KBS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를 통해 데뷔한 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모범형사2', '중증외상센터' 등 다수의 드라마에서 연기 경력을 쌓았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이런 엿같은 사랑'에서 주연을 맡았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