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임정규 기자] 경기도 평택시의 한 정신의료기관이 폐과하는 과정에서 입원 환자 40명이 집단 전원된 사건과 관련해 시민단체들이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장애인·인권·법률 등 24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평택집단전원사건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10일 성명을 내고 "이번 집단 전원 사건은 정신병원의 주소만 바꾼 재수용"이라며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공대위에 따르면 지난 6월 2일 오후 6시부터 자정 사이 해당 병원에 입원 중이던 40명의 환자가 관광버스와 사설 구급차 등에 나뉘어 충북 보은·괴산, 대전, 경기 안성·수원 등 전국의 다른 정신의료기관으로 이송됐다.
이송된 환자의 절대다수는 의료 취약계층인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서미화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원된 40명 중 95%(38명)가 의료급여 수급권자였으며, 85%(34명)가 50대 이상이었다.
또 1년 이상 장기 입원자가 85%에 달했고, 이 중 10년 이상 입원자도 7명이나 포함됐다.
전체의 60%(24명)는 장애 당사자였으며, 그중 70%가 정신장애인으로 파악됐다.
평택보건소는 사건 발생 약 2주 뒤 민원을 접수했으며, 현재 평택경찰서는 전원 과정에서 당사자의 실질적 동의가 있었는지 등 적법성 여부를 수사 중이다.
병원 측은 직원 한 명의 독단적 진행이었다고 해명하고 있으며, 해당 직원은 당사자나 보호자의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대위는 전원 사유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나 지역사회 복귀 등의 선택지가 제공됐는지 의문이며, 실질적 동의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반박했다.
공대위는 "이번 집단전원 과정에서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질문보다 어느 병원에 몇 명을 보낼 것인지가 먼저 고려된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정신장애인을 빈 병상에 배치해야 하는 대상으로 취급하는 정책이 계속되는 한 평택과 같은 사건은 언제든 반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대위는 보건복지부에 △전원자 전면 조사·권리 확인 △당사자 자기결정권과 지역사회 전환을 우선하는 국가 지침 마련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경기도에는 △지역사회 정신건강 인프라 확충 전담 조직(TF) 설치를, 경기도의회에는 △정신질환자 권리 보장 조례 제·개정을 촉구했다.
이한결 공대위 공동위원장은 "전국의 정신병원에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병원 문을 닫고 책임을 회피하면 병동에 남아있는 사람은 자연스레 또 어딘가로 수용되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며 "보건복지부와 경기도가 이번 사건마저 개별 의료기관의 일탈로 축소한다면 또 다른 지역에서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공대위는 오는 14일 경기도청 앞에서 공식 출범식과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예정이며, 오는 24일까지 관계기관의 공식 답변을 요구한 상태다.
/평택=임정규 기자(jungkuii@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