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미그룹 제보자는 왜 지금을 택했나

[기자수첩] 한미그룹 제보자는 왜 지금을 택했나

기자수첩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한미그룹 선대 회장님 가족의 처벌이나 모욕 주기를 원하지 않는다. 회사의 시스템이 정상 작동되기를 원할 뿐이다. (고발 여부 등을) 고민하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 저는 회사의 이사회, 감사위원회, 대표이사, 법무실, 감사실이 나서라고 했다. 제가 제기한 의혹들이 사실이면 자금 회수를 하면 된다."

김태호 전 큐어세라퓨틱스 대표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향후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에 대한 고발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달 송 회장의 과거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공개하면서 공익 제보자를 자처한 인물이다.

그는 오너 일가에 대한 망신 주기는 아니라고 했지만, 이미 오너 일가로서는 대외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김 전 대표는 모든 계열사의 송 회장 모녀 법인카드 사용 내역 점검을 주장하며, 지금의 한미그룹이 신약 개발 성과도 없이 "임성기 선대 회장이 채워놓은 곳간 속 식량만을 축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전 대표는 30여년 전 약 3년간 한미그룹에 몸담았던 직원이었다. 그런 그가 퇴사 후 무려 27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 오너 일가의 법인카드 내역을 공개하며 나선 이유에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그의 말처럼 오너 일가와의 오랜 인연만으로 제보의 명분이 확보되긴 어렵다.

더욱이 현재는 한미그룹의 지난한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는 민감한 시점이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지분을 추가로 매집하고 오너 일가 지분 일부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 전 대표의 기자회견 현장에서는 제보의 시점과 경위 등을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김 전 대표는 법인카드 내역 취득 경로는 자료를 건네준 사람들을 위해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이번 제보가 경영권 분쟁의 중심에 있는 신동국 회장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그와의 만남을 인정했다. 특히 신 회장 측이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지분 가압류 신청에 대한 법원의 인용 결정 소식을 알린 시점에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공익'을 내세운 제보자의 의도가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여지를 스스로 만들어낸 셈이다.

오너 일가의 흠집은 첨예한 경영권 분쟁에서 각 진영의 우호 지분에 균열을 만들어낼 수 있다. 오너 일가의 우호 지분에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라데팡스, 국민연금 등도 포함됐다.

김 전 대표는 한미그룹의 정상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자신이 수집한 증거 자료를 토대로 추가 제보하겠다고 예고했다. 개인 판단에 따라 또다시 한미그룹을 흔드는 기폭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전 대표는 기자회견 내내 이번 제보의 배경이 한미그룹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려 27년간 떠나있던 회사가 가장 민감한 이슈에 휩싸인 지금, 그의 제보가 진정성을 얻으려면 오해의 불씨를 잠재울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