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고 다시 닫는 캔'…뚜껑 하나로 글로벌 사로잡는 이그니스[현장]

'따고 다시 닫는 캔'…뚜껑 하나로 글로벌 사로잡는 이그니스[현장]

50년간 멈춘 캔 마개 혁신…'개봉' 넘어 '재밀봉' 표준 도전
독일 생산능력 6배 확충…10년 뒤 점유율 90% 목표
일반 뚜껑보다 3배 비싼 가격 관건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한 번 따면 다시 닫을 수 없었던 음료 캔에 '뚜껑'이 생겼다. 이그니스는 독일 자회사의 개폐형 캔 마개를 앞세워 연간 5000억 개에 달하는 세계 음료 캔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생산량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현재의 고정형 탭을 대체하고 장기적으로는 국제 표준으로 자리잡겠다는 구상이다.

이그니스와 독일 자회사 엑솔루션이 개발한 개폐형 캔 마개 'XO 리드' [사진=송대성 기자]

10일 서울 성동구 이그니스 본사 타운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의 주인공은 음료가 아니라 손바닥보다 작은 캔 마개였다. 박찬호 이그니스 대표와 주요 경영진은 독일 자회사 엑솔루션이 개발한 개폐형 캔 마개 'XO 리드'의 사업 성과와 글로벌 확장 전략을 공개했다.

XO 리드는 캔을 딴 뒤에도 입구를 다시 닫을 수 있는 제품이다. 탭을 들어 올린 뒤 플라스틱 슬라이더를 밀어 음용구를 열고, 반대 순서로 조작하면 다시 밀봉된다. 내용물이 쏟아지거나 먼지와 벌레가 들어오는 것을 막고 탄산도 기존 캔보다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캔 마개는 1970년대 중반 고정형 탭인 ‘SOT(Stay-On Tab)’가 등장한 뒤 약 50년간 기본 구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탭이 캔에서 떨어져 나가던 과거 풀탭의 쓰레기 문제는 해결했지만, 한번 열면 다시 닫을 수 없다는 한계는 그대로 남았다. 이그니스는 XO 리드를 통해 캔 기술 경쟁의 중심을 ‘쉽게 따는 것’에서 ‘다시 닫는 것’으로 옮기겠다는 목표다.

후발 주자의 진입도 쉽지 않다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대기업도 기술을 개발할 수 있지만 음료 접촉 소재와 내부 압력, 누출, 유통 안정성 등을 검증하는 데만 최소 3년 이상이 걸린다는 것이다. 실제 상용화까지는 5~10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10일 서울 성동구 이그니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찬호 이그니스 대표(가운데)가 XO 리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송대성 기자]

박 대표는 "대기업도 기술적으로 진입할 수 있지만 상당한 시행착오가 필요하다"며 "우리가 확보한 시간을 바탕으로 표준화 작업을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그니스가 제시한 장기 목표는 10년 뒤 세계 캔 마개 시장에서 90%의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이다. 회사가 추산한 세계 음료 캔 시장은 연간 약 5000억 개다. 특정 규격이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 글로벌 제관사와 음료 브랜드의 공급망을 통해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현재 생산 규모는 목표와 거리가 멀다. 엑솔루션의 연간 생산능력은 약 1억2000만 개로 매출로 환산하면 100억원을 밑돈다. 물량이 부족해 이그니스가 운영하는 음료 브랜드에도 필요한 수량을 모두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이그니스의 독일 자회사 엑솔루션이 개발한 개폐형 캔 마개 'XO 리드' [사진=송대성 기자]

이그니스는 독일 바이에른주 다하우에 생산·연구개발(R&D) 통합센터를 건설해 생산 병목을 해소할 계획이다. 센터는 오는 12월 완공돼 2027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생산능력은 기존보다 6배가량 늘어난 연간 6억 개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6억 개도 세계 시장의 약 0.12%에 불과하다. 이그니스는 연간 생산량이 30억 개는 돼야 유의미한 사업 규모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3년 안에 XO 사업 매출 800억원을 달성한 뒤 추가 증설과 기술 라이선스를 병행할 방침이다. 세계 시장의 1%만 확보해도 매출이 4000억~5000억원 규모로 커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박 대표는 "현재 1억2000만 개는 물론 6억 개도 세계 시장에서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최소 30억 개 정도는 돼야 유의미한 사업 규모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음료 캔 제조사 아르다 메탈 패키징 유럽(AMP-유럽)과의 협력은 시장 확대의 첫 단계다. AMP-유럽이 기존 공급망을 활용해 XO 리드를 유럽 주요 음료 브랜드에 제안하는 방식이다. 계약상 보장된 공급 물량은 없지만 글로벌 제관사의 영업망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10일 서울 성동구 이그니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찬호 이그니스 대표(가운데)가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송대성 기자]

가격 경쟁력은 넘어야 할 과제다. 일반 SOT 마개의 개당 가격은 36~40원 수준이다. XO 리드는 이보다 약 세 배 비싸 국내외 음료업체들이 제품을 시험하고도 곧바로 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초기 공략 대상도 가격 부담을 흡수할 수 있는 주류와 에너지음료 등 프리미엄 제품에 맞췄다. 일반 탄산음료는 가격 민감도가 높아 당장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그니스는 생산량을 늘려 단가를 낮춘 뒤 일반 음료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친환경성도 풀어야 할 과제다. XO 리드는 알루미늄 캔에 플라스틱 개폐 장치를 결합해 재활용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에 회사 측은 알루미늄을 파쇄·선별할 때 플라스틱의 95% 이상이 분리되고 XO 리드에 들어가는 플라스틱도 1g대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추가로 낮출 방침이다.

박 대표는 "브랜드 사업에 더해 기술 사업까지 성장축을 확대하고 생산과 기술 라이선스를 아우르는 사업 모델을 구축해 XO 리드를 새로운 글로벌 표준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