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정훈 기자] 꽃 한 송이를 심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 꽃을 수년간 가꾸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다음 세대까지 이어가는 일은 쉽지 않다.
박용선 포항시장이 최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무궁화대상' 홍보선양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수상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눈여겨볼 대목은 따로 있다. 이번 수상의 뿌리가 박 시장이 경북도의원이던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이다.

당시 박 시장은 '경상북도 무궁화 진흥 조례'를 대표 발의했다.
경북 곳곳에 무궁화가 심어져 있었지만 관심과 예산 부족으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서 출발했다. 나라꽃이라는 상징성에 비해 무궁화를 체계적으로 보급하고 관리할 제도적 장치는 충분하지 않았다.
조례에는 연차별 시행계획 수립부터 무궁화 동산과 거리 조성, 기존 식재지 정비, 묘목 식재, 교육·홍보, 연구기관 및 관련 단체와의 협력체계 구축까지 담겼다.
주목할 것은 단순히 '무궁화를 많이 심자'는 내용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가꾸는 일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조경사업을 보면 기념일이나 특정 행사를 앞두고 나무와 꽃을 대대적으로 심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관리가 소홀해지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무궁화 역시 마찬가지다.
나라꽃이라는 이유로 식재 면적과 그루 수만 늘리는 것으로 정책의 성과를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무궁화 군락은 오히려 나라꽃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래서 6년 전 만들어진 조례의 의미를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정책은 시작보다 지속성이 중요하다.
선출직 공직자의 임기가 끝나거나 자리가 바뀌었다고 정책까지 사라진다면 행정의 연속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좋은 정책이라면 누가 시작했느냐보다 얼마나 꾸준히 발전시키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도의원 시절 무궁화 진흥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던 박 시장이 이제 포항시장으로서 이를 지역 정책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포항에도 이미 좋은 기반이 있다.
포항시는 무궁화 우수분화 품평회에서 2022년 동상, 2024년과 2025년 은상, 2026년 동상을 수상하는 등 무궁화 생육과 관리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덕수공원 충혼탑과 형산강변, 흥해 곡강천, 도음산산림문화수련원, 비학산자연휴양림, 칠포사거리 등 시민들이 무궁화를 만날 수 있는 장소도 곳곳에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한 단계 진화한 정책이다.
무궁화 명소를 단순히 '볼거리'로 홍보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역사와 교육, 관광, 문화 콘텐츠를 결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아이들에게 무궁화가 왜 나라꽃인지, 우리 역사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녀왔는지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그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학교와 시민단체, 보훈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무궁화 심기와 가꾸기, 무궁화 해설 프로그램, 사진·미술·글짓기 행사 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포항만의 무궁화길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다. 거창한 예산을 들여 새로운 시설을 만드는 것보다 이미 심어진 무궁화를 제대로 관리하고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찾아가도록 만드는 것이 먼저다.
무궁화 정책은 자칫하면 '애국심 마케팅'이나 일회성 행사로 흐르기 쉽다.
그래서 더욱 생활 속으로 들어와야 한다.
나라사랑은 구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민들이 걷는 길에서 무궁화를 만나고, 아이들이 그 꽃의 의미를 배우며, 시민들이 직접 가꾸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 더 오래간다.
박 시장의 이번 수상 역시 종착점이어서는 안 된다.
도의원 시절 조례를 만드는 것이 첫 번째 씨앗이었다면 포항시장으로서 해야 할 일은 그 씨앗을 시민의 삶 속에서 꽃피우는 것이다.
더욱이 시장이 과거 자신이 추진했던 정책의 철학을 현재 행정에서 이어가는 것은 지방행정의 연속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6년 전 만든 조례가 상장 한 장으로 끝난다면 아쉽다.
반대로 그 조례에 담겼던 철학이 포항의 거리와 공원, 학교와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 살아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무궁화는 한 번 피고 끝나는 꽃이 아니다. 여름 내내 피고 지기를 반복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꽃을 피운다.
정책도 그래야 한다.
한 번의 행사, 한 번의 수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삶 속에서 계속 꽃을 피워야 한다.
6년 전 심었던 '무궁화 정책'의 씨앗.
이제 박용선 시장이 포항에서 어떤 꽃으로 피워낼지 주목된다.
/대구=이수현 기자(lljjww2222@inews24.com),정훈 기자(tren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