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문화인사이트]'김부장' 소지섭이 나이 들어가면서 배우로서 보여주는 자세

[서병기의 문화인사이트]'김부장' 소지섭이 나이 들어가면서 배우로서 보여주는 자세

[아이뉴스24 서병기 기자] 배우 소지섭은 1977년생, 만으로 48세다. 1995년 ‘스톰’ 모델로 연예계 데뷔, 드라마 데뷔는 1997년 SBS 드라마 ‘모델’이다. 연예 활동이 30년쯤 된다.

소지섭 [사진='김부장']

한국에서 50대를 코앞에 둔 주연 배우는 위치적으로 어정쩡해진다. 멜로, 로맨틱 코미디 주인공은 더 그렇다. 하지만 소지섭은 이를 ‘김부장’ 한 방으로 날려버렸다. 그는 최근 실시한 한 조사에서 라이징 스타 1위에 올라, 수많은 '미생'들을 제쳤다. 30년만에 라이징 스타라니.

소지섭은 시청률 23.1%를 기록하며 지난 25일 종영한 SBS드라마 ‘김부장’의 주인공을 연기하며 후속 드라마에서 대중과 만나는 게 어렵지 않게 됐다.

“나이가 들면서 작품 기회가조금씩 줄어든다. 대중의 사랑을 못받으면 작품수는 더욱 줄어든다. 오랜 기간 (제가 나온 작품을) 찾아주시는 게 고맙고, 그래서 작품이 더욱 소중하다. 작품수가 줄어든 건 좋은 작품을 못만났기 때문이기도 하고, 동지애도 작용했다.”

소지섭이 이번에는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이 아니라 월등한 싸움 실력을 갖춘 액션과 딸바보 캐릭터로 공감 아이콘이 됐다. 누가 그런 말을 했다. 징병제 국가인 한국 남자들의 로망은 “'나도 과거에 한따까리 했어'와 '내 딸을 (건드리는 건) 못참지'다”라는 것이다.

소지섭이 맡은 김부장은 그것에 딱 부합하는 캐릭터다. 고2 딸 민지(서수민)를 매우 좋아하면서도 소통은 쉽지 않다. 이번 작품 최고의 빌런인 주강찬(주상욱)도 옳고 그름의 선택이 좋지 않았을 뿐이지, 딸(주혜리)을 좋아하는 건 마찬가지다.

종영인터뷰를 하면서 소지섭을 만났는데, 멜로 드라마가 아니어서 살을 별로 빼지 않았다. 다른 작품보다는 다이어트를 덜했다고 했다. 오히려 덩치를 탄탄하게 만들어 액션에 최적화한 피지컬을 만들었다.

“김 부장은 외로운 친구다. 딸 아이를 홀로 키우고 회사를 다니는 걸로 만족한다. 어느 순간 딸이 사라지면서 암흑에 빠진다. 딸을 발견하고 ‘민지야 집에 가자’라고 하는 그 짧은 대사가 어려웠다. 연습을 많이 했다. 초반부터 민지와 같은 앵글에 잡히는 걸 보고 감독에게 어울리는지를 물어봤는데 괜찮다고 해 자신감을 얻었다.”

소지섭은 2025년 느와르물 ‘광장’에서도 복수액션을 펼친 바 있다. ‘김부장’을 끝낸 그는 다음 작품도 액션을 하고싶다고 했다. 소지섭은 “액션이 아직은 괜찮다. 몸이 부딪치는 것 좋아한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부상이 없었다”고 했다.

소지섭 [사진=51K]

‘김부장’에서의 소지섭은 북한에서 길러진 첩보원이 남한에서 다시 공작원이 되어 활동했던 ‘남북파공작원 66’으로 전사(前史)가 있는 인물이다. 소지섭은 그런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무표정한 얼굴을 하는데, 그것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무표정에 복수 심리, 납치된 딸을 찾고야 말겠다는 의지 등을 모두 읽을 수 있다.

“무표정은 내가 하는 연기 스타일이다. 상황과 감정을 압축하고 줄여 눈빛으로 하는 연기를 좋아한다. 말보다 눈빛으로 했다. 쉽지 않았다.”

소지섭이 액션을 연기했는데도, 종영인터뷰에 온 기자들 대다수는 22년전인 2004년에 방영된 멜로드라마 KBS2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후 크게 히트한 작품이라고 말하며 소감을 묻곤했다.

소지섭이 26세때 했던 ‘미사’ 차무혁은 친부모와 양부모에게 버림을 받고 머릿속에 총알이 박힌 채로 들개처럼 힘든 삶을 살면서도 송은채(임수정)와의 사랑 한번 세게 하는 멜로적 인간이다.

48세에 연기한 ‘김부장’은 딸을 사랑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캐릭터다. “나는 실제로 딸이 없지만 다 큰 딸과 연기하는 것 자체가 나의 연기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 같았다. 고교생 딸을 둔 아빠가 아니어도 이 작품을 찾을 것이다. 나는 열려 있다.”

소지섭이 나이 들어가면서 배우로서 보여주는 애티튜드다.

/서병기 기자(wp@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