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교수의 5000만원 선물…학생 헬스장이 달라졌다

퇴임 교수의 5000만원 선물…학생 헬스장이 달라졌다

김재우 전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발전기금 전액 운동기구 교체에 사용

[아이뉴스24 정종윤 기자] “서포티드 머신과 스미스 머신·케이블 운동기구까지 새로 들어왔어요. 예전보다 운동할 수 있는 선택지가 훨씬 많아져 헬스장에 오는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메카트로닉스공학부 4학년 김찬욱씨는 최근 달라진 교내 헬스장을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학생들이 새 운동기구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 가운데 누구보다 감회가 남다른 이가 있다. 올해 2월 정년 퇴임한 김재우 전 교양학부 교수다.

한국기술교육대 실내체육관 지하 1층에 있는 100평 규모의 헬스장에는 최근 운동기구 15종 24개가 새로 설치됐다. 헬스장 전체 운동기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김재우 전 교양학부 교수가 새롭게 단장한 헬스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한국기술교육대]

새로 들어온 기구는 서포티드 머신·스미스 머신·케이블 머신·인클라인 벤치를 비롯해 이른바 ‘천국의 계단’으로 불리는 스텝밀과 무동력 트레드밀·좌식 자전거·체스트 웨이트·덤벨·러닝머신 등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체력과 운동 목적에 따라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골고루 할 수 있게 됐다. 특정 기구를 이용하기 위해 오래 기다리거나 고장 난 장비를 피해 운동해야 했던 불편도 줄었다.

운동기구 구매에 들어간 비용은 5000만원이다. 대학의 시설 개선 예산이 아니라 김 전 교수가 오랜 기간 모아 기부한 발전기금으로 전액 마련됐다.

1998년 한국기술교육대에 부임한 김 전 교수는 재직 기간 급여 일부를 공제하는 방식으로 대학 발전기금을 꾸준히 기부해 왔다. 퇴임을 앞둔 2025년에는 고인이 된 부모 명의로 1000만원, 장인·장모 명의로 1000만원을 기부했다. 이후 매달 기금을 보태며 총 5000만원을 채웠다.

학생들이 새롭게 단장한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기술교육대]

김 전 교수는 자신의 이름만 내세우는 대신 삶의 버팀목이 돼 준 가족의 이름을 기부에 함께 담았다. 부모와 장인·장모에게 받은 사랑을 학생들에게 돌려주고 싶었다는 뜻에서다.

그는 퇴임을 앞두고 대학 측에 발전기금을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헬스장의 운동기구 교체에 사용해 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대학은 김 전 교수의 뜻에 따라 여름방학 동안 낡은 기구를 정비하고 최신 운동기구를 설치했다.

한국기술교육대는 2013년 실내체육관을 건립하며 헬스장을 조성했다. 그러나 10년 넘게 사용한 운동기구가 노후화하면서 러닝머신 등이 자주 고장 났다. 이용 학생들은 기구 부족과 잦은 고장으로 운동에 불편을 겪었고 장비 교체를 요구하는 의견도 이어졌다.

김 전 교수의 기부는 학생들의 이런 목소리를 해결하는 데 쓰였다. 학생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시설을 살피고 기부금이 가장 체감도 높은 곳에 사용되도록 한 것이다.

우지영(경영학부 4학년)씨는 “김 교수님은 재직 당시에도 늘 인자하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학생들에게 다양한 스포츠를 가르쳐주셨다”며 “퇴임한 뒤에도 학생들을 위해 큰 선물을 해주셨다는 점이 존경스럽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새 기구가 들어온 뒤 헬스장 이용 분위기도 달라졌다고 전했다.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학생부터 본격적으로 체력 관리를 하는 학생까지 이용층이 넓어졌고 수업이 끝난 저녁 시간에는 새 기구를 체험하려는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김 전 교수에게 이번 기부는 단순한 시설 교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28년 가까이 몸담은 대학을 떠나면서 제자들에게 건네는 마지막 수업이자 응원의 메시지에 가깝다.

그는 “헬스장이 새롭게 단장되고 최신 기구로 채워진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고 가슴이 뭉클하다”며 “학생들이 학업·연구·취업 준비로 지친 일상에서 건강한 몸과 마음을 다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기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헬스장이 단순히 운동만 하는 장소가 아니라 학생들의 열정과 에너지가 모이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며 “학생들이 이곳에서 체력을 키우고 자신감을 얻어 더욱 건강하고 멋지게 성장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교수는 재직 기간 학생처장을 두 차례, 생활협동조합 이사장을 두 차례 맡았다. 취업처장과 생활관장도 네 차례씩 역임하는 등 모두 15년간 보직교수로 일했다.

학생들의 대학 생활과 복지·취업·기숙사 운영 등 교육 현장과 밀접한 업무를 오랫동안 맡아 온 셈이다. 교수협의회장으로도 활동하며 교수와 학생·대학본부 사이의 소통에 힘써 왔다.

강단을 떠난 뒤에도 학생들의 생활을 먼저 살핀 김 전 교수의 마음은 이제 새 운동기구로 남았다. 학생들은 매일 헬스장에서 기구를 이용하며 한 교수의 오랜 애정과 응원을 마주하게 됐다.

/천안=정종윤 기자(jy0070@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