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위고비·마운자로 등 새롭게 떠오르는 비만 치료제가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되더라도 처방전을 받는 절차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르면 이달 중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 치료제에 대한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고시할 계획이다.

해당 치료제들이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정부가 '의약분업 예외지역'으로 지정한 개설 약국에서도 의사의 처방전에 의해서만 판매가 가능하다. 용기나 포장, 첨부문서에 '오남용 우려 의약품'이라는 문구를 표시해야 한다.
GLP-1 계열의 대표 비만 치료제는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이거나, BMI가 27 이상 30 미만이면서 고혈압 등 1개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성인 과체중 환자에게 처방되는 전문의약품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터제파타이드 성분의 '마운자로'와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위고비'다.
식약처의 이번 조치는 미용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있는 상황을 바로잡고자 하는 의도다.
비만 치료제는 이른바 처방전 '성지'로 불리는 지역이나 개별 병원에서 손쉽게 처방을 받아왔다. 간소한 절차로 처방전을 내주거나, 의약분업 예외 지역에서는 처방전 없이 3일치까지 구매가 가능하다. 실제로 종로 약국거리는 위고비, 마운자로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비만 치료제 성지로 입소문이 나기도 했다.
따라서 향후 발생할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오남용 의약품 지정 외에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비만 관련 의약품의 경우 규제가 강화됐지만 처방이 늘어난 사례가 있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식욕억제제 처방 환자 수 및 처방량 현황'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 6월까지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환자 수는 연평균 약 112만명, 연평균 처방 건수는 496만회에 달했다. 펜터민과 펜디메트라진 성분이 대부분이었다. 이 성분은 2020년 8월 식약처가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 안전사용기준'을 설정해 관리해온 의약품이다. 비만 치료제보다 더 강한 규제로 관리되고 있는데도 처방은 꾸준한 셈이다.
더욱이 최근 성행하는 피하 주사 제형의 비만 치료제는 나날이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어 오남용 의약품 지정에도 성장세가 꺾이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내놓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안전서비스(DUR) 자료에 따르면 마운자로는 국내 출시 이후인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10개월간 150만 1161건 처방됐다. 출시 첫 달인 지난해 8월 1만 8579건에서 올해 5월 27만 3140건으로, 월간 기준 약 14.7배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비만 치료제 시장이 일부 타격을 받더라도 단기적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부적인 개정안의 내용에 따라 시장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의약분업 예외 지역에서도 처방전이 있어야 판매가 가능하다면 단기적인 관점에서 비만 치료제의 매출이 일부 축소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편법적으로 의약분업지역에서 처방전 없이 비만 치료제를 구매하기도 해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남용 의약품 지정으로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의사들의 처방 부담도 커진다면 일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지금도 대부분은 비만 치료제 구매 시 처방전이 있어야 하는데도 매출이 늘고 있다"면서 "오남용을 줄이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지만, 전체 피하 주사 제형의 비만 치료제가 출시 초기 단계인 점을 고려하면 당국의 규제에도 매출 타격은 제한적"이라고 예상했다.
글로벌 헬스케어 데이터 분석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은 2024년 300억 달러(약 43조원)에서 오는 2030년 2000억 달러(약 289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