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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개항 150년, 부산의 첫 풍경을 포기할 것인가

윤정섭 부산동구의원

[아이뉴스24 박채오 기자] 2026년, 부산은 개항 150주년을 맞는다. 지난 150년 동안 부산은 바다를 통해 성장했고, 세계를 향해 문을 열어왔다. 부산의 정체성은 언제나 바다에 있었다. 그렇기에 북항 재개발은 단순한 개발사업이 아니라, 부산이 앞으로 어떤 도시가 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역사적 선택이다.

최근 부산 북항 환승센터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부산항만공사(BPA)와 사업자인 피큐건설 간 약 3m 단차 문제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단순히 기관 간 갈등으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본질은 명확하다. 시민이 누려야 할 공공성과 조망권이 설계 단계에서 충분히 고려됐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부산항만공사는 환승센터 저층부 옥상광장과 부산역 보행데크 사이의 단차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시정을 요구해 왔다. 반면 사업자인 피큐건설은 설계와 시공이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면 의문은 남는다. 만약 3m에 달하는 단차가 부산역과 북항을 연결하는 공공보행통로의 연속성을 해치고, 부산의 상징인 바다를 가리는 결과를 낳았다면, 그 설계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가.

북항 환승센터는 민간 건설사의 수익사업 이전에 시민을 위한 공공시설이다. 특히 부산역은 대한민국 철도의 마지막 종착역이자, 부산을 처음 만나는 공간이다. 그 공간에서 시민과 관광객이 가장 먼저 마주해야 할 것은 구조물이 아니라 북항의 푸른 바다다.

그럼에도 오늘의 상황은 씁쓸하다. 시민들은 바다를 보고 싶어 하는데, 사업자는 계약서를 이야기하고 있다. 시민들은 편하게 걷고 싶어 하는데, 사업자는 설계의 적법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모든 책임을 한쪽에만 돌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적어도 공공시설을 조성하는 민간사업자라면 법적 최소 기준을 충족하는 것을 넘어, 도시의 정체성과 시민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의무가 있다. 특히 개항 150주년을 앞둔 부산의 관문에서 발생한 문제라면 더욱 그렇다.

건설은 건물을 세우는 일이다. 그러나 도시를 만드는 일은 다르다. 도시를 만드는 것은 시민의 기억과 경험을 설계하는 일이다. 만약 사업성이 시민의 시선보다 앞섰다면, 그것은 성공한 시공일 수는 있어도 성공한 도시계획은 아니다.

BPA와 피큐건설의 법적 공방은 언젠가 끝날 것이다. 계약 해지 여부도 법원이 판단할 것이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이 부산 시민에게 빼앗긴 조망권을 되돌려주지는 못한다. 시민이 잃어버린 첫 풍경은 판결문 한 장으로 복원되지 않는다.

개항 150주년의 부산은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150년 동안 지켜온 바다를 다음 세대에게 온전히 물려주고 있는가."

부산의 미래는 더 높은 구조물에 있지 않다. 부산역을 나서는 순간 펼쳐지는 푸른 북항의 풍경에 있다. 그리고 그 풍경은 어느 한 건설사의 사업계획보다 훨씬 오래, 그리고 훨씬 깊게 부산을 기억하게 만들 것이다.

* 본 기고는 아이뉴스24의 편집기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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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섭

현 부산동구의원

전 부산시교육청 언론정책 비서관

전 국민의힘 부산시당 디지털정당위원장

윤정섭 부산동구의원. [사진=본인 제공]
/부산=박채오 기자(chego@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