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병기 기자] 스타일 크리에이터 대전쟁 tvN '킬잇'이 지난 28일 아이돌 스타일리스트 김나라가 최종 우승을 차지하며 종영했다.
‘삭발좌’ 김나라는 키가 큰 모델도 아니고, 눈에 확 들어오는 스타일도 아니다. 김나라의 우승은 최고의 반전이다. 하지만 여기에 ‘킬잇’의 존재가치가 있다. 앞으로 K-패션이 요구하는 경쟁력은 더 이상 피지컬만이 아닌, 자신만의 감각과 철학, 해석력이라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패션은 유행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었다. 이젠 그것이 안통한다. 자신의 감각으로 무궁무진하게 크리에이팅할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주었다. 그러니까 ‘꾸꾸꾸’ 스타일이건, ‘꾸안꾸’ 스타일이건 자신의 감각과 철학을 최대한 동원해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변화해가면서 해석력을 갖추는 것, 그것이 앞으로 지향해야할 K-패션의 요체다.
‘킬잇’은 단계별로 많은 도전과제를 부여했는데, 옷을 만들어내는 디자이너의 영역보다는 옷을 어떻게 조합해서 스타일링하고 대중과 소통을 이뤄내느냐를 중점적으로 심사했다. 특히 초반 1대 1 데스매치에서 자신이 준비해온 의상이 가득 담겨있는 캐리어가 아닌 상대의 캐리어로 스타일링을 완성해야 하는 ‘캐리어 맞교환’이라는 황당한 상황속에서도 스토리텔링을 부여해 자신만의 감각으로 새로운 패션을 선보이는 과정과 결과를 아울러 볼 수 있었다.
김나라는 TOP7이 총 3라운드에 걸쳐 진행된 파이널 1R에서 5위에 그쳤지만, ‘코디 천재’로서 2R ‘리더의 옷장’(각 레이블 리더들이 각자의 옷장에서 가지고 온 특별한 아이템들로 15분 안에 스타일링을 완성하는 미션)부터는 자신감이 드러났다.
불과 1분 13초만에 의상 선택을 완료한 김나라는 매니시한 오버사이즈 코트와 스포티한 탑에 러블리한 미우미우 레드 스커트를 더한 젠더리스 룩을 선보였다. 여기에 청키한(굵고 짤막한) 부츠로 와일드한 매력을 더했다. 믹스매치된 빨간 스커트가 눈에 들어올 때 나 같은 패션 비전문가도 많은 점수를 받겠다는 예상을 할 수 있었다.
대미를 장식한 3R는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퍼스널 쇼케이스’를 직접 기획∙연출∙스타일링∙시연하는 종합선물상자편이었다. 여기서도 작가이자 스타일리스트인 김나라가 가장 개성적인 무대를 만들어냈다.
‘We draw each other’를 주제로 삼은 김나라는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무대를 만들었다. 하얀 의상을 입은 다양한 모델들의 몸에 직접 검정 페인트를 칠하는 드로잉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것.
서양화를 전공한 김나라의 아티스트적 감성과 ‘정체성은 하나의 고정된 본질이 아니다’라는 메시지가 오롯이 드러나는 행위 예술이자, 하이 패션쇼 같은 무대였다. 이를 위해 ‘킬잇’ TOP10 출신 나야와시에 이어 로봇까지 모델로 등장하며 쇼케이스의 몽환적인 무드를 극대화시켰다.
벨라우영도 그동안 주목받았던 ‘레이어드’를 3R에서 잘 활용해 최종 3위에 오를 수 있었다. 레이어드의 미학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풀어낸 패션쇼를 선보인 벨라우영에 대해 “본인이 입고 있는 옷들을 하나하나 벗어 모델에게 주면서 입게 하는 것 자체가 스타일링에 관련된 것”이라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3R에서 음악과 패션을 결합해 자신의 디제잉으로 펼쳐진 테크노 패션쇼를 선보인 재인은 “스토리텔링이 없고 음악이라는 주제로 끝”(블랙 레이블 리더 이종원)이라는 저조한 평가를 받으며 최종 5위에 랭크됐다.
요요는 영화 ‘위대한 쇼맨’의 OST인 ‘This is me’를 주제로 선택해, 다양한 개성에 대한 존중과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를 가슴 벅찬 뮤지컬 퍼포먼스에 담아냈고, ‘킬잇’ 참가자였던 니즈와 니키부터 가수 인순이까지 함께하며 의미를 더해 최종 2위를 달성했다.
요요와 함께 계속 우승후보로 거론됐던 다샤가 최종 7위에 그친 것도 ‘킬잇’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다샤는 ‘웨딩’을 주제로 힙한 신부들의 다채로운 쇼케이스 무대를 꾸몄는데, 보기에 따라서는 조금 산만하거나, 복잡했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메가 인플루언서 김지훈은 최종 6위에 그쳤지만, 통통 튀는 매력을 지니고 있어, 다음에는 얼마든지 상위권에 오를 수 있는 재목임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킬잇’은 누구나 자신만의 개성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다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K-패션’은 이미 글로벌로 확장되고 있다.
/서병기 기자(wp@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