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윤 기자] 범죄수사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가족을 이유로 범죄를 은폐하거나 증거를 없애는 행위에 대해서는 형법상 친족특례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국회의원(경기도 광주시 갑)은 29일 수사기관 소속 공무원이 범인은닉이나 증거인멸 범죄를 저지를 경우 친족 간 특례를 배제하고 가중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공정한 수사와 법 집행을 책임져야 할 수사기관 종사자가 직무상 의무를 저버린 채 가족의 범죄를 은폐하거나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 일반인과 동일한 친족특례를 적용하는 것은 공권력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마련됐다.
현행 형법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숨기거나 도피를 돕는 행위와 형사사건의 증거를 인멸·은닉·위조하는 행위를 범인은닉죄·증거인멸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가족이나 친족이 이러한 행위를 한 경우에는 혈연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형사처벌을 면제하거나 감경하는 친족특례를 인정하고 있다.

이 제도는 가족 공동체를 보호하고 인간의 본능적 보호 행위를 일정 부분 고려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지만 공적 책임이 요구되는 직무 수행 과정까지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둘러싼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논의가 본격화된 계기는 최근 광주에서 발생한 여고생 살인사건이다.
당시 사건에서는 피의자의 부친이 현직 경찰관 신분으로 범행과 관련된 증거를 훼손하거나 폐기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현행법상 친족특례 규정이 적용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국민적 공분과 함께 제도 개선 요구가 이어졌다.
법조계에서는 일반 국민과 달리 수사기관 공무원은 증거 확보와 보존, 적법절차 준수, 실체적 진실 규명이라는 법적·윤리적 의무를 부담하는 만큼 이러한 지위를 이용하거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해 범죄를 은폐하는 행위까지 친족 보호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법치주의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점을 반영해 범죄수사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형법상 범인은닉죄 또는 증거인멸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사책임을 면제받지 못하도록 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반 범죄보다 무겁게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았다.
입법 취지는 수사기관 내부의 책임성을 강화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형사사법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특히 법을 집행하는 위치에 있는 공무원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해 수사를 방해하는 행위는 일반인의 범죄와는 다른 수준의 책임이 요구된다는 점을 법률에 명확히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소병훈 의원은 "친족특례는 가족이라는 특수한 관계를 고려해 마련된 제도지만 공적 책임을 가진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해 범죄를 은폐하거나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까지 보호하는 장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제도적 허점을 보완해 법 집행기관 스스로 더 높은 책임성과 윤리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 국민의 사법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라며 "이번 개정안이 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누구에게나 동일한 법적 책임이 적용되는 형사사법 체계를 확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법안은 공권력의 중립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수사기관 종사자의 직무윤리를 제도적으로 보완하기 위한 입법이라는 점에서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이윤 기자(uno2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