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윤 기자] 인공지능이 축사 안의 미세한 전기불꽃과 연기를 감지하고 자율 소화 로봇이 불길을 향해 물을 뿌린다. 화재가 발생하면 출입문과 유도 조명을 자동으로 작동시켜 가축을 대피시키고 119에도 즉시 신고한다. 충남도가 AI와 로봇을 결합한 축사 화재 대응 시스템 개발에 나선다.
충남도는 ‘축사 맞춤형 AI 기반 화재 조기 감지·소화를 위한 보급형 화재 대응 통합 시스템 개발·실증’ 과제가 행정안전부의 ‘지역 맞춤형 재난안전 문제 해결 기술 개발 지원 2단계’ 공모에 선정됐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화재에 취약한 축사 환경에 맞춰 사전 예방부터 조기 감지, 초동 진압, 가축 대피, 119 자동 신고까지 하나로 연결하는 통합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축사는 먼지와 수증기, 암모니아가 많고 전기·난방시설이 밀집해 있어 일반 화재 감지 장비만으로는 초기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농촌 외곽에 있는 축산농가는 소방서와 거리가 먼 경우가 많아 화재 발생 초기에 대응하지 못하면 대규모 가축 폐사와 시설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연구개발은 천안에 있는 인공지능사물인터넷, AIoT·재난안전 전문기업 에스솔루션이 주관한다. 에이아이프로·케이대응로봇·호서대학교 산학협력단 등이 컨소시엄에 참여해 감지 장비와 소화 로봇, 관제 플랫폼을 함께 개발한다.
충남도는 2028년까지 2년 9개월 동안 국비 16억원과 지방비 4억원 등을 포함해 모두 25억4000만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에스솔루션 컨소시엄은 우선 축사 화재의 주요 원인인 전기적 이상을 조기에 찾아내는 지능형 아크 감지기를 개발한다. 아크는 전선이나 전기설비의 접촉 불량 등으로 발생하는 전기불꽃으로 축사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배전반에 설치되는 감지기는 내부에서 발생하는 미세 아크를 0.5초 안에 포착하고 즉시 전원을 차단한다. 화재로 번지기 전 위험 신호를 감지해 불길 자체를 막는 사전 예방 장치다.
화재 조기 감지에는 가시광 영상과 열화상 정보를 함께 분석하는 축사 특화 멀티모달 센서와 AI 복합 카메라가 활용된다.
AI 복합 카메라는 축사 안의 먼지와 수증기, 암모니아 등 열악한 환경에서도 연기와 불꽃, 열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실제 화재 여부를 5초 안에 판단하고 오경보율은 5% 이내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기존 감지기가 먼지나 수증기를 연기로 오인해 경보를 울리는 문제를 줄이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초기 단계부터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화재 발생 직후 불길을 잡는 무인 소화 체계도 개발한다.
컨소시엄은 AI 카메라와 연동해 화점을 스스로 찾아 물을 뿌리는 자율 소화 로봇인 지능형 무인 방수총을 구축한다. 화점 조준 정확도 80% 이상의 정밀 살수가 가능하도록 영상 분석과 자동 제어 기술을 결합할 계획이다.
사람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로봇이 불길의 위치와 확산 방향을 판단해 초동 진압에 나서는 방식이다. 축사 내부 진입이 어렵거나 유독가스와 연기로 인명 피해 우려가 큰 상황에서도 원격·무인 진압이 가능할 것으로 도는 보고 있다.
가축 피해를 줄이기 위한 지능형 탈출 유도 시스템도 마련한다.
이 시스템은 화재 위치와 연기 확산 방향, 축사 구조 등을 AI가 분석해 안전한 대피 경로를 판단한다. 이후 출입문을 자동으로 여닫고 방향성 조명을 유기적으로 제어해 가축이 불길 반대편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한다.
가축의 빛과 움직임에 대한 반응, 위험을 피하려는 생존 본능을 AI 제어 기술과 결합해 대규모 폐사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화재 상황에서 사람이 축사 안으로 들어가 직접 가축을 이동시켜야 하는 위험도 낮출 수 있다.
조기 감지와 자동 소화, 가축 대피는 하나의 통합 관제 플랫폼으로 연결된다.
통합 관제 플랫폼은 축사 내 센서와 카메라, 배전반, 소화 로봇, 출입문을 실시간으로 관리한다. 네트워크가 끊기거나 정전이 발생하더라도 현장 장비가 AI를 기반으로 자체 판단해 화재 감지와 진압을 이어가도록 설계된다.
화재가 확인되면 관할 119상황실에도 위치와 발생 지점, 화재 영상, 축사 내부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 정확한 정보를 확보해 진압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컨소시엄은 시스템 개발을 마친 뒤 천안과 홍성 등에 있는 돈사·계사 3곳에 조기 감지-자동 소화-통합 관제 시스템을 설치한다. 실제 축산 현장을 시험 공간으로 활용하는 리빙랩 방식으로 3개월 이상 성능을 검증할 예정이다.
현장 실증 과정에서는 먼지와 습기, 온도 변화, 가축 움직임 등 축사 특유의 환경에서 감지 정확도와 장비 내구성, 통신 안정성 등을 점검한다. 관할 소방서와 함께 실제 화재 상황을 가정한 검증도 진행한다.
충남도는 실증 결과를 토대로 시스템의 객관적인 신뢰성을 확보하고 상용화에 필요한 공인 인증도 받을 계획이다. 영세 농가에서도 도입할 수 있도록 장비 가격과 유지관리 비용을 낮춘 보급형 안전 패키지로 개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도는 이번 기술이 현장에 적용되면 △축사 극한 환경에 특화된 AI 원천기술 확보 △지능형 무인 소화 체계 국산화 △축사 화재 피해 90% 이상 예방 △조기 진압을 통한 지역경제 피해 감소 △K-보급형 안전 패키지 시장 선점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축사 현대화 사업과 연계해 도내 농가에 단계적으로 보급하고 향후 다른 지역 축산시설과 농업시설까지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동헌 충남도 자치안전실장은 “이번 기술은 소방서와 멀리 떨어져 있어 화재 골든타임 확보가 어려운 영세 축산농가의 파수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기술 개발과 현장 실증을 마친 뒤 축사 현대화 사업과 연계해 도내 전역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도내 축사에서는 2021년 54건, 2022년 66건, 2023년 53건, 2024년 55건, 지난해 52건 등 최근 5년 동안 모두 280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한 재산 피해는 233억원으로 집계됐다.
발화 원인은 전기적 요인이 142건으로 전체의 50.7%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부주의가 48건으로 17.1%, 기계적 요인이 38건으로 13.6%를 기록했다. 축사 화재 두 건 가운데 한 건 이상이 전기적 문제로 발생한 만큼, 도는 아크 감지와 자동 전원 차단 기술이 현장 피해를 줄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포=정종윤 기자(jy0070@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