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예진 기자]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가운데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기업은 상장 전략뿐 아니라 일반주주 보호와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도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장지운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는 28일 “이번 가이드라인은 자회사 상장 자체를 금지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상장 과정에서 일반주주의 권익을 얼마나 충실히 고려했는지를 중요한 심사 요소로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중복상장은 국내 자본시장의 대표적인 신뢰 저해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기업들은 자금조달과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회사 상장을 추진해 왔지만 모회사 핵심 사업이 분리되면서 기업가치가 희석되는 이른바 ‘모회사 디스카운트’를 초래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물적분할 이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과정에서 일반주주의 이해관계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중복상장을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 ‘원칙 금지, 예외 허용’ 원칙을 제시했다. 물적분할로 설립된 자회사가 중복상장을 추진할 경우 모회사는 주주총회를 통해 일반주주의 동의를 사실상 받아야 한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은 3%로 제한되며, 출석 주주의 과반과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동의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반면 물적분할이 아닌 일반 자회사는 주주동의가 권고사항으로 운영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한국거래소의 심사가 한층 엄격해질 수 있다. 다만 자회사 자산·매출·영업이익이 모두 모회사 대비 10% 미만인 경우에는 주주동의 요건이 면제된다.
장 변호사는 기업이 자회사 상장이 모회사와 일반주주에게 미칠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고, 그 과정과 판단 근거를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자회사 주식 현물배당 등이 일반주주 보호 방안으로 검토될 수 있으며, 독립적인 위원회를 통한 심의와 충실한 공시도 거래소 심사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거래소는 앞으로 자회사의 독립성과 투자자 보호 수준을 중심으로 심사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회사가 독립적인 사업모델과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는지, 모회사와 사업이 중복되지 않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전망이다.
장 변호사는 특히 절차적 정당성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상법은 이사에게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충실의무의 보호 범위를 일반주주까지 확대하는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이사회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했는지, 그 과정이 객관적으로 기록되고 공시됐는지가 향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며 “주주영향평가가 형식적으로 이뤄졌거나 의견 수렴 절차가 미흡하다고 평가될 경우 거래소 심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상장 이후에도 주주대표소송이나 손해배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장예비심사 직전에 대응하기보다 기획 단계부터 이사회 운영 체계를 정비하고 주주영향평가를 실시하는 한편 공시와 IR 전략까지 하나의 컴플라이언스 체계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같은 준비가 거래소 심사는 물론 상장 이후 주주와의 분쟁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정예진 기자(yejin0311@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