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박지은·최란 기자] 미국이 강제노동 생산제품 수입금지와 관련한 무역법 301조 관세 조치를 확정했지만, 한국 산업계가 당장 받는 직접적인 충격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미국이 이미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별도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자동차·철강·알루미늄·구리·반도체 등 주요 품목을 이번 301조 관세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다만 가전 등 232조 관세 대상이 아닌 품목은 추가 관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이 별도로 진행 중인 '구조적 과잉생산' 관련 301조 조사 결과에 따라 국내 산업계의 관세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어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3일(현지시간) 강제노동 생산제품 수입금지와 관련한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를 최종 발표했다. 한국·일본·스위스 등 3개 경제권은 기존 최혜국(MFN) 관세율이 12.5% 미만인 품목의 경우 301조 관세를 더해 총 관세율을 12.5%로 맞추고, 기존 MFN 관세율이 12.5% 이상인 품목에는 301조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방식이 적용된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기존 232조 관세와의 중복 부과를 막았다는 점이다. USTR은 자동차·철강·반도체 등 무역확장법 232조 대상 품목과 원자재 등 특정 품목을 이번 301조 관세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이미 미국의 품목별 관세를 적용받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와 자동차업계는 이번 조치로 관세 부담이 추가로 늘어나지는 않게 됐다.
철강업계는 미국의 232조 관세 체계 아래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과 관련 제품에 대한 높은 관세 부담을 이미 감내하고 있다. 자동차 역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가 적용되던 한국산 자동차에 미국이 232조 관세를 부과하면서 관세 부담이 발생했지만, 한미 관세 합의에 따라 현재는 15% 수준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이번 301조 관세가 기존 232조 관세에 추가로 중첩되지 않으면서 자동차와 철강업계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한 셈이다. 반도체 업계 역시 이번 301조 관세의 직접적인 추가 부담에서는 벗어났다.

반면 232조 관세가 적용되지 않거나 적용 범위가 제한적인 품목은 301조 관세 발표 결과에 따라 새로운 관세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대표적으로 가전업계가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냉장고·세탁기·건조기 등 일부 생활가전은 이미 제품에 포함된 철강 등에 232조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TV 등 232조 적용 대상이 아닌 전자제품은 향후 301조 조치의 대상 품목과 관세율에 따라 추가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조치로 미국의 품목별 기본 관세율이 12.5%에 미치지 못하는 가전 품목의 경우 301조 관세가 추가돼 총 관세율이 12.5% 수준으로 조정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가전업체의 미국 수출 원가 부담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가전업계는 이번 조치가 경쟁 구도 자체를 크게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기업뿐 아니라 일본과 유럽 등 주요 경쟁업체들도 미국의 관세 정책 영향을 함께 받는 데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미국과 멕시코·베트남 등 해외 생산거점을 활용해 생산·조달 구조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현재보다 관세가 오르면 원가 부담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유럽 업체들도 미국 시장에서 비슷한 영향을 받는 만큼 경쟁 상황 자체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세 인상이 이어지면 결국 미국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산업계가 더 주목하는 것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과잉생산 관련 301조 조사다. USTR은 지난 3월 한국을 포함한 16개 경제권을 대상으로 철강·자동차·전자·배터리·조선·반도체·기계 등 제조업 분야의 구조적 과잉생산 여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미국은 해외의 구조적 과잉생산과 생산능력 과잉이 미국 제조업 기반을 약화시키고 미국 내 생산기반 재건을 어렵게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조사 대상에는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이 다수 포함돼 있다. 향후 미국이 과잉생산을 이유로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이미 232조 관세가 적용되는 산업은 중복 부과 여부와 관세 상한이 핵심 쟁점이 되고, 가전·배터리·기계 등은 새로운 관세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
정부는 강제노동 301조와 과잉생산 301조 관세를 합산한 부담이 한미 간 기존 관세 합의에서 정한 수준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강제노동 301조 조치로 한국 산업계가 당장 추가로 부담할 관세는 제한됐지만, 향후 과잉생산 조사 결과에 따라 미국의 대한국 관세 정책이 다시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만 놓고 보면 232조 품목을 중심으로 직접적인 추가 부담은 피했다"면서도 "과잉생산 301조 조사가 국내 주력 산업을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어 최종 결과가 향후 미국 수출 환경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이한얼 기자(eol@inews24.com),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최란 기자(ra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