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불법복제를 근절해야 한다는 근본 원칙에 동의 합니다."
지난 4일 '사사(辭寫)데이'를 천명한 '반불법복제의 날 공동 선포식'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종걸 의원은 사무용 소프트웨어연합(BSA)의 근본 철학에 동의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소프트웨어산업 발전을 위해 불법복제를 막아야 한다는 기본원칙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BSA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활동엔 늘 곱지 않은 시선이 따라다닌다.
시발점은 우리나라 SW 불법복제율에 관한 통계 수치. 2004년 우리나라 SW 불법복제율을 BSA는 46%,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프심위)는 33.7%로 발표했다. 12.3%포인트의 차이. 그나마도 옛날에 비해 줄어든 수치다. 2003년엔 50%와 35%로 15%포인트나 차이가 났었다.
김은현 BSA 의장은 BSA가 세계 85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순수 민간단체'임을 누누이 강조했다. 하지만 회원사들의 매출을 기준으로 하는 조사방식에서 볼 수 있듯, BSA는 분명 MS·시만텍·어도비 등 주요 글로벌 SW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실상 이익단체'이다.
'순수함'에 의심이 가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BSA가 조사한 SW 불법복제율이 한미 통상협상을 할 때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간접적으로 우리 정부에 압력을 행사하는 도구로 사용돼 왔다는 것이다.
BSA는 정치나 제도에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는다고 강조하지만, 우리나라가 '우선감시대상국'에서 '감시대상국'으로 한 단계 낮아졌다고 변명하는 것에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SW 불법복제 근절은 분명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민간단체'로 포장한 채 사실상 '이익단체' 역할을 하고 있는 BSA의 모습에 비난이 쏟아진다는 것이다.
BSA의 목표는 '시민들의 인식전환'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다 '글로벌 기업들의 구미에 맞는' 인식전환이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BSA는 올 한 해 정말 엄청난 양의 행사를 치를 계획이다.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 마라톤 대회, 콘서트, 가두행사, 실버캅 육성, 기업 경영자나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포럼, 세미나 개최까지.
이것이 놀라우면서도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활동들이 BSA가 강조하듯 공익적 수준이 아닌, 우리나라 SW 시장을 압박하는 수단의 도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더불어 정치인들도 그들의 말과 행동이 한국 SW 산업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BSA의 근본 철학을 공유만 할 것이 아니라, 그 단체가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 주의해서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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