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최근 코스피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자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다시 미국 증시로 향하고 있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달 1~21일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28억7876만달러(약 4조2605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순매수액(6억3295만달러)의 4배를 웃도는 규모다. 특히 20~21일 이틀 동안에만 약 10억달러가 순유입됐다.
올해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1월 44억9863만달러에서 2월 39억4905만달러, 3월 16억9150만달러로 감소했고, 4~5월에는 순매도로 전환됐다. 이후 6월 다시 순매수세로 돌아선 데 이어 이달 들어 매수 규모가 급격히 확대됐다.
이른바 '국장 탈출' 현상의 배경으로는 국내 증시의 높은 변동성이 꼽힌다. 지난 6월 중순 이후 반도체 업황 피크아웃 우려와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고점 대비 30% 이상 급락했다. 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이 코스피 전체의 약 30%를 차지하는 만큼 반도체주의 약세가 지수 전반의 하락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자금 이탈도 수치로 확인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1일 120조837억원에서 20일 112조5190억원으로 약 8조원 감소했다. 국내 증시 대기자금이 줄어든 사이 미국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한 셈이다.
환율도 서학개미들의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초 1560원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1470원대로 내려왔다. 1500원대를 웃돌던 환율이 하락하자 달러를 매수하려는 투자자가 늘었고, 미국 주식 투자 수요도 함께 살아났다는 분석이다.
국내에 상장된 미국 대표지수 ETF에도 자금이 몰렸다.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지난 15~21일 개인투자자는 TIGER 미국S&P500을 119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어 KODEX 미국나스닥100(944억원), KODEX 미국S&P500(712억원), TIGER 미국나스닥100(648억원)에도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투자 성향도 한층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달 서학개미 순매수 1위는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3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인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스 불 3X(SOXL)'가 차지했다. SK하이닉스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도 상장 엿새 만에 약 9000억원이 순매수되며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연초와는 다른 흐름이다. 지난 1월에는 알파벳, 테슬라, 뱅가드 S&P500 ETF(VOO) 등 대형 우량주와 대표지수 ETF가 순매수 상위권을 차지했다. 반면 최근에는 SOXL, SK하이닉스 ADR, QLD,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등 AI 반도체와 레버리지 상품이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국내 증시 급락 이후 반등을 노린 투자자들이 변동성이 큰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 ADR로의 자금 유입이 국내 본주 수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DR 거래가 활발해질수록 차익거래와 헤지 거래 등을 위해 국내 상장 주식을 함께 매매하는 수요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SK하이닉스 ADR을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도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한 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ADR 상장 직후 미국 ETF 운용사들이 관련 단일종목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며 "미국 증시는 가격제한폭이 없어 국내 시장보다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