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병기 기자] 요즘 유튜브에서는 술집에서 음원인 척하고 라이브하기 '[백그라운드 라이브] JAYKEEOUT'가 큰 인기다. 처음에는 가수가 술집 안 밀폐된 공간에서 노래를 부르지만, 손님들은 음원을 틀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2절 후반에는 직접 홀(Hall)로 나와 테이블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 “설마”가 “진짜”로 바뀌는 순간이다. 지난 6일 공개된 성시경 편은 10여일만에 조회수가 무려 214만회를 넘겼다. 박기영은 노래 부르기 직전 홀에서 서비스 안주를 손님들의 테이블에 제공하기도 했다. “아슬아슬 쇼”다.
KBS2의 토크 예능 ‘말자쇼’도 시청자의 큰 반응을 유발하고 있다. 김영희가 ‘말자 할매’ 캐릭터를 앞세워 세대와 관계를 뛰어넘는 소통을 그려나가고 있다. 재미있게 좌중을 끌고나가는 김영희의 파워가 잘 느껴진다.
공연에서부터 다져진 ‘말자쇼’에서는 최근 청춘 남녀들의 즉석 만남을 주제로 한 ‘말자팅’ 특집을 했는데, 한마디로 난리가 났다. 엮어도 너무 과감하게 엮어주는 ‘러브 메이커’ 말자 할머니에서 재미가 나왔지만, 그의 연애 조언은 웬만한 심리학자 못지 않았다.
이 두 프로그램을 통해 하고싶은 말이 있다. 레거시 미디어건, 디지털 미디어건, 뉴미디어건 재미있는 콘텐츠는 살아남는다. [백그라운 라이브]는 ‘히든싱어’ 등 기존 콘텐츠에서 힌트를 얻으면서 적절하게 융합하고 새로운 내용을 첨가한 퓨전 요리지만, 즉흥성과 의외성 등 재미 요소가 가득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1m 앞에서 자신을 보면서 노래를 부르는 상황은 콘서트에 가서도 맛볼 수 없는 재미다.
모바일폰으로 속도와 정보의 민주화가 완벽하게 실현된 지금은 '대중픽'을 넘어 '마이픽' 시대로 이미 접어들었기 때문에 까다로운 개인에 맞는 취향을 제공해야 한다. 새로운 시도를 하기 좋은 유튜브 콘텐츠가 이를 파악한다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
그런 점에서 오는 8월 7일 유튜브로 첫 공개되는 관객소통형 토크 콘서트 ‘빈칸 채우기’도 히트를 예감할 수 있는 콘텐츠다. ‘빈칸 채우기’는 토크와 미니 콘서트를 결합한 포맷으로, 관객과의 진솔한 대화로 콘서트를 이끌어가는 참여형 음악 토크쇼다.

기존 음악방송의 화려한 연출보다 진정성과 공감에 초점을 맞췄다. 소극장 무대에서 아티스트와 50여명의 관객이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하며 숨소리와 감정까지 담아내는 몰입형 공연을 지향한다. 일반 공연은 아티스트가 중심이지만, 여기서는 무대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관객을 설정해 음악과 추억,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아이돌 가수들은 몇천석, 아니 몇만석의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갖는다. 만약 아이돌이 1~2백석의 홍대 소극장에서 공연하면 어떻게 달라질까?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좀 더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고, 팬들이 아이돌과 함께 즉석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체키'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이건 아이돌과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있어 특별 기념품 역할을 한다. '빈칸 채우기'가 의도하는 감성이 이런 '직접성'과 '즉흥성'이다.
'빈칸 채우기'의 진행자는 싱어송라이터이자 포크감성의 대명사인 박학기. 올해 63세인 박학기는 1989년 골든디스크상 신인가수상을 받았고, 90년대에는 수많은 노래를 발표한 후 지금도 음악의 길을 걷고 있다. 동시대 뮤지션과도 두루 친하고, 선배들과도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故 김광석과도 친구다. 김광석 다시 부르기, 김민기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아무리 음악 경험이 많아도 이야기를 전하지 못하면 MC로는 적합하지 않다. 박학기는 하고싶은 이야기도 많아 아티스트의 공백과 감정을 가장 자연스럽게 끌어내며 진솔한 대화와 깊이 있는 음악 이야기로 관객들과 공감의 시간을 만들어갈 예정. 첫 회 초대가수로 1996년에 결성된 남성 발라드 듀오 유리상자(박승화, 이세준)가 나오는 것도, 스토리가 많은 아티스트일 뿐만 아니라 박학기와 가장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이기 때문이다.
‘빈칸 채우기’를 연출하는 오준성 감독은 작곡가이자 음악기획자로 오래전부터 한류 음악을 이끌어왔다. 인기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비롯해 '주군의 태양', '시티헌터', '화랑‘, '검사프린세스', '신의', '마녀유희', '마이걸' 등의 음악 작업을 한 아티스트로, 일본 등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오준성은 ‘빈칸 채우기’의 차별성에 대해 “작년부터 기획했다. 세대를 뛰어넘는 음악, 잊혀졌던 화려한 시절을 되돌아본다고 할 때 그 빈 칸은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삐삐와 공중전화. 당시 시대상황을 불러내 빈 칸을 채워나간다. 관객도 할 말이 많다. 소극장 콘서트를 관객 밀착 대화형으로 만들고자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음악을 지탱하고 주도해온 가수를 그냥 부르는 게 아니라, 그 분들이 건재하고 있다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한류는 결과 위주로만 보여준다. 그동안 한류를 만들어준 토양과, 그런 삶들은 가려져 있다. 그런 것들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이 없다”면서 “그런 음악들을 새롭게 듣고, 당시 시대배경 소재들을 많이 끄집어낸다. 전체를 빈 칸이라고 보고 채워간다. 가수가 4곡 정도를 부르고 나머지는 토크”라고 설명했다.
MC인 박학기는 “음악하며 살 수 있었던 건 동료와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광석, 김민기 프로젝트 등을 함께 하면서 순수한 배려와 행복을 많이 느꼈다. 따뜻한 뮤지션이 많더라. 오준성 감독과 함께 우리 마음속을 채워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했다. 살면서 헛헛함도 많이 가지고 있다. 친구, 부부, 가족이 뮤지션과 그런 대화를 나눴으면 한다”면서 “관객과 아티스트가 수평적 관계다. 대본에 의해 진행되는 게 아니라, 비어있는 걸 채우는 거다. 유리상자는 개인적으로 가장 편안하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음악만 들려주는 프로그램이 시청률이 높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좋은 음악, 과거의 노래라도 요즘 감성에도 맞는 세련된 음악을 들려주려 하지만, 추억이나 감성팔이에는 머물지 않겠다고 한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하라고 하면 아이돌 음악과 트로트로 양분된 상황에서 각자의 감성을 지배해온 노래가 있을 것이다.
박학기는 “엄청난 디지털의 홍수 속에서 아날로그 감성만 찾는 건 아니다. 내가 즐거운 게 행복이고, 진정한 휴식이다. 프로그램도 그런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오준성 감독도 “한 획을 그은 아티스트를 초청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다. 음악은 엑기스만 들려주고, 높은 퀄리티와 재미로 시청자를 끌어들이겠다”고 전했다.
‘빈칸 채우기’는 무대도 중요하지만 객석도 매우 중요하다. 무대는 MC 박학기가 이끌고, 관객석은 MC 류대산의 재치로 이야기가 풀려나간다. 둘 다 달변가다. 좋은 소통을 기대해볼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빈 칸 채우기’는 관객에게는 추억과 공감을 제공해 주고, 아티스트에게는 새로운 무대와 소통의 기회를 선사하며 차별화된 음악 토크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서병기 기자(wp@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