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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선(先) 인하 후(後) 보상'…앞뒤 없는 '약가 개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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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격언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항상 통한다. 정부가 처음부터 엉성하게 첫 단추를 채운 정책은 애꿎은 제약·바이오기업들에 고스란히 막대한 기회비용과 피해를 떠넘기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달 1일 시행을 앞둔 보건복지부의 약가개편안이 딱 그 모양새다. 약가결정 핵심변수인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은 8월에야 신청을 받아 12월에 마무리된다. 약값을 깎는 칼은 먼저 휘두르면서 그 충격을 완화해 줄 보상장치는 넉달 뒤에야 가동하는 셈이다. 순서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번 개편안 골자는 2036년까지 단계적으로 약값을 내리는 데 있다. 현재 오리지널(원조) 약값 대비 53.55%인 복제약과 특허만료 의약품 가격을 45%까지 낮춘다. 대신 신약 연구개발(R&D)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혁신형 제약기업에는 약가 가산 60%를, 준혁신형에는 50%를 최대 4년간 부여하기로 했다.

전체 약값은 끌어내리되 R&D기업에는 가격우대 혜택을 줘 소비자 부담 경감과 산업발전을 동시에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취지는 좋지만 추진방식이 삐걱거리면서 주객이 전도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혁신형 선정이 끝나는 연말에 맞춰 개편안을 시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호소가 터져 나온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의 8월 시행 방침은 요지부동이다. 결국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이 마무리되는 연말까지 국내 제약사들은 아무런 완충장치 없이 약가인하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이번 개편안은 설계단계부터 우려가 컸다.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신약개발에 필요한 10여년의 공백기를 오리지널 특허가 만료된 복제약 매출로 버틴다. 이런 현실을 도외시한 채 R&D 투자 기업만 우대하는 방식으로 약가를 깎으면 규모가 작거나 복제약 위주 중소제약사들은 오히려 R&D에 투자할 여력마저 잃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무려 14년만에 복제약 가격체계를 손질하는 이번 개편안은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생존을 가를 최대 화두다. 부작용을 최소화할 안전장치마저 뒤늦게 마련하는 졸속행정이 이어진다면 'K바이오' 미래는 기약하기 어렵다.

/이효정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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