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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재선충병 10년 만에 최악…177만 그루 감염, 66만 그루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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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목 방치 땐 산불·산사태 위험 가중…국가 주도 방제·산림 수종 다양화 시급

[아이뉴스24 이윤 기자] 우리나라 산림을 대표하는 소나무가 재선충병의 급속한 확산으로 심각한 위기에 놓였다. 올해 확인된 피해목은 177만 그루를 넘어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방제를 마친 나무는 전체의 60%대에 그쳤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산림에서는 피해목 10그루 가운데 약 4그루가 제때 처리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기존 방제체계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국회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발생한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은 총 177만2985그루로 집계됐다. 전년도 148만6338그루보다 19.3% 증가한 규모로 2017년 이후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다. 한동안 감소세를 보였던 재선충병 피해는 2021년 이후 다시 가파르게 증가하며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국회의원 [사진=송옥주 의원실]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은 재선충이 나무 조직 안으로 침입해 수분과 양분의 이동을 방해하면서 소나무를 빠르게 고사시키는 병이다. 재선충은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 등 매개충을 통해 주변의 건강한 소나무로 확산하기 때문에 감염목을 조기에 발견해 신속하게 제거하는 것이 방제의 핵심이다.

그러나 피해가 급증하는 동안 현장의 방제 실적은 오히려 악화됐다. 2026년 방제를 완료한 피해목은 111만1472그루로 전년보다 16.4%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전체 피해목 가운데 처리를 마친 비율인 방제율은 전년도 89.4%에서 올해 62.7%로 26.7%포인트 급락했다. 올해 확인된 피해목 가운데 66만1513그루가 처리되지 못한 채 산림에 남아 있는 셈이다.

감염목이 장기간 방치되면 고사목이 매개충의 서식과 번식 공간이 돼 여기에서 나온 매개충이 주변의 건강한 소나무로 이동하면서 피해가 다시 확산할 가능성이 커진다. 올해 제거하지 못한 피해목이 다음 해 새로운 감염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방제 지연은 피해를 반복적으로 확대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관리 주체에 따른 방제 실적의 차이도 뚜렷했다.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국유림을 담당하는 지방산림청은 피해목의 99.9%를 처리한 반면 지자체가 관리하는 공유림과 사유림의 방제율은 61.9%에 그쳤다. 두 관리체계 사이의 격차는 38.0%포인트에 달했다. 지자체 관할 산림에서는 피해목의 38.1%가 제때 처리되지 못한 것이다.

이 같은 격차는 재선충병 대응이 관리기관의 인력과 예산, 전문성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공유림과 사유림은 산주 확인과 작업 동의, 현장 접근성 확보 등 행정적·물리적 제약이 많아 국유림보다 신속한 방제가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산림청은 지자체의 낮은 방제 실적 원인으로 전담 인력 축소와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 부족 등을 꼽고 있다. 재선충병 방제는 예찰부터 감염 여부 확인, 벌채와 파쇄, 사후 관리까지 전문성과 업무의 연속성이 필요하지만 일부 지자체에서는 잦은 인사 이동과 전담 조직 부족으로 체계적인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지자체장의 관심과 행정 역량에 따라 예찰과 방제 우선순위가 달라지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재선충병은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어 확산하지만 실제 대응은 개별 시·군·구 단위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한 지역의 방제 부실이 인접 지역의 재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예산 부족과 기존 방제 방식의 한계도 확산세를 따라잡지 못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피해목이 급증하면 벌채와 운반, 파쇄 등에 필요한 비용도 함께 늘어나지만 관련 예산은 피해 증가 속도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사람이 산림을 직접 조사해 감염목을 한 그루씩 찾아 제거하는 기존의 ‘추격형 방제’ 역시 피해가 광범위해지면서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다.

방제되지 않은 고사목이 산림에 대량으로 남는 것은 재선충병의 추가 확산뿐 아니라 산불과 산사태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수분을 잃고 마른 고사목은 산불 발생 시 연료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대규모 집단 고사로 나무뿌리의 토양 지지력이 약해질 경우 집중호우 때 토사 유출이나 산사태 위험도 커질 수 있다.

기후변화로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 대형 산불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재선충병을 단순한 병해충 문제가 아닌 복합적인 산림재난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이에 따라 지자체 중심의 기존 방제체계에서 벗어나 국가가 주도하는 면적 단위 관리체계로 전환할 방침이다. 전국 산림을 일정한 공간 단위로 세분화하고 피해 규모와 확산 가능성을 분석해 방제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식이다.

인공위성과 헬기, 드론을 활용해 넓은 지역의 산림 변화를 관측하고 인공지능(AI)을 접목해 감염 의심목을 조기에 찾아내는 시스템도 도입한다. 확보된 데이터를 방제 계획과 예산 배분에 연계해 피해가 심각하거나 확산 위험이 높은 지역에 자원을 우선 투입해 방제 실적이 부진한 지자체에는 예산상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첨단 기술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성과 드론, AI가 감염 의심목을 찾아내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피해목을 제거하려면 전문 인력과 충분한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광역 단위 전문 방제조직과 현장 대응 역량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선충병 확산을 계기로 우리나라 산림의 수종 구조를 장기적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특정 수종이 넓은 지역에 집중된 산림은 병해충과 산불, 기후변화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는 만큼 소나무 등 침엽수 중심의 산림을 다양한 활엽수와 밀원수가 공존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소나무림을 일률적으로 다른 수종으로 바꾸기보다는 지역별 기후와 토양, 생태적 가치와 경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수종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선충병 피해지를 복구하는 과정에서도 동일한 수종을 반복해 심기보다 병해충과 산불에 대한 회복력이 높은 혼합림을 조성하는 등 장기적인 산림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송옥주 의원은 “기후변화로 재선충병 피해가 급증하면서 이제는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 위주의 산림 구조를 벌들이 꿀을 채취할 수 있는 밀원수를 포함한 활엽수림으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며 “임업인에게 직불금을 지급해 활엽수 식재를 유도하는 ‘임업직불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최근 10년 사이 최악의 수준으로 확대된 상황에서 사후 제거에 의존하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확산세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피해목을 얼마나 많이 제거했는지를 넘어 감염을 얼마나 빨리 발견하고 확산을 차단했는지를 중심으로 방제 정책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177만 그루가 넘는 피해목과 60%대로 떨어진 방제율은 우리나라 산림 방제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경고음이다. 재선충병이 병해충 문제를 넘어 산불과 산사태, 기후변화와 지역 간 행정력 격차까지 연결되는 국가적 산림재난으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국가 주도의 통합 예찰·방제체계 구축과 지자체 전문인력 확충, 안정적인 재정 지원, 산림 수종 다양화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성=이윤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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