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병기 기자] 요즘은 정부 차원에서도 K-콘텐츠 지원 확대와 수출 증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분주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8일 최휘영 장관 주재로 대중음악 기획사 및 유관 협회가 참여해 ‘음악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현장간담회’를 열고 대중음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해법으로 중소기획사와 인디음악 지원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김윤지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9일 “K-콘텐츠 수출이 1억 달러가 늘면 관광, 소비재 등 한류연관산업 수출이 2.02억 달러가 증가한다”면서 콘텐츠 수출은 제 몸집보다 더 높은 효과를 거두는 게 재입증되었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이 말 하나로도 K-콘텐츠 산업의 생태계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가 설명되고, 이를 위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도 성립된다.
이수만 프로듀서의 말대로 “과거는 이코노미 퍼스트, 컬처 팔로잉 시대였다. 이제 컬처가 퍼스트, 이코노미 넥스트인 시대가 왔다”는 발언이 실감이 날 정도다.

브랜드 매니저인 노희영 히노컨설팅펌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큰 손 노희영’에서 “K-팝과 K-드라마가 뜬 거에 비해 우리는 중소기업 제품을 너무 못팔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한류 연관 산업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여지가 아직 충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K-컬처 장르는 K-팝, K-드라마, K-무비, K-웹툰, K-애니메이션, K-푸드, K-뷰티, K-패션 등 다양하지만 K-팝, K-드라마, K-무비, K-웹툰은 한류의 근간을 이루는 콘텐츠인 만큼 매우 중요하다.
특히 대중음악 장르는 한번 히트하면 효과가 매우 오래 간다. 갬블러가 플레잉 카드 게임의 승패 뒤에 숨겨진 운명의 법칙을 찾기 위해 카드를 낸다는 다소 철학적인 가사를 담은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스팅의 자작곡 ‘Shape of My Heart’가 1994년 영화 ‘레옹’ OST로 삽입되면서 불멸의 히트곡이 됐다.
이 같은 음악과 영상의 완벽한 결합은 K-콘텐츠인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도 이뤄졌다. 시간이 흘러 ‘케데헌’이 조금씩 잊혀져도 OST인 ‘골든’의 힘은 훨씬 더 오래 살아남는다.
K-컬처의 중요성을 인식한 정부는 K-컬처 시장의 목표를 300조에서 400조 원으로 상향조정한 바 있다. 그 중에서도 대중음악은 K-컬처 400조 달성의 핵심 성장동력이다.
지난 6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한 ‘이재명 정부 1년 외신 보도 분석’에 따르면, 19개국에서 작성한 67개 주요 외신 분석 결과 문화 분야는 전체 분야 중 가장 높은 우호도를 기록했다. 주요 긍정 키워드로 BTS(+1.19), K-팝(+1.12), 블랙핑크(+1.09)가 상위권에 랭크됐다.
K-팝은 관광·뷰티·푸드·패션 등 K-컬처 전반의 동반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콘텐츠 산업이다. 2023년 기준 콘텐츠산업조사를 보면, 국내 콘텐츠산업 수출액(약 133억 달러) 중에서 음악의 비중은 9.2%로 게임(62.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소비재 수출 품목 중 한류의 영향을 받는 계수 조사 결과를 봐도 음악(89.9%)은 방송(85.2&)을 제치고 최상위를 기록했다.(전종군·김승년, ‘2024 한류 생태계 연구: 2024 한류의 경제적 파급효과’,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2025)
2024년을 기준으로, 한류로 인한 수출액에 생산유발계수를 곱해서 산출되는 음악의 생산유발효과는 4조 2,933억 원으로 문화콘텐츠 분야 중 게임(10조 2.000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를 기록했으며, 전년 대비 증가율은 80.8%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음악 성장의 이면에는 제작 현장 수익성 악화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음악산업 매출은 2배 이상 늘었으나 평균 영업이익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글로벌 수요 확대로 외형은 고성장기이나, 제작비 증가로 제작사의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어 앞으로 계속 성장을 장담하기 힘든 상태다. 필자는 오랜 기간 현장에서 음악 제작자들을 취재해왔는데, 최근 1~2년간 이런 아이러니를 얘기하는 제작자들이 부쩍 늘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5년 발간한 ‘음악산업 조세지원제도 개선연구’에 따르면, 500개 관련 기업 조사 결과 평균 매출액은 2019년 53.2억 원에서 2023년 127.4억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으나, 제작비 증가로 인해 평균 영업이익은 2020년 39.2억 원에서 2023년 15.6억 원으로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음악 콘텐츠 제작비의 회수율 저조와 제작기간 장기화가 수익성 악화의 큰 이유다. 음반 제작기업의 45.9%, 음원 제작기업의 43.6%가 투입 제작비의 50% 미만만 회수했으며, 음원 제작기간은 6개월~2년, 뮤직비디오는 1~2년이 소요되는 등 제작 기간 장기화가 뚜렷하다.
게다가 기존 조세지원 제도는 음악산업에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인건비 등 무형 제작비용 중심으로 지원함으로써 음악산업 제작 구조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 조세지원 제도인 창업중소기업 감면(5.5%), 중소기업 특별감면(6.4%), 통합투자세액공제(0.4%), R&D 세액공제(3.8%) 등 지원제도의 신청률이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따라서 대중음악 제작비 세액 공제가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세액공제 도입 시 세수 감소액을 상회하는 경제적 순편익이 이미 입증되어 있고, 국회·정부 차원의 정책 입법 동력도 형성되고 있어 지금이 음악 제작비 세액 공제의 적기다.
콘진원이 발간한 ‘음악산업 조세지원제도 개선연구’(2025)에 따르면, 대중음악 제작비 세액공제 도입 시 2025~2029년 부가가치유발액의 현재가치는 2,168억 원이며, 세수 감소액의 현재가치는 1,839억 원으로 경제적 순편익은 329억 원, B/C(부가가치 유발액/세수 감소액) 비율은 1.18을 기록해 정책적 타당성이 입증됐다고 볼 수 있다.
투자·고용·생산 확대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2025~2029년 투자 확대를 2,814억 원으로 추정한다고 했을때, 제작비가 10% 감소할 경우 음악기업의 91.1%가 추가 투자하겠다는 응답을 보여주었다.
또한, 2025~2029년 음악산업 취업유발계수는 11.3명(명/10억 원), 취업자수 증가규모는 3,180명으로 추정됐으며, 음악기업의 14.6%는 신규 고용을 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결과적으로 2025~2029년 세액 공제에 의한 생산유발액 증가 규모는 5,845억 원으로 추정됐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해외 음악강국들도 이미 음악산업에 적극적으로 세제지원을 하고 있다. 미국·프랑스는 음악 제작 및 공연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영국·캐나다도 자국 음악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도 국회 차원의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올해 박성훈 의원(5월 7일)과 조승래 의원(6월 18일)이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대상을 게임과 음악으로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지난 8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주관한 음악산업 간담회 때도 음악 제작비 세액공제와 정책금융 및 융자 제도 도입 등 실질적인 금융지원 방안이 논의된 바 있다.
문화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대상에 대중음악을 포함시키는 개정법률안을 발의했으니, 이제 빨리 소관위원회 심의와 본회의 표결을 거쳐 법률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K-팝으로 방한 관광객 2000만 명 시대를 연다”는 캐치프레이즈가 공허해지지 않으려면,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문제다. 그게 K-문화 강국으로 도약하는 길이기도 하다.
/서병기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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