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불법 비상계엄선포 뒤 청와대 경호처를 동원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불법으로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징역 7년형을 확정받았다. 비상계엄선포 뒤 583일 만으로 비상계엄사태 관련 사건 중 첫번째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9일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의 상고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비상계엄 전후 요식적 국무회의로 국무위원들의 심의권을 침해한 혐의와 비상계엄 선포문건의 사후 작성, 외신을 대상으로 한 허위공보, 대통령경호처 지원본부장에 대한 비화폰 통화기록 삭제 등 구체적 혐의에 대한 원심 판단은 그대로 유지됐다.
핵심 쟁점은 윤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선포와 국회 통제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내란우두머리 사건에 대한 공수처 수사권 여부, 대통령 재직 중 직권남용죄 수사가 가능한지 여부 등이었다. 하급심은 이를 모두 인정했으나 윤 전 대통령은 헌법과 법리적으로 모두 성립할 수 없다고 다퉜다.

"헌법, 재임 중 대통령 수사 전면 금지한 것 아냐"
재판부는 먼저 "헌법 제84조가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의 죄 이외의 죄, 즉 불소추특권 대상범죄를 범한 경우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금지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헌법 취지와 본질 등을 고려하면 불소추 특권 대상범죄에 대한 재직 중 형사상 소추가 금지되더라도 수사까지 전면적으로 금지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대통령의 직무 수행이나 국가원수로서의 권위 확보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의 수사는 가능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가령 대통령이 피의자인 사건을 접수하거나, 관련 증거를 수집·보전하는 등의 기본적인 수사상 조치는 재직 중에도 허용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대통령의 직권남용 범죄에 대한 공수처 수사권도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내란우두머리죄에 대한 직접 수사권이 없는데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빌미로 내란죄를 우회 수사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공수처법상 '관련범죄'는 고위공직자범죄 수사 과정에서 새로 인지한 직접 관련 범죄여야 하는데, 이 사건은 처음부터 내란 혐의를 겨냥한 것이기 때문에 수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수사과정에서의 인지'란 고위공직자가 수사개시 단계부터 종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구체적인 관련범죄의 혐의를 알게된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지 범죄인지서를 작성하는 등 형식적인 사건수리를 거쳐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공수처, 내란수사 목적으로 수사 개시했다고 볼 수 없어"
또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에 해당하는지는, 문언의 통상적 의미와 입법 취지를 충분히 고려하면서, 공수처법의 제정 목적과 체계, 검찰청법 등 관련 법령과의 관계, 실체적 진실 발견과 구체적 사회정의의 실현, 적정절차의 보장이라는 형사법의 이념과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공수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해 실질적으로 수사를 진행했고 이에 대한 기소까지 이뤄졌다"며 "그렇다면 내란우두머리죄 수사를 목적으로 형식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수사를 개시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결국 '수사 과정에서 인지'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 못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피고인의 내란우두머리죄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배경이 되는 사실관계가 같고 증거도 상당 부분 중첩되기 때문에 수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밖에 없고 중간행위나 다른 원인의 매개 없이 서로 연결된다"며 "따라서 공수처법 상 수사 요건인 '직접 관련성' 또한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서울서부지법의 '관저 압수수색' 영장 판단 때부터 논란이 되어 왔던 형사소송법 제110조에 대한 해석도 확정했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 관저가 형사소송법이 정한 '군사상 비밀이 요구되는 장소'이고 책임자인 대통령경호처장이 승낙을 거부했기 때문에 공수처의 관저 압수수색·수색영장 집행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