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5년간 해외출장을 추진하면서 출장별 예산과 집행 내역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채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나 예산 집행의 투명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진숙 국민의힘 국의원(대구 달성군)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선관위 직원 공무국외출장 현황'을 분석한 결과, 출장계획 수립부터 예산 집행, 사후 보고까지 국민이 혈세 사용처를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로 운영돼 왔다고 8일 밝혔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일부 고위직 해외출장은 개별 출장별 예산을 구분하지 않은 채 일괄 편성해 실제 집행 내역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3년 박찬진 당시 사무총장(장관급), 송봉섭 당시 사무차장(차관급), 김필곤 상임위원(차관급)이 각각 단장을 맡아 실시한 '재외선거 준비상황 점검반'은 총 1억971만원의 예산을 통합 기안해 출장별 예산 사용 내역을 사실상 확인할 수 없도록 운영됐다.
정당과가 2022~2023년 실시한 '정당 간부 외국 정치제도 연수'도 출장계획서는 작성했지만 결과보고서에는 예산 집행 내역을 아예 기재하지 않아 실제 얼마를 사용했는지 파악할 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출장 일정의 적정성 문제도 제기됐다.
정당 간부 외국 정치제도 연수에는 독일 하이델베르크와 뮌헨,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와 비엔나 등 대표적인 관광도시 방문 일정이 다수 포함돼 정치제도 연수라는 본래 목적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출장 기간과 항공료도 과도했다는 분석이다.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재외선거 평가를 위한 케냐·두바이 출장은 재외투표자가 각각 297명과 1천54명에 불과했음에도 9박11일 일정으로 진행됐다.
또 2025년 브라질·쿠바 재외선거 평가 출장에는 4명이 참여했지만 항공료만 약 4천만원이 편성됐으며, 일부 출장에서는 단장 1명의 비즈니스석 항공료가 1천만원을 넘는 사례도 확인됐다.
2022년 실시된 크로아티아·튀르키예 역량강화 연수 역시 약 3천500만원의 예산을 집행하면서도 10일 일정 가운데 절반인 5일을 자그레브, 스플리트, 두브로브니크 등 관광도시 방문에 할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이 같은 사례를 근거로 선관위의 해외출장 관리 체계가 예산 편성부터 집행, 사후 공개까지 전반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진숙 의원은 "선관위는 얼마를 어떻게 쓸지 국민에게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해외출장을 다녀왔고, 사용 내역마저 확인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며 "국민 혈세를 사실상 '백지수표'처럼 사용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같은 관행이 반복되는 것은 해외출장에 대한 내부 통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선관위는 심사를 면제받는 해외출장이 지나치게 많고 상당수 출장이 심사위원회 심의도 거치지 않은 채 사무총장 판단만으로 추진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기관일수록 내부 통제와 예산 집행 기준은 누구보다 엄격해야 한다"며 "심사 면제 대상을 최소화하고 일정 금액 이상이거나 장·차관급 등 고위직이 참여하는 해외출장은 외부위원이 참여하는 심사위원회 심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출장계획서와 결과보고서에는 예산 편성과 집행 내역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며 "국민 혈세가 다시는 '백지수표'처럼 사용되는 일이 없도록 해외출장 관리 체계를 전면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구=이창재 기자([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