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율촌에서 손을 잡아주신다고 하니 팬들은 물론 선수 부모님들이 더 좋아하셨습니다. MOU 발표만으로도 많은 효과를 느끼고 있을 정도입니다. 든든한 버팀목이 생긴 듯한 안정감이 듭니다. (이지훈 젠지 이스포츠 단장)"
"이스포츠 산업이 커졌지만 선수와 팀을 보호하는 '가드'는 많이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나이 어린 이스포츠 선수들이 받는 악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목소리를 내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지원할 생각입니다.(이용민 율촌 변호사)"
![이용민 율촌 변호사(좌측)와 이지훈 젠지 이스포츠 단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율촌]](https://image.inews24.com/v1/3fe2e9e4ea2027.jpg)
이스포츠 선수들은 경기가 끝날 때마다 어김없이 '롤러코스터'를 탄다. 이길 수도, 혹은 질 수도 있는 한판 승부가 끝나고 나면 어김없이 팬들의 '잡도리'가 시작되어서다. 잘하면 잘한 대로, 못하면 못한 대로 인터넷에서는 한바탕 설전이 벌어진다. 대부분은 '팬심'에서 비롯된 의견이겠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은, 이른바 '악플'로 정의될 수 있는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이는 어린 선수들에게 상처가 되고 심하며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와중에 이스포츠 선수를 보호하려는 의미있는 시도가 나왔다. 국내외에서 폭넓은 인기를 누리는 이스포츠 기업 젠지 이스포츠(Gen.G Esports)와 국내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율촌이 지난 6월 e스포츠 생태계 조성과 산업 발전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해서다.
이번 협약은 이스포츠 선수를 비롯한 산업 구성원들이 보다 안전하고 공정한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추진됐다. 양사는 소속 선수들이 경기 안팎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법적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하고 권익을 체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안전망 구축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선수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나아가 산업 전체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그림이다. 태동기와 과도기를 지나 어엿한 스포츠 산업으로 자리매김한 한국 이스포츠에서도 자칫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각종 법무 공백을 채우려는 시도가 나온 셈이다.
지난 6일 아이뉴스24와 만난 이지훈 젠지 이스포츠 단장(상무)은 "이스포츠 산업이 광범위하게 발전하며 다른 스포츠 이상으로 관심과 팬덤이 커지면서 선수 및 젠지 구성원, 나아가 후원사들까지 법적인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법무법인과의 MOU는 처음이다보니 다른 게임단에서도 연락을 많이 받았다. 앞으로 더더욱 이를 발전시키고 공유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이스포츠 선수들이 화려하고 많은 연봉을 받고 있지만 세무나 계약 관련해 부족한 점이 많다"며 "율촌의 자문을 얻고 각종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앞으로가 더욱 중요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용민 변호사도 "연예인 이상의 관심과 악플을 받는 어린 이스포츠 선수들과 각종 이슈들이 발생하는 것을 보고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이슈가 있을 것 같다고 젠지 측에 연락을 하게 됐다"며 이번 MOU가 성사된 배경을 밝혔다.
젠지와 율촌과의 MOU는 특정 법무 이슈가 발생했을 때 단발성 법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다. △선수 권익 보호를 위해 온라인 명예훼손 등 선수가 직면하는 법적 리스크에 공동 대응 △e스포츠 생태계 전반이 참고할 수 있는 선수 보호 모델 구축 및 확장을 위한 공동 연구 및 협력 사업 추진 등 보다 포괄적인 협력을 골자로 한다. 젠지는 율촌의 법무 자문을 통해 감정에 치우치지 않은, 보다 정제된 외부 메시지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율촌은 이스포츠 생태계 전반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성에도 무게 중심을 뒀다. 이용민 변호사는 "구단이나 에이전시 등은 당장 발생한 개별적인 사안에 집중하다보니 전체적으로 보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면서 "이스포츠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안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특정 규정 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 등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고자 한다"고 했다. 또한 "엔터나 방송 업계에서는 이러한 연구들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첨언했다.
![이용민 율촌 변호사(좌측)와 이지훈 젠지 이스포츠 단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율촌]](https://image.inews24.com/v1/565301afb3d902.jpg)
도 넘는 공격 좌시하지 않아…'악플' 가이드라인 만든다
양 측은 이스포츠 선수 보호를 위한 제반 환경 구축에도 힘쓸 방침이다. 이스포츠도 어엿한 프로 스포츠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만큼 팬들의 거친 반응은 어느정도 감안하지만, 선수 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의 도를 넘는 공격 등은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이지훈 단장은 "이스포츠 선수들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멘탈 관리가 중요한데, 어느 순간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때가 있다. 오랜 시간 프로생활을 하면 욕을 듣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다 보니 플레이가 소극적이 될 때가 있다"고 했다.
또한 "경기력에 대한 비판은 감수한다. 프로 스포츠인 만큼 팬들의 응원에 상응하는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비판받아야 하지만 도를 넘는 공격들에 대한 고민이 컸다"며 "팬 때문에 이스포츠가 만들어졌다고 봤기 때문에 팬들 싸우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선수는 물론 선수 가족까지 건드리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더더욱 선수를 보호해야 한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강철같은 멘탈을 가진 선수들이 잘하고 또 유명하지만 힘듦을 견디지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들도 있어 안타깝다"며 "누군가가 도와주고 내편이 있다고 한다면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율촌과 손잡은 이유 중 하나"라고 부연했다.
그렇다면 선수들에 대한 '비판'과 '비난'은 무엇으로 구분될까. 이용민 변호사는 '가이드라인'으로 답했다. 그는 "엔터 업계의 경우 '여기까지는 감내하고 특정한 선을 넘으면 고소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아직 이스포츠 업계에서는 그런 게 없다"며 "여러 케이스를 보고 어느 정도는 걸러내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세무 이슈를 비롯한 각종 교육 등 구단과 선수를 위한 법무 컴플라이언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젠지와 율촌은 이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애정과 격려도 거듭 강조했다. 특히 선수 가족에 대한 공격은 지양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지훈 단장은 "저희는 '스포테인먼트'라고 하는데, 이스포츠는 아이돌 팬문화와 스포츠 팬문화가 혼재돼 날것의 팬들의 반응들이 많다"며 "선수 가족들이 상처를 많이 받는다. 선을 넘는 악플의 경우 선수 부모님이 문의를 하신다. 일일히 악플에 대해 대응할 수는 없지만 특정해서 많은 공격을 하는 경우는 자료 수집을 했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변호사 역시 "이지훈 단장님의 말씀처럼 이스포츠 선수들은 스포츠 선수이기도 하고 연예인이기도 하며 대부분 미성년자"라며 "그동안 악플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 측면이 있다. 이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율촌에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영수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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