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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물건 빼는 납품사 자체 포스기 켠 점주⋯'패닉'에 빠진 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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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 자금조달' 법원 최후통첩에 협력사 이탈 가속
재고 빼내고 자체 포스기 설치…"돈 떼일라" 각자도생
남은 시간 열흘 남짓…자금 확보 실패시 파산수순

[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정상 영업합니다."

지난 5일 찾은 서울 한 홈플러스 입구에는 여느 때처럼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그러나 회생계획 폐지 결정 이후 '14일이내 2000억원 자금조달' 최후통첩을 받은 홈플러스 주말 풍경은 '정상'과 거리가 멀었다.

5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지상 공간이 비어 있다. 해당 매장은 모든 층의 물건을 통합해 운영한다. [사진=진광찬 기자]
5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지상 공간이 비어 있다. 해당 매장은 모든 층의 물건을 통합해 운영한다. [사진=진광찬 기자]

매장은 층별 경계가 무너진 상태였다. 생활용품과 의류가 빽빽하던 지상층은 불이 꺼졌고 남은 재고는 지하 신선식품 매장 한구석으로 밀려 내려왔다. 텅 빈 매대를 감추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지만 오히려 앙상한 속살만 도드라졌다.

즉석조리 식품을 판매하는 델리코너에는 주방냄비가 진열됐고 채소, 고기, 생선 등 신선식품은 근처 편의점 구색보다 부실했다. 주말을 맞아 장을 보러 나온 소비자들로 북적여야 할 매장안에는 고작 열 명 남짓의 소비자만 휑한 공간을 전세 낸 듯 돌아다녔다.

매장 구석에서는 물건을 빼내는 손길도 포착됐다. 일부 협력업체가 대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 물건회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매장안팎에서 흘러나왔다.

5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지상 공간이 비어 있다. 해당 매장은 모든 층의 물건을 통합해 운영한다. [사진=진광찬 기자]
5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냉장 매대가 비어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현장에서 만난 직원들 얼굴에는 허탈감과 무력감이 짙게 배어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한평생 일하며 지켜온 매장인데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오늘도 출근을 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현실이 두렵다"고 말했다.

이미 문을 닫은 곳의 풍경은 더욱 참담했다. 지난 5월 폐점한 서울 또 다른 홈플러스 건물안 입점매장들은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으나 상권은 사실상 붕괴된 상태였다. 이곳 점주들은 폐점 이후 매출이 절반이상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생존기로에 선 점주들은 '각자도생'을 선택했다. 매장 곳곳에는 홈플러스 포스기 대신 부랴부랴 들여놓은 자체 포스기가 설치돼 있었다. 결제대금이 홈플러스 시스템으로 들어갈 경우 정산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10년째 카페를 운영중인 한 점주는 "몇 달 전에는 본사에서 계약구조를 운운하면서 자체 포스기를 쓰면 계약해지 사유라고 난리를 쳤다"며 "지금 보니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꼴이었다. 홈플러스 포스기는 아예 꺼버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5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지상 공간이 비어 있다. 해당 매장은 모든 층의 물건을 통합해 운영한다. [사진=진광찬 기자]
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냉동식품 코너에 돌얼음만 잔뜩 진열돼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회생계획 폐지 결정 이후 홈플러스 현장공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그동안 가느다랗게 남아 있던 회생 기대감은 빠르게 사라졌고 직원과 협력업체들은 정상화보다 생존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홈플러스에 남은 시간은 이제 열흘 남짓이다. 지난 3일 회생절차가 폐지된 이후 홈플러스와 채권자들은 오는 20일까지 즉시항고할 수 있다. 이 기간 안에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으면 폐지 결정이 확정된다. 법원은 즉시항고 조건으로 최소한의 운영자금인 2000억원 규모 자금조달 계획을 제시했다.

만약 자금조달에 실패하면 홈플러스는 파산수순을 밟게 된다. 기업이 파산절차에 돌입하면 잔여자산 매각과 채권변제가 우선되기 때문에 협력업체와 임대점주들 피해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자금조달이 이뤄져 회생절차를 재개한다 해도 영업 정상화는 장담할 수 없다. 이미 납품차질로 매대 곳곳이 비었고 온라인 배송마저 중단됐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회생절차 폐지 결정 이후 현장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신뢰를 잃은 협력사들을 다시 붙잡고 무너진 공급망을 복원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광찬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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