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산업 경제
정치 사회 문화·생활
전국 글로벌 연예·스포츠
오피니언 포토·영상 기획&시리즈
스페셜&이벤트 포럼 리포트 아이뉴스TV

[르포]'미래 모빌리티 산실'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를 가다

본문 글자 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최근 완공한 첨단 R&D 거점…3D 프린팅부터 버추얼 검증까지
실차 제작 전 '와이어카'로 SDV 검증...드라이빙 시뮬레이터 눈길

[아이뉴스24 설재윤 기자] 미래 모빌리티 전환기를 맞아 차량을 향한 국내외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주행 성능의 한계를 시험하는 고성능 기술부터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의 진화까지, 차량이 가진 잠재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기술력이 완성차 업체의 생존을 가르는 핵심 지표가 됐다.

가속화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간의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현대자동차·기아가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완공한 첨단 R&D 거점을 찾았다.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의 가상 주행 모습 [사진=현대차·기아]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의 가상 주행 모습 [사진=현대차·기아]

1일 방문한 경기도 화성시 만세구에 위치한 현대기아자동차남양기술연구소에서는 첨단 R&D 기술이 집약돼 있었다.

금형 없이 3D 프린팅으로 부품을 구현하는 적층제조솔루션센터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적층 제조 솔루션 센터(AMSC)였다. 이 곳은 설계 데이터만으로 금형 없이 어떤 형상을 구현해내는 곳이다. 흔히 3D 프린팅으로 알려진 적층제조 기술에 대해 적층제조솔루션팀 한강희 팀장은 "비누 덩어리를 깎아 모양을 내는 것이 기존의 절삭 가공이라면, 찰흙을 돌돌 말아 한 층씩 쌓아 올리듯 재료를 더해 형상을 만드는 것이 적층 제조"라고 설명했다.

3층에서 처음 마주한 것은 액상 레진을 자외선으로 경화시켜 부품을 만드는 '폴리머 광중합셀'이었다. 이 곳에는 제조 방식에 따라 DLP 타입의 설비와 SLA 타입의 설비가 마련돼 있다. DLP 타입은 UV램프를 이용해 액상 레진 레이어에 자외선을 넓게 조사해 면 단위로 경화시키는 반면, SLA는 레이어를 점 형태의 레이저를 조사해 경화시키는 방식으로 주로 올드카 복구나 대형 시제품 제작에 쓰인다.

두 방식은 헤리티지 차량 복원에도 쓰였다. 현장에 전시된 현대차 포니의 사이드 실 부품은 실제 부품을 3D 스캔한 뒤 적층 제조로 원형과 질감을 복원한 뒤 도장까지 미쳐 품질이 우수했다.

옆으로 이동하자 금속 와이어를 녹여 쌓는 WAAM 설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용접 아크로 금속을 한 층씩 쌓는 이 방식은 강, 스테인리스, 알루미늄, 티타늄 등 여러 금속을 활용할 수 있다.

전승엽 책임매니저는 "설계 형상에 맞춰 적층되는 높이를 실시간으로 보정하기 때문에 원하는 형상을 빠르게 만들 수 있고, 이후 약간의 후가공을 통해 복잡한 구조의 대형금속부품도 빠르고 정교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는 WAAM으로 제작한 부품들도 살펴볼 수 있었다. 특히 차량용 모터 하우징은 WAAM의 적층 상태와 CNC로 매끈하게 후가공된 상태를 한눈에 비교해 볼 수 있었다.

3층의 마지막 공간인 품질검사셀에서도 제작된 부품의 치수를 재는 3차원 측정부터 인장만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을 전제로 사출 제작 부품과 동일한 기준의 품질 검증을 거치는 것이다. 이 평가를 통과해야 비로소 실제 사용으로 이어진다.

4층으로 올라가자 분말을 원재료를 다루는 설비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금속 분말을 레이저로 녹여 쌓는 금속 분말 융용 설비는 총 6개의 레이저 빔으로 정밀한 형상을 구현한다. 김용욱 매니저는 "세계 최초로 도입된 금속 적층 설비로, 주조나 프레스로는 만들 수 없는 복잡한 형상이나 모터 스포츠 부품처럼 강성 확보와 경량화가 동시에 요구되는 부품 등도 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의 가상 주행 모습 [사진=현대차·기아]
고정밀 광학식 스캐너가 완성차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기아]

미세한 치수 오차를 데이터로 잡아내는 디지털 측정 센터

이날 두번째로 찾은 곳은 차량의 치수 품질을 측정하고 분석하는 디지털 측정센터(DMC)다. 남양기술연구소 내 AMS동에 위치한 DMC는 디지털 측정 기술을 활용해 차량 치수 관리의 핵심 역할을 하는 곳이다.

가장 먼저 차량의 뼈대인 바디 스트럭처를 측정하는 공간으로 이동했다. 이곳에는 센서가 측정물에 직접 접촉해 좌표값을 읽어내는 3차원 측정장비 CMM이 늘어서 있었다. CMM이 읽는 차 한 대당 측정 포인트는 1000개에 이른다.

파이롯트품질검증팀 한진수 팀장은 "연관성 있는 포인트 간의 편차와 거리, 평행도를 계산해 실질적인 품질을 판단한다"며 "약 600개의 평가 항목으로 완성된 측정 체계는 그대로 양산 공장으로 이관돼 동일한 기준의 품질을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차량의 치수 오차는 고객의 만족도와 직결된다. 외관의 틈새나 단차가 어긋나면 고급감이 떨어지고, 이 오차에서 비롯되는 소음이나 누수 문제가 고객 불만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DMC는 디지털 측정 기술을 활용해 차량 지수 관리의 핵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어 후드와 도어, 테일게이트 같은 무빙 부품을 검증하는 공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서는 로봇 암에 장착된 광학식 3D 스캐너가 차량 도어의 전체 형상을 측정하고 있었다. 자율주행 운반 로봇(AMR)으로 측정물을 자동 이송이 가능해 사람 개입 없이 작업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의 가상 주행 모습 [사진=현대차·기아]
발견한 개선점을 확인하고 있는 연구원들의 모습. [사진=현대차·기아]

SDV 제어기 기술 선행 검증하는 노바랩

세 번째로 방문한 '노바 랩(NOVA Lab)'은 '신성'이라는 뜻을 담아 혁신적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곳이다. 명칭에 걸맞게 이곳은 차세대 개방형 제어기 검증 체계를 갖추고 SDV 시대를 대비하고 있었다.

연구실에는 완성된 차량 대신, 차량 구조의 테스트 벤치 위에 와이어링과 제어기, 전장 부품을 그대로 연결한 와이어카들이 늘어서 있었다. 와이어카는 차량 전체의 전기·전자 시스템을 실물 하드웨어로 구현한 검증 플랫폼이다.

SDV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제어기 통합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대형 차종의 경우 연결되는 제어기와 전장 부품은 300~500개, 와이어링 커넥터는 약 500개에 달한다.

파이롯트전장제어개발팀 김상연 파트장은 "시험차가 제작되기 전, 차량 전체 시스템을 실물로 연결해 기능과 통신, 진단을 검증하는 최초의 단계"라며 "완성된 차에서는 트림 내부에 위치한 제어기를 탈거하거나 회로를 분석하기 어렵지만, 와이어카에서는 기본 기능들을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검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증 셀에서는 와이어카의 테스트가 한창이었다. 회로, 통신, 기능, 진단 네 가지 항목을 중심으로 구성된 검증 시나리오에 따라 자동으로 검증이 이뤄졌다. 시연에서는 공조, 램프, 시트 기능을 순차적으로 검증하며 항목별 정상 여부와 소요 시간이 자동으로 표시됐다.

또한 통합 전원 장치를 통해 저전압, 과전압 같은 가혹 조건을 모사하기도 했다. 외기온 센서에 공급하는 전압을 바꾸자, 실내에 있는데도 클러스터의 온도 표시가 영하로 내려가며 경고 메시지가 뜨는 모습이 확인됐다.

다음 공간에서는 주행 조건에서의 심화 검증이 이어졌다. 노바랩은 차량 구동 부하 장치를 자체 개발하고 소형 다이나모미터를 결합한 이동식 장비를 도입해 실차에 가까운 주행 조건을 구현했다. 현장에선 모터 구동 소리와 함께 다양한 차량 검증이 이뤄졌으며, 자동 도어락 등 주행 속도별로 구현되는 차량 기능 검증이 차례로 이어졌다.

또한 주행 모사 조건에서는 ADAS 기능 검증도 진행됐다. 이를 위해 노바 랩은 ADAS 시뮬레이터를 도입했는데, RTS를 통해 레이더 신호를 생성하고, 가상의 주행 이미지를 차량 카메라에 제공하는 등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테스트 벤치에서는 주행을 시작해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진입과 가속, 후측방 충돌 경고(BCW), 차로 유지 보조(LFA/LKA), 전방 충돌 방지 보조(FCA)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차례로 시연됐다.

투어의 마지막은 SDV 검증셀이었다. 그동안 기능별로 흩어져 있던 수많은 제어기는 고성능 컴퓨터 기반의 존 제어로 통합되고, 전원은 기존 12V에서 48V로, 통신은 CAN에서 고속 이더넷으로 바뀌면서 차량을 검증하기 어렵게 됐다.

김 파트장은 "노바 랩은 그룹사와 협력사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오픈형 플랫폼"이라며 "실차 제작에 앞서 통신 상태나 제어기 간 충돌 등을 미리 발견하고 개선해 SDV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의 가상 주행 모습 [사진=현대차·기아]
광경화 방식의 VPP-SLA(위)와 VPP-DLP(아래) 장비는 차량 개발 효율을 높이는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진=현대차·기아]

가상 공간에서 mm단위 노면까지 달리는 버추얼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던 '버추얼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센터'였다.

새로운 기능이 집약된 신차를 개발하기 위해선 더 많은 개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존처럼 차량을 개발할 때마다 수많은 시작차를 만들고 시험하는 방식으로는 갈수록 늘어나는 검증 요소들을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주목받는 것이 가상 공간에서 성능을 검증하는 버추얼 차량 검증 기술이다.

이날 현장 관계자는 버추얼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에 대해 "가상환경에서의 운전상황을 구현해 주행성능에 대한 운전자의 관점에서의 평가를 제공하는 장치"로 정의했다.

이곳에는 제네시스 G80의 주행 성능과 제원을 그대로 본뜬 콕핏(운전석 부품)이 거대한 모션 플랫폼 위에 놓여 있었다. 주행 평가가 시작되자 연구원이 탑승한 콕핏이 거대한 곡면 스크린 중앙으로 미끄러지듯 이동했다. 연구원이 가속 페달을 밟자 스크린 속 도로가 빠르게 흘러갔고, 스티어링 휠을 과격하게 꺾자 그 방향으로 콕핏 전체가 요동쳤다.

현대차·기아의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는 '6자유도(6DOF) 모션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전후·좌우·상하의 직선 운동과 롤(Roll)·피치(Pitch)·요(Yaw)의 회전 운동이 복합적으로 구현되어 실제 차량의 거동을 정밀하게 재현한다. 270도 곡면 스크린에는 4K 해상도와 240Hz의 고주사율을 지원하는 프로젝터 9개가 매끄럽고 선명한 가상 환경을 투사했다.

방대한 양의 정밀 지도(HD Map) 데이터도 핵심 경쟁력이다.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 주요 도로의 노면과 배수로, 균열 상태까지 mm 단위로 라이더(LiDAR) 스캔해 가상 공간에 그대로 이식했다.

다만 이러한 초고용량 데이터를 구동할 때 발생하는 지연(Lag)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현대차·기아는 세계 최초로 지형 서버(Terrain Server) 방식을 적용했다. 가상의 차량이 주행하는 위치 주변의 데이터만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방식이어서 초고용량 렌더링 데이터의 사용에도 지연 없이 자연스러운 주행이 가능하다.

현대차·기아는 독자적인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를 통해 앞으로 더 많은 차량과 시스템을 검증할 계획이다. 또한 해외 연구소와 데이터를 공유해 글로벌 공동 개발의 가교 역할도 도맡을 것이다.

정 책임은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는 단순히 하드웨어를 도입한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부터 평가기준까지 현대차·기아만의 독자적인 데이터와 기술이 집약된 가상 검증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설재윤 기자([email protected])



주요뉴스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alert

댓글 쓰기 제목 [르포]'미래 모빌리티 산실'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를 가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댓글 바로가기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TIMELINE



포토 F/O/C/U/S